‘공생공락(共生工樂)’…공예와 지역, 일상을 잇다[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1 week ago 5

2025 공예주간 참관기

“직접 한지 부채를 만들어보니 장인들의 손길이 얼마나 정교한지 새삼 느꼈어요.”

‘2025 공예주간’이 열린 전주 한옥마을을 찾은 관람객 김상은 씨(34)는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행사장을 찾은 가족 단위 방문객들도 “아이와 함께 공예를 배우며 특별한 추억을 쌓았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5월의 전주 한옥마을은 공예와 사람, 그리고 이야기가 어우러진 살아있는 축제의 장이었다.

전주 한옥마을에서 열린 ‘2025 공예주간’ .

전주 한옥마을에서 열린 ‘2025 공예주간’ .
국내 최대 공예 축제인 ‘2025 공예주간(Korea Craft Week)’이 지난 5월 16일~25일 열흘간의 여정을 마치고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8회를 맞은 ‘공예주간’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장동광)이 주관하고 있다. 올해 행사 주제는 ‘공생공락(共生工樂)’. 공예가 지닌 일상적 가치와 문화적 의미를 재조명하고 공예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자리라는 의미다. 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의 공방과 갤러리, 문화예술단체 등이 총 135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한 결과 약 17만 명의 참관객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예주간 거점도시 3곳인 고성, 부안, 전주를 중심으로 지역 특색이 반영된 공예문화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지역주민이 중심이 되는 축제를 만들었다.

청정 자연환경의 도시 강원 고성에서 열린 ‘2025 공예주간’.

청정 자연환경의 도시 강원 고성에서 열린 ‘2025 공예주간’.
청정한 자연환경의 도시 고성은 달홀문화센터를 중심으로 해양 생태와 공예를 연결한 친환경 전시 ‘당신과 함께 그린 고성’과 지역의 관광자원을 활용한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특히 4월 말부터 공예 워크숍을 진행해 지역주민이 자신의 개성을 담은 공예품을 처음부터 기획하고 전시할 수 있도록 참여 기회를 넓혔다. 또한 서로재에서는 공예를 중심으로 차(茶) 문화, 공연이 함께 어우러진 ‘공예로 연결’을 선보였고, 해쉼터에서는 고성, 속초, 양양, 강릉 등 영동권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영동 하나로공예 마트’가 열렸다. 공예주간 동안 1만2066 명이 고성을 찾았다.

전북 부안에서 열린 2025 공예주간 행사.

전북 부안에서 열린 2025 공예주간 행사.
상감청자의 중심지 전북 부안은 지역의 공예문화유산인 상감청자를 활용해 부안만의 특색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소원을 적어 가마에 넣는 전통 방식의 가마소성 체험과 청자 제작에 사용되는 흙을 밟아보는 질밟기 체험, 사기장과 함께 기물 성형에서부터 상감 기법까지 경험해 볼 수 있는 ‘상감 클래스’를 운영했다. 특히 부안의 유명 베이커리 카페와 협업하여 청자공예품을 전시하고 특별 메뉴를 개발하여 판매한 ‘부안 미술(美術)랭’은 시각과 미각의 공감각적 체험으로 인기를 끌었다. 특별히 조성된 발굴 체험장에서 직접 사금파리를 발굴하여 도판을 완성하는 어린이 체험인 ‘사금파리 발굴체험’은 어린이, 가족들의 참여와 호응이 높았다. 공예주간 동안 2만6273명이 부안을 찾았다.

수요기획/공예진흥원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수요기획/공예진흥원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전통문화의 도시 전주는 지역의 대표 명소인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전시, 체험, 마켓, 투어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전개했다. 전주공예품 전시관 마당에서 개막 공연을 시작으로 전주 대표 공예인 한지와 지우산을 주제로 한 공예특별전 ‘공예유람스팟’을 비롯해, 전주의 장인 공방을 방문하고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공방투어인 ‘공예유람단: 사흘간의 동행’도 운영했다.

전주 공예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공예유람마켓’은 개막하자마자 성황을 이뤘다. 지역의 개성을 담은 공예품을 두루 감상할 수 있는 기회와 함께 포토 플레이스, 체험 등 즐길거리가 풍부해 방문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전주에는 5만2187명이 공예주간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공진원은 3개 거점도시 외에도 지난 2월 공모에서 최종 선정된 21개의 프로그램을 전국 곳곳에서 진행했다. 서울 KCDF갤러리에서는 ‘미래공예’ 전시가 열렸으며, 남산골한옥마을에서는 현대와 전통공예가 어우러진 전시 ‘남산골 HOME’를 선보였다.


특히 평소 문화예술 경험이 제한된 서해 5도 주민들을 위해 찾아가는 공예 체험프로그램 ‘피스 아일랜드 크래프트 페스타’를 운영해 공예문화 향유의 사각지대에 있는 섬주민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강원도의 복(福) 기원과 액막이 문화를 알 수 있는 강릉시의 ‘복(福)으로 치유하는 길상전(展) 및 액막이 공예테라피’, 광주광역시의 청년 작가들과 함께하는 체험과 마켓 ‘2025 빛의 향연, 광주에서 잇다’, 함창명주의 전통과 현재,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경북 상주시의 ‘천년지사: 천년의 실, 함창명주’ 등도 관람객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었다.


특히 부여의 공예마을 규암에서는 ‘크래프트 커먼즈; 머무르고 탐구하고 연결하는 공예공동체’ 투어프로그램을 진행하여 전국에서 모집한 30여명의 방문객이 2박3일 동안 규암마을에 머물며 공방에서 작가들과 직접 소통하기도 했다. 경기(여주), 아산, 청주, 전남(나주), 전북(정읍), 진주, 김해의 7개 공예창작지원센터에서도 공예주간을 맞아 ‘소문만복래’, ‘손맛시장’ 등의 전시와 마켓 외 41개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공예의 즐거움을 함께 나눴다.


올해 공예주간의 또 다른 특징은 마켓프로그램의 활성화다. 15개 마켓프로그램이 전국 각지에서 펼쳐졌다. 서귀포시 베게카페의 아름다운 정원에서 진행된 ‘일상이 공예’ 마켓(굴림공방)은 제주를 비롯한 경상·전라권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이 소개·판매됐다.

경남지역에서 열린 ‘크래프트 브릿지’에서는 일상공예품을 비롯해 터프팅 거울, 종이로 만든 대형 조명등처럼 개인의 취향을 반영하는 독특한 공예품을 원하는 지역소비자들의 수요를 만족시켰다.

제주 서귀포시 베게카페 정원에서 진행된 ‘일상이 공예’ 마켓(귤림공방).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제공

제주 서귀포시 베게카페 정원에서 진행된 ‘일상이 공예’ 마켓(귤림공방).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제공
공진원은 한국 공예품의 홍보와 소비를 위해 다양한 국내외 공예유통망 확대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올해 4월, 두바이 페스티벌시티몰에 문을 연 ‘KOREA 360’내 한국공예 홍보관에서는 12인의 작가가 출품한 도자기, 나전칠기, 유리컵, 한지부채, 오브제 등 35종의 공예품을 선보이고 있고, 중동지역 소비자를 위한 공진원의 온라인 유통 대행사이트(Pinkoi, NOTAG SHOP)에서도 44종의 공예품을 선보이는 등 한국공예의 지속적인 홍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한국공예 해외유통망 개척’ 사업에서는 13개 갤러리와 사업체를 선정하여 영국, 프랑스, 독일에서 개최되는 콜렉트, 메종오브제, 런던크래프트위크 등 주요 행사에 참여해 한국공예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공예유통 프로모션 사업’을 통해 상품개발부터 판매, 홍보까지 시장에서 공예품이 활발히 유통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 또한 전시·판매·유통 종합행사인 ‘공예트렌드페어’ 개최로 생산자와 소비자의 교류 기회를 제공하고 국·내외 판로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공예트렌드페어의 참여작가와 참가사는 7월 10일까지 공모 진행 중이다. 공진원은 매년 공예주간과 함께 국내외 유통망사업을 통해 한국공예의 국내 소비와 글로벌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장동광 공진원장은 “올해 공예주간은 ‘공생공락(共生工樂)’이라는 주제 아래, 공예가 사람과 사람, 지역과 일상을 잇는 소통의 매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국민이 일상 속에서 공예를 편하게 접하고 즐길 수 있도록 공예문화 활성화에 지속적으로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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