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미지]국토의 63%가 숲인데 목재 자급률은 18%인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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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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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한국의 ‘산림녹화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으며 민둥산이 된 산과 숲을 복구한 70여 년의 녹화 역사를 담은 9619건의 기록물이다. 국민 식수 운동 포스터와 우표, 화전 정리 사업 일지, 연료림 조성 내용 등 다양한 자료로 구성됐다. 유네스코는 이 기록물이 ‘국가 차원의 계획과 국민의 참여를 통해 황폐한 산림을 성공적으로 복원한 사례’로서 ‘세계적인 가치’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전쟁 직후인 1953년 3600만 m³에 불과했던 임목 축적 총량은 2020년 10억3800만 m³로 29배 증가했다. 정부가 전국적으로 입산 통제와 나무 심기 운동을 전개하고, 국민들도 적극 동참한 결과다. 산림 면적은 현재 전 국토의 63%에 이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스웨덴, 핀란드, 일본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비율이다. 면적으로만 보면 대한민국은 산림 국가, ‘숲의 나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영남권에서 발생한 역대 최악의 산불은 한국 산림의 이면을 드러냈다. 수십 년간 솎아내기(간벌), 숲길(임도) 내기 등 관리 없이 ‘과잉보호’된 숲은 산불이 발생하자 연료로 가득 찬 거대한 화약고로 변신했다. 아홉 계곡이 굽이진 데서 이름을 따왔다는 경남 산청 구곡산은 이름 그대로 길이 험하고 굽이져 진화대가 접근하기 어려웠고, 지리산을 비롯해 국내 산 곳곳에 대책 없이 쌓인 1m 깊이 낙엽과 나무 잔재는 불쏘시개가 돼 화세를 키웠다. 이번 산불로 4만여 ha(헥타르), 서울 면적 3분의 2에 이르는 숲이 소실됐다. 최소한으로 복원하는 데만 30년, 생태계가 돌아오게 하는 데는 50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숲은 심는 것이 아니라 가꾸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산림녹화기록의 세계유산 등재는 우리가 숲을 ‘심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제는 숲을 가꿀 때다.

전 국토의 63%가 숲인데 한국의 목재 자급률은 2023년 기준 18.6%에 불과하다. 벌채는 ‘훼손’으로, 임도는 ‘환경 파괴’로 인식돼 온 탓에 목재, 임산물 등 숲 산업이 발전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산불은 건강한 숲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적절한 간벌과 임도 조성이 필수적임을 보여주었다.

일본에서 오카야마현 산촌이었던 마니와시는 넓은 숲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목재를 생산하고, 일본 최대 폐목재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만들어 지역 경제를 살렸다. 그 결과 숲도 커졌다. 시 전체 면적의 80%가 숲인데 이 중 절반 이상이 시민들이 조성한 숲이라고 한다.

산림녹화기록의 세계유산 등재는 우리 숲이 더 이상 보호받아야 할 객체가 아니라 함께 성장하고 상생해야 할 동반자임을 확인시켜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산림 관리 기관의 예산을 늘리고, 장기적인 산림 발전 계획을 수립해 목재뿐 아니라 임산물, 탄소 저감, 관광 등 숲에서 창출될 수 있는 다양한 부가가치들을 지금부터 발굴해야 한다. 아프리카 속담에 ‘나무는 그 열매로 판단된다’는 말이 있다. 산림녹화의 진정한 성과는 그 숲의 쓰임으로 증명될 것이다. 70년 뒤 우리의 산림 활용 기록은 어떻게 남게 될까. 지금부터의 노력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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