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유니폼이 '우파 상징' 됐다…콜롬비아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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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 열린 대선 유세 모임 도중 축구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우파 후보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에야 지지자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6일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 열린 대선 유세 모임 도중 축구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우파 후보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에야 지지자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달 말 대선 결선투표를 앞둔 콜롬비아에서 노란색 축구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우파 대선 후보인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에야가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이 유니폼을 자신의 선거운동 공식 복장으로 사용하면서다. 이를 두고 법원은 사용 금지를 지시하고, 좌파 진영에서는 날선 비판이 나오는 등 대립이 고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콜롬비아 전역에서 수천 명의 콜롬비아인들이 축구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거리로 나왔다. 오는 12일 개막하는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나온 인파가 아니었다. 그날 열렸던 콜롬비아 대선 1차 투표에서 우파 후보인 에스프리에야를 지지하기 위해 결집한 사람들이었다.

에스프리에야는 선거운동 마지막 며칠 동안 지지자들에게 대표팀 유니폼 착용을 요구했다. 지지자들은 최종 유세장과 투표소에서 유니폼을 입고 나타났다. 이는 세력 과시인 동시에 투표소에서 선거운동용 의류 착용을 금지한 법을 우회하는 행위이기도 했다. 에스프리에야는 1차 투표에서 1위를 기록했지만, 과반을 넘기지는 못하면서 오는 21일 좌파 후보 이반 세페다와 결선투표에서 맞붙게 됐다.

4년 주기로 열리는 콜롬비아 대선과 월드컵은 개최 연도가 겹친다. 정치인들은 과거에도 축구 국가대표팀의 인기를 선거에 활용하려 해왔다. 세페다의 정치 우군인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은 2022년 대선 출마 당시 유니폼을 입고 등장한 바 있다. 후안 마누엘 산토스 전 대통령은 2014년 콜롬비아 최대 게릴라 조직과의 평화협정을 앞두고 국민 지지를 모으기 위해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자주 착용했다. 2014년은 콜롬비아 대표팀이 월드컵 8강에 진출하면서 사상 최고 성적을 기록한 해다. 에스프리에야는 이번 선거에서 마약 밀매업자와 무장단체로부터 조국을 방어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다만, 유니폼을 정치 도구로써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콜롬비아에서 대표팀 유니폼은 숭배에 가까운 대접을 받는다고 NYT는 전했다. ‘라 아마릴라’(노란색)로 불리는 유니폼을 두고 논쟁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에스프리에야 캠페인의 유니폼 사용 금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원고의 손을 들어주며, 결선 투표까지 선거운동에서 유니폼을 착용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세페다는 “상대 후보가 정치적 이득을 위해 국가대표 유니폼을 훔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콜롬비아 축구협회도 “국가대표팀을 정치적 대립에 이용하는 것”이라며 규탄했다. 에스프리에야 지지자인 한 남성은 “유니폼은 모두의 것이고, 누구든 원할 때 입을 수 있다”며 “세페다의 비난은 그가 패배해다고 느끼기 때문에 나온 절박한 행동”이라고 NYT에 말했다.

국가대표팀 유니폼이 정치에 활용된 사례는 다른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브라질에서는 극우 성향의 전 대통령인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2018년과 2022년 선거에서 유니폼 착용을 독려했다. 이후 유니폼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상징의 지위를 잃게 됐다. 2021년 페루에서는 게이코 후지모리 대선 후보가 유니폼을 착용하고 유세와 토론에 등장했다. 이후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 중 일부가 “페루여, 유니폼을 입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내면서 정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손주형 기자 handb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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