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 공공기관…국민혈세 年1.2조원 투입
인천·한국공항공사 2곳에
가덕도 공항공사까지 예정
신규사업·R&D 비효율 초래
부산·인천·여수·울산지역
항만공사 제각각 시설투자
국가 전략적 물류배치 요원
발전자회사 5곳도 각자도생
발전·공항·항만 등 국가 핵심 기간망을 담당하는 공공기관들이 범정부 차원의 조율도 없이 난립하면서 중복 투자에 따른 막대한 예산 낭비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정교한 마스터플랜하에 기능 조정 등 구조개편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1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통합 운영안이 정부 내부 공공기관 구조조정 초안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공항은 대표적인 국가 기간망 중복 투자 사례로 지목돼왔다. 이들 기관은 동일한 내용의 신규 사업 프로젝트를 각자도생식으로 추진하면서 적잖은 연구개발(R&D) 중복 투자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 산하 인천공항공사는 2024년 3월 도심항공교통(UAM)을 통해 새 모빌리티를 제공하려는 전략을 제시한 뒤 관련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도심에서 통합운용 실증을 완료한 것이 대표적이다. 마찬가지로 국토부 산하기관인 한국공항공사도 UAM을 핵심 미래 전략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 3월 UAM 실증을 위한 수직이착륙장 구축계획을 밝힌 바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양 기관 모두에 "양 공사의 K-UAM 사업 중복 투자에 대해 낭비적 요소가 없는지 국토부와 협의하거나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최근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속도가 나면서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이 제3의 공항공사가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공항공사 간 비효율이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사업과 기능이 유사한데도 이원화된 공공기관·산하기관 거버넌스를 현재 범정부 차원에서 진행 중인 공공기관 구조조정 과정을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전력공사의 발전 자회사 역시 대표적인 각자도생식 중복 투자 사례로 꼽힌다. 한전은 한국남부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동서발전·한국남동발전·한국중부발전 등 화력 발전 중심 전력 공기업 5곳을 산하에 두고 있다. 이들은 석탄화력 발전, 액화천연가스(LNG), 신재생 발전 등 비슷한 사업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구조 탓에 큰 비효율이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한 에너지학계 전문가는 "발전 자회사들이 해외 사업을 수주할 때 동시에 입찰하는 경우가 많은데, 서로 이기기 위해 출혈경쟁을 하거나 성과 평가 시 과한 경쟁을 펼치는 부작용이 있다"고 말했다.
재정경제부·해양수산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주요 항만공사는 각 지방 해양수산청과 업무가 중복되는 게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현재 항만공사는 부산, 인천, 여수·광양, 울산 등 4개 지역에 각각 설립돼 운영되고 있다. 각 항만공사 간 서열경쟁이 벌어지면서 시설 중복 투자가 이뤄지다 보니 국가 전체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물류가 배치되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윤호 한국해양대학교 해양행정학과 교수는 2022년 보고서를 통해 가장 규모가 큰 부산항만공사를 예로 들며 "항만공사와 관련기관들이 복잡하게 연관돼 있는데도 이들 간에 도시계획 기능 수행 상의·협의가 부족하고, 기능 배분이 불명확해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정부도 기관들을 통폐합하거나 중복 수행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통합안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한전 발전 자회사의 통폐합을 염두에 두고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유관기관들의 '통폐합'을 반드시 전제로 할 이유는 없지만 비효율을 개선하는 작업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라영재 건국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소장)는 "기관 간 중복된 사업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톱다운보다는 보텀업 방식으로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3~5년 단위로 효과를 재평가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 지시로 공공기관 통폐합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만성적자에 시달리거나 자본잠식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공공기관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개혁도 예상된다.
다만 실제 폐지나 구조개편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특히 소관 부처 간 이기주의와 지역 현안에 민감한 정치인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민들은 고물가·고금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비효율적인 공공기관에 정부 예산이 새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강인선 기자 /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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