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세’가 영화 소재가 된 건 일본의 후기고령자 분류 기준(75세 이상)과 관련이 깊다.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진행된 일본에서 노인 고령화는 의료 돌봄 체계에 큰 부담이다. 1947∼1949년에 태어난 단카이(團塊) 세대가 올해 75세 이상이 되면서 후기 고령자는 2154만 명(약 18%)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2017년 일본노인학회가 준고령자(65∼74세), 고령자(75∼89세), 초고령자(90세 이상)로 노인의 정의를 바꾸자고 제안한 건 이런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노인 비중은 2050년 34%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출산 추세가 지속된다면 생산연령인구(15∼64세) 1인당 부양해야 하는 노인 수는 2024년 0.27명에서 2050년 0.73명으로 늘어난다.
9일 학계와 시민단체 등 전문가들은 “노인 연령 기준을 70세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하자”고 제언했다. 2년에 한 살씩 2035년 70세까지 노인 기준을 올리자는 것이다. 1981년 노인복지법에서 65세 노인 연령을 규정할 당시 67.9세에 불과했던 평균수명이 2023년 83.5세까지 늘어난 것도 제언의 근거가 됐다. 국민 공감대도 넓다. 정부의 여러 조사에서 국민이 인식하는 노인 기준은 평균 70세 전후다. 60대에도 건강을 유지하고 사회 참여가 활발한 ‘영올드(Young Old)’가 많아진 것도 그 배경이다.그러나 노인 연령 상향을 모두가 반기는 것은 아니다. 65세 이후 복지 혜택 축소와 빈곤 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전문가들은 “소득 단절이 없도록 고용 기간을 연장하고, 연금 가입 연령 및 수급 연령을 단계적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60대 취업자 수는 올 4월 기준 690만 명으로 50대(667만 명)보다 많을 정도로 고령자 경제활동이 활발하다. 일하는 노인의 사정은 저마다 다르다. 규칙적 생활을 위해 일하는 노인도 있지만, 기초연금이나 복지 혜택으론 생계 유지가 어려워 절박한 심정으로 먹고살기 위해 구직에 나선 노인이 많다.
건강수명이 70세가 넘을 만큼 노인 건강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이 역시 소득에 따라 격차가 크다. 윤석준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연구에 따르면 소득 1분위(하위 20%)의 건강수명은 66.22세로, 5분위(상위 20%)보다 8.66년 짧다. 노인 연령 상향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재정 부담을 덜겠다는 나랏돈 관점으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 올 1월 국회 예산정책처는 노인 연령을 70세로 높이면 기초연금 재정이 연간 6조8000억 원 절감된다는 분석을 내놨다. 절감한 재정을 빈곤 노인에게 촘촘히 지원하는 보완책이 동반돼야 한다. 한국 노인 빈곤율은 38%로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박성민 정책사회부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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