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명나라 시절 이야기다. 명 태조 홍무제는 집권 후반기에 변방의 장군들이 중앙정부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틈을 타 난을 일으킬까 겁이 났다. 그래서 이들을 통제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하나 냈다. 최측근인 환관들을 감군(監軍)으로 임명해 내려보낸 것이다.
명분은 ‘감시와 견제’였지만, 장군들은 이들의 발언에 황제의 의중이 실려 있다고 생각했다. 장군들이 알아서 감군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자 국방정책은 점차 군사적 고려 보단 정무적 판단으로 기울어졌다. 이 과정에서 일어난 국방력 약화는 명 멸망의 단초로 지목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에서 검토 중이라는 ‘국민연금의 금융지주 사외이사 후보 추천 구상’은 이 오래된 역사적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취지는 이재명 대통령이 “부패한 이너서클”이라고 질타한 금융지주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해 국민연금이 추천한 사외이사가 직접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권은 이런 ‘국민연금 역할론’에 우려를 표하는 분위기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금운용위원장으로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정부가 국민연금에 끼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시선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사외이사의 강력한 존재감으로 이사회 내 균형이 무너지고, 금융회사들이 그의 발언을 통해 정부의 의중을 파악하는 데 더 신경을 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주 회장의 연임 기준 역시 ‘누가 이 사외이사와 합이 더 잘 맞느냐’로 새롭게 정립될 여지가 있다. ‘황제의 감군’ 사례처럼, 이는 또 다른 형태의 의사결정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대외 신뢰도 측면에서도 부담 요소가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민연금의 경영 개입을 두고 오히려 “지배구조 리스크가 높아졌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들이 국민연금과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한다면 불필요한 소모전만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참호 구축’ 관행을 깨야 한다는 당국의 문제의식은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해법이 ‘관치’의 성격을 띠어서는 곤란하다. 정부가 국민연금의 적극적 역할을 기대한다면, 국민연금의 독립성에 대한 대외적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먼저다. 기금의 의사결정이 정부로부터 분리돼 있다는 확신이 뒷받침될 때에만 시장도 이를 ‘지배구조 개선’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안정훈 금융부 기자]




![청년 식품기업 매년 100개 육성…K푸드 창업사관학교 출범[食세계]](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4/PS26041800815.jpg)




![[MK시그널] 로보티즈, 美 빅테크에 로봇 손 부품 공급 및 피지컬AI 수혜주 등에 주가 상승세, MK시그널 추천 후 상승률 12.83% 기록](https://pimg.mk.co.kr/news/cms/202603/20/news-p.v1.20260320.5ea8839301ed4284a9cb365ffae9579b_R.pn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