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해머링 맨’은 흥국생명빌딩 앞에서 높이 22m, 무게 50t의 거인이 천천히 망치질을 하는 설치 작품이다. 조너선 보롭스키가 2002년 설치한 이후 지난 24년 동안 구부정한 자세로 묵묵히 망치질을 하고 있다. 그 모습은 매일 비슷한 일을 반복하는 직장인들을 위로하는 듯하다.
그런 위로의 공간이 흥국생명빌딩 건물 안에도 있다. 2~3층에서 도심 속의 휴식처 역할을 하는 세화미술관이다. 사립미술관 중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의 컬렉션과 전시 기획을 자랑하는 이 미술관이 최근 전시장을 새로 단장하고 기획전 두 건을 동시에 열었다.
먹고 만지고 듣는…오감 전시
2층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투명한 손, 움직이는 색’은 오감으로 즐길 수 있는 전시다. 이원우의 ‘상냥한 왕자’는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남을 돕는 왕자의 이야기를 담은 오스카 와일드의 동화 ‘행복한 왕자’를 소재로 삼은 작품. 화요일, 일요일 오후 3시마다 작품 앞에서는 직원이 솜사탕 기계로 솜사탕을 만든 뒤 관람객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퍼포먼스가 진행된다.
퍼포먼스를 할 때마다 달콤한 솜사탕 향이 전시장을 채운다. 선우지은 세화미술관 큐레이터는 “뜬구름처럼 잡기 어려운 행복을 솜사탕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예솔의 작품 ‘동그라미를 잘 굴리는 방법’은 관객이 쇠구슬과 나무 바퀴를 직접 굴려 흔적을 남기는 체험형 작품이다. 이를 통해 관객의 행동과 대화를 이끌어내고, 엄숙하게 느껴질 수 있는 미술관 공간을 생동감 있게 만든다. 정만영의 ‘순환하는 소리’는 눈이 아닌 청각을 자극하는 설치 작품이다. 은빛 수도꼭지를 돌리면 물소리와 새소리 등 도시인이 잊고 살던 자연의 소리가 흘러나온다.
부지현의 ‘빛의 축’은 사방이 거울인 방에 오징어 집어등을 매달아 공간을 작품으로 만들었다. 안에 들어가면 무한한 조명에 둘러싸인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먹고 만지고 듣는 작품들을 온몸으로 체험하다 보면 ‘현대미술은 어렵다’는 생각은 자연스레 희미해진다.
책장을 밀면 기억이 열린다
3층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기억의 실루엣 : 형태, 이미지, 관점’은 입구부터 특별하다. 책장으로 막혀 있는 벽면을 더듬어 밀면 전시장이 열리는 방식이다. 어두운 전시장 안에는 해변의 방파제(테트라포드)를 닮은 목재 조형물들이 있다. 외국 여성과 결혼해 다문화 가정을 이룬 서성협 작가가 바다와 땅의 경계에 있는 테트라포드를 소재로 나와 다른 사람, 한국과 외국의 ‘경계’에 대한 생각을 표현했다.
임수식은 사진을 통해 사람들의 기억을 표현하는 작가다. 미술관 내부 공간을 촬영한 뒤 책장에 책과 물건을 그린 조선시대 책가도 형식으로 재구성한 ‘책가도 433M’ 등이 나왔다. 김보민은 전통 산수화의 구도와 시점을 통해 현대 도시 풍경을 그린다. 산수화 같은 화풍으로 한강 다리와 세화미술관 주변 등 도시의 풍경을 보여준다.
미술관 관계자는 “오는 8월 독일의 세계적인 현대미술 거장 게오르그 바젤리츠 전시를 준비 중”이라며 “앞으로도 도심 속에서 수준 높은 현대미술을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는 공간을 가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두 전시 모두 6월 28일까지 열린다. 성인 8000원, 명함을 소지한 직장인은 평일 점심시간(오전 11시~오후 2시) 반값에 관람할 수 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2 weeks ago
11
![지금 시대의 감정, 불안[정덕현의 끄덕끄덕]](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5/PS26051400014.jpg)




![[포토] 농협상호금융, NH콕서포터즈 모집](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5/PS26051301214.jpg)
![[포토] 코레일관광개발 임직원, 농촌봉사활동](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5/PS26051301202.jpg)
![[포토] 농협목우촌, 골프팬 대상 이벤트](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5/PS26051301185.jpg)

!["아아 팔아 갖고는"…치킨·볶음밥까지 내놓은 커피전문점 '속사정' [트렌드+]](https://img.hankyung.com/photo/202604/01.43949627.1.jp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