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무료 체험 후 유료 전환
무심코 방치하다간 요금 술술
카드·통신사 '결합 할인' 늘고
구독해지·환불 경로 복잡해져
소비자 피해 늘지만 처벌 미미
방미통위 "법 개정 논의 진행"
직장인 A씨는 결제에 동의하지 않은 넷플릭스 이용료 1만7000원이 6개월간 빠져나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최근에 발견했다. TV 요금제에 결합된 넷플릭스 무료 이용기간이 끝나면서 구독이 자동으로 유료 전환됐다. A씨는 이를 해지하기 위해 이동통신사 고객센터에 문의했지만 "우리도 해지 방법을 모른다"는 답만 돌아왔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결제방식이 점차 복잡해지면서 자신도 모르는 새 '구독 함정'에 빠지는 다크패턴 피해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이용자가 보지도 않는 OTT 서비스를 무심코 구독하도록 유도하거나, 구독 해지 경로를 복잡하게 만들어 결국 포기하게 만드는 사례가 여기에 속한다.
1일 한국소비자원이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OTT 관련 상담 건수는 951건으로, 2024년 418건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연도별 피해구제 현황도 2021년 41건에서 지난해 71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피해구제 종류별로는 '계약해제·해지, 위약금'에 대한 민원이 103건으로 가장 많았고, 요금 중복 결제 등 '부당행위'에 대한 민원이 68건으로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OTT 서비스 관련 민원이 이처럼 늘어난 이유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통신사, 카드사와 결합한 복잡한 할인 행사가 늘어나면서 가입자의 혼선을 유발하기 쉬운 환경이 됐다는 점을 꼽는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무료 체험이 끝난 뒤 요금 인상에 대해서는 별도 동의를 받도록 의무화하고 결합상품 판매 시 개별 상품의 가격과 조건을 명확하게 고지하는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통신분쟁조정위원회는 2024년 통신사 요금제에 포함된 무료 영화 채널 부가서비스가 자동으로 유료 전환돼 3년간 청구된 사건에서 이용금액 전액을 환불하라는 조정안을 내놓았다. 이용자가 일정 기간 뒤 해당 서비스가 유료로 전환된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하더라도 요금 인상 시 별도 안내 절차가 없었다면 다크패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가입은 쉽게 유도하면서 취소나 탈퇴는 어렵게 하는 경로 방해 행위도 이용자의 스트레스를 높이는 다크패턴이다. "구독을 정말 해지하겠느냐"며 거듭 되묻거나, 취소 버튼을 아예 숨겨 두는 식이다. 최근 통신사 할인 행사를 통해 국내 OTT 서비스를 이용한 이 모씨(26)는 "구독을 해지하는 방법을 끝내 못 찾아서 결국 통신사에 전화해서 해지해 달라고 했더니 결제를 해지하려면 한 달만 더 무료로 이용하라며 발목을 잡더라"고 말했다.
방미통위가 지난해 발표한 자체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구독 서비스를 해지한 전체 응답자의 84.3%는 이같이 복잡한 해지 절차를 경험해 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중 48.2%는 "이 설계 때문에 내 의지와 다른 의사결정을 내린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전자상거래법에 규정된 금지 행위인 다크패턴이 성행하는 이유는 법적 구속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콘텐츠웨이브와 NHN벅스가 '중도 결제 해지' 규정을 숨긴 행위에 대해 각각 400만원,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데 그쳤다. 황 교수는 "위반 사례가 반복되는 사업자에 대해서는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엄격하게 적용해 법적 억지력을 키워야 한다"며 "다크패턴 신고 절차를 간소화해서 소비자의 불편을 줄여줄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방미통위는 이러한 다크패턴 사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법 개정 논의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월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거론된다.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 행위에 '부가통신사업자가 인터페이스를 조작해 구독 해지 등을 어렵게 하는 행위'를 포함하고 이를 어길 시 3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게 하는 내용이다.
다크패턴
이용자의 선택을 교묘하게 왜곡하는 디지털 서비스 환경의 설계 방식.
[박자경 기자 / 문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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