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韓商 "중동의 금융허브 두바이 지고, 오만 떠오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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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韓商 "중동의 금융허브 두바이 지고, 오만 떠오를 것"

서울 코엑스마곡에서 31일 열린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세계대표자대회에 참석한 세계 각지의 한국 기업인들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중동 질서가 재편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또 “전 세계 물류비용이 치솟고 공급망이 엉키면서 전쟁의 2차 충격이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다”며 “민관이 힘을 모아 치밀한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 “항공·해운 물류 세계 곳곳서 차질”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는 한상(韓商)은 “중동 전쟁 이후 그물망처럼 얽혀 있는 글로벌 공급망에 동시다발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제조업체가 다수 진출해 있는 베트남 상황이 특히 심각했다. 베트남에서 20년 넘게 물류사업을 하는 최분도 회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전쟁 이후 항공유 부족으로 국내 항공기가 호찌민에 올 때 왕복 항공유를 채워오고 있다”며 “현지에 진출한 일부 한국 화학업체는 나프타 등 석유화학 원재료를 구하지 못해 공장 가동을 이미 멈췄다”고 했다. 그는 “베트남의 비축유는 2개월치에 불과하다”고 걱정했다. 우리 정부가 보유한 7개월치 석유 비축 물량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 오만 뜨고 두바이 지고

홍콩에서 레이저 정밀 가공 장비 제조사를 경영하는 강기석 레이저발 회장은 “항공 차질로 이스라엘과 유럽에서 들어오던 부품 공급이 끊겼다”며 “한 달치만 쌓아두던 재고를 넉 달치 이상으로 늘렸더니 비용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있다”고 털어놨다.

중동 지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의 타격은 더 컸다. 오만을 기반으로 원양어업을 하는 김점배 대표는 kL당 700~800달러이던 유가가 전쟁 발발 후 1500~1600달러로 두 배 넘게 치솟았다”며 “선박 운영 경비의 70%가 기름값인데 감당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김 대표는 “중동 지역 주요 항구가 폐쇄되면서 컨테이너에 실어놓은 물량을 빼낼 수 없어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기업인들은 이번 전쟁을 계기로 중동 질서가 재편될 것으로 관측했다. 중동의 ‘금융 허브’ 두바이는 이란의 미사일 공격 등으로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김 대표는 “두바이는 과거 알카에다, 후티 반군과 분쟁이 있던 당시에도 안전한 국가로 간주됐는데 이번에 이런 신뢰가 깨졌다”며 “부자들이 앞으로 두바이에 과거처럼 몰려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오만은 자국 내에 호르무즈해협을 대체할 인공 수로를 만들 수 있다”며 “우리 정부도 전략적으로 오만과의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전쟁 터졌는데 중동 주요 대사관 공석”

정부 지원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김 대표는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총영사관, 아부다비 대사관 등 중동 현지 국내 주요 거점의 수장 자리가 빈자리”라며 “대사관이 현지에서 한국을 대리하는 ‘창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해외에서 활동하는 기업인이나 그 배우자가 한국에서 180일 이상 머물면 국내 거주자로 분류돼 세금 부담이 커진다”며 “국내 투자, 국내 입국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세 제도를 취지에 맞게 운영하되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일본 사이타마에서 김과 화장품 사업을 하는 신상윤 신인터내셔널 대표는 “일본은 국내 기업이 활동하기에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한·일 관계가 정치적 문제로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중국 선전을 거점으로 2차전지 제조업을 운영하는 신현국 에프디라이테크 대표는 “사실 KOTRA,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국내 중소·중견기업을 지원하는 역할이 크지 않다”며 “정부가 월드옥타 같은 민간단체를 지원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조언했다.

이광식/황정환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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