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서 내부 “국수본, 장윤기 성범죄 아닌 일반살인 적용도 관여”

17 hours ago 3

‘수사 지휘라인’ 개입 의혹 확산
검경, 동시에 국수본 압수수색
성범죄-살인 분리 수사 배경도 조사
“경찰이 경찰 수사 부적절” 지적도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에 대한 부실 수사 의혹을 들여다보는 검찰과 경찰이 ‘경찰 수사의 최종 지휘 라인’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21일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초동수사 당시 국가수사본부가 수사팀에 ‘베트남 여성에 대한 성범죄와 여고생 살인 사건은 별도로 수사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수본은 별도 수사 지시는 인정하면서도 “살인 사건을 송치해야 하는 기간 내에 또 다른 성폭력 사건까지 한꺼번에 입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 검경, 초유의 ‘국수본 동시 압수수색’

광주지검과 경찰청 국수본 특별수사단은 이날 각각 오전 6시 15분, 7시 반부터 서울 서대문구 국수본을 압수수색했다. 영장에는 기존에 증거 인멸 방조와 공무상 비밀 누설 등으로 구속되거나 입건된 광산경찰서 관계자들이 피의자로 적시됐다. 이날 양 기관의 압수수색 대상도 강력범죄수사과장실, 강력범죄수사계, 성폭력수사계, 스토킹수사계 등으로 겹쳐 사무실 PC는 검경이 순서를 정해 나눠 수색하는 식으로 조율했다. 압수할 서류가 겹치면 사본으로 나누는 초유의 상황이 펼쳐졌다.

이번 수사에서 ‘성역은 없다’고 했던 검찰은 이날 경찰보다 1시간 15분가량 먼저 국수본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검찰은 증거 인멸 등 혐의로 구속 송치된 수사팀장 박모 경감(58)과 장윤기 아버지 장모 경감(56) 사이의 통화 녹음본 등을 수사 초기부터 확보했다. 이런 단서 등을 토대로 광산서, 광주경찰청을 차례로 압수수색한 뒤 국수본까지 정조준한 것.

광주지검 관계자는 “광산서 경찰관 등 기존에 입건된 이들이 증거 인멸, 공무상 비밀 누설 등을 독자적으로 한 건지, 광주경찰청이나 국수본의 개입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상황”이라며 “국수본의 통상적인 업무가 아닌 범죄가 의심되는 정황이 발견돼 영장을 청구했고, 법원도 영장을 발부한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당시 보고 라인에 있던 국수본 관계자들의 휴대전화까지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검찰은 ‘경찰 2인자’인 당시 국가수사본부장까지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했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 국수본, ‘분리 지시’ 인정… ‘셀프 수사’ 논란도

사건 당시 광산서로부터 수사 내용을 보고받았던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 측은 ‘장윤기의 성범죄와 여고생 살인 사건에 대해 분리해서 수사하라’는 의혹에 대해 시인했다. 강력범죄수사과 관계자는 “(초동 수사팀이) 살인 사건을 송치해야 하는 기간 내에 또 다른 성폭력 사건까지 한꺼번에 입증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수사의 완결성을 확보하기 위해 성폭력 사건은 전담 부서인 여성청소년과에서 수사하라고 한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3월 경기 남양주시에서 스토킹범 김훈이 전 여자 친구를 살해한 사건을 두고 경찰의 대응을 질타한 바 있는데, 이것이 약 한 달 후에 발생한 장윤기 사건의 처리 방향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아직 국수본 고위 관계자에 대한 입건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광산서 내부에선 “장윤기에게 ‘강간 등 살인’이 아닌 일반 살인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하는 과정에 국수본이 관여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강력범죄수사과 관계자는 “광주청에서 (사건에 대해) 강간 등 살인으로 수사하겠다는 요청이 없었고, (강간 등 살인이 아닌 일반 살인으로) 혐의를 확정하라는 지시도 없었다. 구체적인 혐의 적용은 통상적으로 국수본이 직접 지휘하지 않는다”고 했다. 장윤기에 대한 초동 수사를 담당한 박모 전 광산서 형사과장에 대해 직권남용 등 혐의로 청구된 구속영장은 이날 법원에서 기각됐다. 광주지법 최윤영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지금까지 소명된 자료만으로는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한편 국수본 소속인 특수단이 국수본을 압수수색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셀프 수사’ 논란도 제기된다. 부장검사 출신 장형수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경찰 수사 신뢰에 대한 전 국민의 관심사가 있는 사건에서 (경찰) 스스로 수사를 하게끔 맡기는 것은 신뢰감이 떨어져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광주=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