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친 스페인 방문 일정 중 마드리드서 회동
전문가 “트럼프 편협한 시각에 대한 질타”
레오 14세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던 푸에르토리코 출신 팝스타인 래퍼 배드 버니를 만났다. 중남미 지역에서 이민자들의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스타를 만나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을 비판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교황은 월드투어를 위해 스페인을 찾은 배드 버니와 지난 8일 마드리드에서 만났다. 다만, 교황청은 이같은 사실을 밝히면서도 만난 사진은 공개하지 않았다. 배드 버니의 전곡 스페인어로 된 앨범 ‘데비 티라르 마스 포토스’(Debi Tirar Mas Fotos)은 지난 2월 그래미어워드의 올해의 앨범상을 받은 바 있다.
앞서 교황은 스페인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배드 버니의 인기를 언급하며 “사람들이 배드 버니를 보러 갈지, 교황을 보러 갈지를 선택해야 한다면 많은 이들이 배드 버니를 보러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농담한 바 있다.
마시모 파기올리 아일랜드 더블린 트리니티 칼리지 신학교수는 “레오 교황은 세계 정치에서 특별한 역할을 하는 인물들과 함께 있는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공개적으로 반트럼프 입장을 표명한 사람들을 만나기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배드 버니는 지난 2월 미국 프로풋볼(NFL)이 주최하는 미국 TV쇼 가운데 최대 행사인 결승전 슈퍼볼 하프타임쇼에 나서면서 미국 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대부분의 무대를 스페인어로 채웠으며, 라틴문화를 당당히 찬양하는 공연을 펼쳤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의 초강경 이민 정책과 연방 요원들의 미국인 사살 사건 후폭풍이 거센 상황에서 이민자들과 중남미 지역 팬들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은 슈퍼볼 무대에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해당 공연에 대해 “정말 끔찍하고 역대 최악의 공연 중 하나”라며 “미국의 위대함에 대한 모욕이다”라고 논평하기도 했다.
파기올리 교수는 교황이 배드 버니와 만난 것이 “미국 문화에 대한 트럼프의 편협한 시각에 대한 암묵적인 질타이자, 미국의 다양성을 포용하겠다는 신호”라며 “오늘날 교회가 전하는 첫 번째 메시지는 종교적 메시지를 자민족중심주의 방식으로 왜곡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교황도 이번 스페인 방문에서 이런 메시지를 설파했다. 수많은 인파가 몰린 공개 행사에서 교황은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이민자에 대한 적대감을 부추기는 우익 포퓰리즘 정당을 비판하며, 스페인 시민들에게 자신들의 문화를 구성하는 다양한 영향력을 인정하고, 감사할 것을 주문했다.
교황은 마드리드 중심부에서 열린 야간 미사에서 “오늘날 양극화의 불씨를 부채질해 인기를 얻으려는 유혹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커졌다”며 “인간의 존엄성은 계속해서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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