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주치의 "연명치료 하지 말라는 게 그분의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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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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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뜨고 계셨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으셨습니다. 통증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으셨고, 그 순간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마지막 순간을 그의 주치의 세르조 알피에리 박사가 이같이 떠올렸다.

2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 라 레푸블리카 보도에 따르면 알피에리 박사는 지난 21일 오전 5시 30분께 교황의 간호사 마시밀리아노 스트라페티로부터 긴급 전화를 받았다. 교황의 상태가 위중하니 곧장 와달라는 내용이었다.

알피에리 박사는 약 20분 후 바티칸 내 교황의 거처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 도착했다. 방에 들어서자 교황은 눈을 뜨고 있었지만 반응이 없었고, 맥박은 점점 느려졌으며 호흡도 희미해지고 있었다.

그는 "병원으로 이송하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이동 중 돌아가셨을 가능성이 높았다"며 "교황은 생전 늘 '집에서 눈을 감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결국 그 바람대로 평온히 집에서 떠나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교황은 병원에서도 '산타 마르타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신 것이 아니라 '집에 가고 싶다'고 말씀하셨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특히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연명 치료를 단호히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알피에리 박사는 "교황께서는 2021년 복부 수술 당시부터 '삽관이나 무리한 치료는 하지 말라'고 여러 차례 당부하셨다"며 "이번 입원 때도 어떤 상황에서도 삽관하지 말라는 뜻을 분명히 하셨다"고 전했다.

라 레푸블리카는 교황이 수년 전부터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원치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해왔다고 해석했다.

올해 초 심각한 폐렴으로 입원했던 교황은 지난달 23일 퇴원한 뒤 최소 두 달간 외부 접촉을 자제하라는 권고를 받았지만, 이를 따르지 않고 빠르게 외부 활동을 재개했다.

퇴원 3주 만인 지난 16일, 교황은 자신을 치료했던 로마 제멜리 병원 의료진 70명을 바티칸으로 초청했다.

알피에리 박사는 이 소식을 듣고 강하게 만류했지만, 교황은 조용히 "고맙습니다"라고만 말했다고 한다. 그는 "세 번 그렇게 말씀하시기에 더는 만류해도 소용없겠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교황께서는 떠나시기 전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알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교황의 사명을 다하려 하셨고, 실제로 그렇게 하셨습니다."

알피에리 박사는 교황이 선종하기 이틀 전인 지난 19일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알현했을 당시만 해도 건강 상태가 꽤 양호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교황은 17일 로마 레지나 코엘리 교도소에서 성목요일 미사를 집전하신 일을 아주 기뻐했다"며 "다만 '이번엔 재소자들의 발을 씻어주지 못했어'라고 아쉬워하셨다. 그 말씀이 마지막 말씀이셨다"고 말했다.

알피에리 박사는 제멜리 병원 복부 종양 외과 과장으로서 2021년과 2023년 교황의 수술을 집도한 바 있으며, 올해 초 폐렴 입원 당시에는 교황의 의료팀장을 맡았다.

그는 교황이 식단을 잘 지키지 못하고, 밤중 간식을 찾아 부엌을 드나드는 등 인간적인 면모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알피에리 박사는 "2021년 수술 이후 식단 조절을 권했지만, 교황은 군것질을 좋아하셨다. 밤이면 몰래 산타 마르타 부엌에 가서 간식을 드시곤 했다"며 "덕분에 체중도 10kg 가까이 늘었다. 제가 너무 엄격하게 굴면 교황께서는 늘 '삶은 가볍고 여유롭게 살아야 한다"고 말씀했다"고 전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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