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5·18묘지 참배 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 15번 외쳐

16 hours ago 4

시민단체에 막혀 22분간 대치… 결국 못들어가고 입구서 묵념
韓 출마선언서 ‘개헌’ 14번 언급
“통상문제 해결… 거국 통합내각”
오세훈과 쪽방촌 찾아 “약자동행”

“우리 통합돼야 합니다”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았다가 시민단체 관계자 등에게 가로막히자 “저도 호남 사람”이라며 참배를 호소하고 있다. 한 전 총리는 이날 묘역에 들어가지 못하고 민주의문 앞에서 묵념으로 참배를 대신했다. 광주=뉴스1

“우리 통합돼야 합니다”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았다가 시민단체 관계자 등에게 가로막히자 “저도 호남 사람”이라며 참배를 호소하고 있다. 한 전 총리는 이날 묘역에 들어가지 못하고 민주의문 앞에서 묵념으로 참배를 대신했다. 광주=뉴스1
“저도 호남 사람입니다. 우리 통합돼야 합니다.”

2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의 ‘민주의 문’ 앞에서 이날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시민단체들에 에워싸여 묘역 진입에 막힌 채 이같이 고함쳤다. 이날 오후 5시 40분경 5·18민주묘지 앞에 도착한 한 전 총리는 ‘내란 청산·사회 대개혁 광주 비상 행동’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시위대 등에 가로막혀 약 22분간 대치해야 했다. 이들은 “내란범은 물러가라”고 외쳤고, 일부 시위대는 종이를 뭉쳐 한 전 총리에게 던지기도 했다.

묘역 진입이 막히자 한 전 총리는 민주의 문 앞에서의 묵념으로 참배를 대신했다. 한 전 총리는 “저도 호남사람입니다”를 15번 외치며 “통합해야 한다” “사랑해야 한다”고 호소했지만 묘역에 들어가지 못했다. 결국 한 전 총리는 시민단체와 시위대, 지지자들을 향해 5번 허리 숙여 인사한 뒤 자리를 떴다.

전북 전주 출신인 한 전 총리가 대선 출마 뒤 첫 지방 일정으로 5·18민주묘지행을 택하며 보수 진영 유일의 호남 출신 대선 주자라는 점을 부각해 ‘국민 통합’ 행보에 나섰지만 첫날부터 현실 정치를 맞닥뜨린 것이다.

● 韓 개헌 14번 강조

한 전 총리는 대선 출마 장소로 국회를 택했다. 한 전 총리는 오전 10시 국회 소통관에서 ‘3년 임기 단축 분권형 개헌’을 승부수로 내세워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임기 첫날 ‘대통령 개헌 지원기구’를 만들어 개헌 성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면서 “저는 (개헌) 약속을 지킨 뒤 즉시 물러날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임기 3년 차인 2028년 4월에 국민투표를 통한 개헌을 완성하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히며 기성 정치를 비판하는 유권자들을 겨냥한 동시에 개헌 세력을 모두 규합해 선거를 치르겠다는 복안을 드러낸 것이다. 출마 선언문에서 ‘개헌’을 14번 언급했다.

한 전 총리는 “나라와 국민의 미래가 아니라 개인과 진영의 이익을 좇는 정치 싸움이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며 “우리가 애써 일으켜 세운 나라가 무책임한 정쟁으로 발밑부터 무너지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한 전 총리는 통상 문제 해결도 강조했다. 그는 “통상교섭본부장, 경제부총리, 국무총리에 이어 주미대사를 지내며 수많은 통상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왔다”며 “이번 통상 현안도 반드시 풀어내 보이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거국통합내각도 약속했다. 그는 “저에게 가차 없이 쓴소리 하는 분들, 대선 과정에서 경쟁하는 분들을 한 분 한 분 삼고초려해 거국통합내각에 모시겠다”고 말했다. 차관급 이하 인사는 부총리와 장관에게 맡기기로 했다.

출마 선언문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 대신 기자들과 만나 “탄핵을 초래한 것에 대해 국민들의 충격과 좌절, 어려움에 대해 국회에서 여러 번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고 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자체보다는 국민들의 혼란과 불편에 방점을 둔 것이다.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나설 것이냐는 질문에는 “저는 한 번도 제 철학을 꺾으면서 대통령의 생각에 따라본 적 없다”면서도 즉답을 피했다.

출마 선언식에는 국민의힘 김기현 성일종 송언석 추경호 구자근 김미애 박성민 이인선 김위상 이종욱 의원 등 10여 명이 찾았다. 범친윤(친윤석열)계 또는 반탄(탄핵 반대)파 의원들이다.

● 韓, 吳와 밀착 시도

한 전 총리는 출마 선언에서 “국민 통합과 약자 동행, 즉 국민 동행을 약속드린다”고도 했다. 약자 동행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내세우는 슬로건이다. 한 전 총리는 오전에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을 찾아 오 시장과 순댓국밥 회동도 가졌다. 한 전 총리는 “오 시장이 내세웠던 약자와의 동행 정책과 ‘다시 성장’ 등의 어젠다를 허락을 구하고 대선 공약에 대폭 포함하고 싶다”며 사실상 오 시장에게 연대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오 시장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한동훈 전 대표 등 국민의힘 대선 후보들을 만났지만 현장 행보를 함께한 건 한 전 총리가 유일하다.

한 전 총리는 3일에는 정대철 헌정회장을 예방해 ‘개헌 빅텐트’ 구상을 위한 조언을 구하는 한편 외연 확장 시도에 나설 방침이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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