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협력기구 국방장관 회의
사실상 美·이스라엘 겨냥
이란 “中 지지해 줘서 감사”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정치·경제·안보 협의체인 상하이협력기구(SCO)의 10개 회원국 국방장관이 중국에 모여 미국과 이스라엘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스라엘과 무력 충돌 이후 처음으로 해외를 찾은 이란 국방장관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26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환구시보에 따르면, 둥쥔 중국 국방부장(장관)은 전날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린 SCO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해 각국 국방장관을 환영하면서 “100년 만에 찾아온 변화가 빠르게 전개되고 있고 일방주의와 보호주의의 역류가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패권적 횡포와 괴롭힘 행위가 국제 질서에 심각한 충격을 줘 혼란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며 “각국은 유엔과 SCO 등 다자기구 안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같은 목표를 가진 진보적 세력을 결집시켜 국제사회의 공정과 정의를 수호해 전 세계의 전략적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둥 부장의 발언에서 특정 국가가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미국과 이스라엘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일방주의와 보호주의, 패권적 횡포, 괴롬힘 등은 그동안 중국이 미국을 비판할 때마다 사용해왔던 표현들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각국 국방장관들도 SCO가 힘을 모아 실질적인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더욱 강력한 조치를 통해 평화와 발전을 공동 수호해야 한다는 데 뜻을 함께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특히 이번 회의에는 아지즈 나시르자데 이란 국방장관이 참석했다. 이란과 이스라엘이 미국 중재로 휴전에 합의한 직후 이뤄진 방중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전쟁이 발발한 이후 나시르자데 장관이 공개적으로 해외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시르자데 장관은 둥 부장과 회담에서 “(이스라엘 전쟁과 관련해) 최근 중국이 이란의 정당한 입장을 이해하고 지지해준 점에 감사하다”며 “중국이 정의를 수호해 휴전 국면을 유지하고 지역 긴장을 완화하는 데 더 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푸충 유엔 중국 주재 중국대표부 대사는 지난 2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회의에서 이스라엘과 미국을 향해 “국제법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이란의 주권을 침해했다”고 강력히 규탄한 바 있다.
둥 부장은 이번 회의 기간 동안 나시르자데 장관 뿐 아니라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 카와자 아시프 파키스탄 국방장관, 빅토르 흐레닌 벨라루스 국방장관 등과도 개별 회담을 진행했다.
SCO는 2001년 6월 설립됐다. 전신은 중국·러시아·카자흐스탄·키르기즈공화국·타지키스탄이 국경 지역 군축과 역내 협력 촉진을 위해 1996년 만든 ‘상하이 5개국 회담’(상하이 5)이다.
여기에 우즈베키스탄이 참여하면서 SCO는 본격 출범했다. 이후 2017년에 인도와 파키스탄, 2023년에 이란, 지난해 벨라루스가 합류하면서 회원국은 총 10개국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