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인소 단장 "피지컬 AI는 사람 코칭 받아야 발전…교육열 높은 한국에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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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는 10년간 발표된 인공지능(AI) 분야 주요 논문과 연구자 20만 명을 분석해 ‘글로벌 100대 AI 인재’를 꼽았다. 여기에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등과 함께 이름을 올린 유일한 한국인 연구자가 있다. 권인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피지컬AI연구단장(68)이다. 지난해까지 KAIST 명예교수로 있던 권 단장은 올해 KIST로 옮겼다. 권 단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미국과 중국도 아직 치고 나가지 못한 피지컬 AI에서 한국이 1등을 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인 특유의 끈기가 로봇을 교육해야 하는 피지컬 AI에 잘 맞는다”며 “이 같은 기질이 반도체 기술, 제조 데이터와 결합하면 ‘한국형 피지컬 AI’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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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에 부임한 지 6개월이 됐습니다.

“피지컬 AI에 관심이 워낙 많다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웃음). 세계적으로 보면 테슬라 구글 엔비디아 같은 곳은 (피지컬 AI에) 천문학적 투자를 하거든요. 중국의 ‘속도전’도 익히 아는 대로고요.”

▷피지컬 AI 전문가 눈에 현재 한국의 수준은 어떻습니까.

“충분히 승산이 있는 단계라고 봅니다. 세계적으로 피지컬 AI는 산업화가 안 된 초기 단계예요. 그렇다면 기술 성숙도 중요하지만 그 기반이 될 초기 생태계가 필수적이거든요. 한국은 그런 것이 잘 어우러져 있다고 봐요. 반도체가 있고, 기술을 활용하는 사람의 수용성과 적응력이 탁월해요. 제조업을 통해 갖춰진 데이터도 훌륭하고요.”

▷우리의 또 다른 강점이 있습니까.

“한국인의 기질이죠. 피지컬 AI는 결국 로봇 등의 물체가 사람에게 코칭을 받아가면서 데이터를 습득하고 발전하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얘가 아직 그렇게 똑똑하지 못해요. 그걸 인내심을 갖고 교육할 민족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것 같아요. 로봇을 고도화하기 위해선 사람의 노력과 인내심이 중요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한국인의 기질과 특성, 교육열을 볼 때 해볼 만하다는 거죠.”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한 경쟁자가 있지 않습니까.

“피지컬 AI는 미국도 아직 잘 못하고 있어요. 왜냐면 복잡도가 너무 높아요. (찻잔을 들며) 로봇에 이걸 잡는 방법을 가르친다고 합시다. 사람은 (찻잔을) 잘못 잡으면 깨진다는 물리적 특성을 특별히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이해하고 있어요. 그런데 로봇에는 이 물리 법칙을 가르치기 너무 어려운 거죠. 언어와 달리 물리 세계에선 움직임의 경우가 무한대로 늘어나니까요. 생성형 AI에서 쓰는 훈련 방식을 피지컬 AI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워요. 이 복잡한 물리 법칙 관계를 로봇에 가르친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미국도 못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우리가 메모리 반도체에서 1등을 하고 있고, 로보틱스 분야 인력은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평가될 만큼 상당한 수준이에요. 피지컬 AI에서는 리더라고 할 만한 AI 모델이 확립돼 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자체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도 개발해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다음 자체 칩을 제조해 로봇에 적용하고 한국형 생태계를 조성하면 대한민국에 기회가 있다고 보는 거죠.”

▷자체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은 소버린 AI 측면에서 중요한 건가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차남 에릭 트럼프가 전략고문으로 있는 기업이 우크라이나 전장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보내 실증했거든요. 회사 이름 자체가 ‘파운데이션 퓨처 인더스트리스’예요. 그 회사가 무서운 것은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실제 전쟁 상황 데이터를 취득했다는 점입니다. 그런 데이터를 이용하면서 고도화된 파운데이션 모델을 갖춘 휴머노이드 로봇이 개발됐다고 하면 군인을 대체할 수 있겠죠. 그걸 미국이 우리에게 줄까요? 이런 사례에 비춰보면 자체 한국형 모델은 꼭 필요해요.”

▷강한 제조업에서 축적된 데이터는 피지컬 AI에 어떤 영향을 줍니까.

“앞으로 제조에 대한 이해가 사람보다 훨씬 뛰어난 AI가 과거 수십 년간 쌓인 물리적 제조 데이터를 학습하고 사람처럼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데이터가 주요 병목인데, 이게 해결되면 엄청난 제조 혁명이 오는 거죠. 우리는 반도체, 데이터, 생태계가 잘 마련돼 있으니 이 셋의 ‘밀(密) 결합’이 잘 이뤄지면 한국형 피지컬 AI를 제조하고 특정 분야에서 1등을 차지할 수 있다고 봅니다.”

▷미국과 중국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미국은 아무래도 빅테크가 보유한 리소스가 있기 때문에 파운데이션 모델 역량이 뛰어납니다. 일례로 메타에 있던 얀 르쿤이 그만두고 나와서 최근 AMI라는 회사를 창업했는데, 이유는 피지컬 AI 시대에는 말 기반의 대규모언어모델(LLM)로는 부족하고, 연속적 물리 세계의 다음 상태를 예측하는 ‘JEPA’(Joint Embedding Predictive Architecture·공동 임베딩 예측 구조) 모델로 가야 한다는 거예요. 이런 다양한 시도를 하고 또 여기에 거대한 자본을 투자하는 게 미국의 힘입니다.”

▷중국은 어떻습니까.

“모델 측면에선 미국을 따라가지 못하지만 하드웨어의 제조 능력과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요. QDD(준직접 구동·로봇용 액추에이터) 모터 영역에선 상당히 앞서 나가고 있죠. 기존 모터는 회전 속도가 워낙 빠르니까 로봇 관절에 적용하려면 감속기를 많이 넣어야 하거든요. 그래야 로봇에 적당한 속도로 움직이는데, QDD를 쓰면 감속기 의존도를 크게 낮추면서 높은 출력을 낼 수 있습니다. 중국 로봇이 덤블링하고 역동적 동작을 하는 게 이런 기술 때문이거든요. 이 분야에서는 현재 중국이 가장 앞서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상상하는 피지컬 AI 시대는 언제쯤 올까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피지컬 AI에 명확한 경로가 있으면 좋겠지만 백지상태에서 흘러가는 것이라 미래는 알 수 없어요. 현재 기술 발전 속도를 보면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박한신 기자

권인소 단장은…

△경북 안동고 △서울대 기계설계학 학·석사 △미국 카네기멜런대 로봇공학 박사 △한국기계연구원 연구원 △도시바 연구개발센터 연구원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아시아컴퓨터비전총회 공동의장 △세계 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 회원 △한국로봇학회장 △한국컴퓨터비전학회장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피지컬AI연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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