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용 범용 D램 고정거래가격이 지난달 22% 급등했다. USB에 들어가는 범용 낸드플래시도 11% 올랐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 품목 관세 부과 검토와 상호 관세 90일 유예 조치 등에 따라 정보기술(IT)기업이 메모리반도체 재고 확보에 나선 영향으로 분석된다.
1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인 더블데이터레이트4 8기가비트(DDR4 8Gb 1Gx8) 제품의 4월 평균 고정거래가격(1.65달러)은 전월 대비 22.2% 급등했다. 2021년 4월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오름폭을 기록했다. D램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9월(-17.07%)과 11월(-20.59%) 두 자릿수의 급락세를 보였다가 같은해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4개월 연속 보합세를 나타냈다.고정거래가격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메모리반도체 기업이 대형 고객사에 납품한 제품 가격의 평균값이다.
DDR4보다 신형 제품인 PC용 DDR5 D램 모듈 제품도 품목별로 6~8.2% 올랐다. 상승률은 3~5% 정도로 예상했던 시장의 전망을 웃돌았다. D램익스체인지 산하 반도체 전문 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PC 제작사가 부품사에 '사전 재고 확보'를 지시했고 저가형 PC 수요가 늘면서 DDR4 가격이 급등했다"며 "삼성전자가 DDR4 공급을 연말께 중단한다고 고객사에 통보하면서 가격이 더 크게 뛰었다"고 분석했다. DDR5 가격 상승세에 대해선 "SK하이닉스의 공급량 조절에 중국 수요가 컸다"고 평가했다.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보다 11.06% 오른 2.79달러를 기록했다. 이 제품 가격은 지난 1월(4.6%) 반등해 4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삼성전자, 일본 키옥시아 등 낸드플래시 생산업체는 지난달 소비자용과 데이터센터용 낸드플래시 가격을 전월 대비 13%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렌드포스는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공격적인 비축 활동에 나서고 있다"며 "기업용 SSD 수요가 커지면서 낸드플래시 가격이 올랐다"고 평가했다.
이달에도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로봇, 자율주행차 등 메모리반도체가 많이 필요한 기기의 수요가 확산하고 있어서다. 신중론도 있다. 상호 관세율을 둘러싼 불확실성, 국가 간 무역 장벽 증가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D램 가격 상승 예상폭이 하향 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황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