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원·달러 환율이 다시 1390원대로 올라섰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1370원대까지 내려갔으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이후로 오히려 상승세를 보이며 1400원대를 가시권에 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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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상승하며 1399원까지 올랐다가 상승폭을 줄이더니 하락 전환해 1382.6원으로 정규장을 마감했다. (사진= 연합뉴스) |
22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 종가(1393.6원)보다 1원 내린 1392.6원을 기록했다. 지난 주말 야간장에서 1399.5원까지 오르며 1400원대 돌파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이날 개장 직후 1399원으로 장중 고가를 찍은 뒤 상승폭을 줄이며 전거래일대비 하락 전환했다.
이날 환율 하락은 수급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약 48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으며 역외에서도 달러 매도 물량이 들어왔다.
반면, 최근 환율 상승 요인으로 지목됐던 달러 가치는 상승했다. 시장에선 FOMC 회의 이후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화되면서 달러 가치가 반등하면서 환율이 오른 것으로 풀이했으나, 이날은 달러 가치와 환율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유로와 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FOMC 회의 직전인 16일 96.65까지 떨어졌다가, 금리 인하 결정이 발표된 이후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오르며 97.76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는 해당국 통화 약세로 이어지는 통상적인 흐름을 역행하는 움직임이다. 현재 달러 가치는 절대적인 강세라기보단 금리 인하 기대감을 크게 반영했던 움직임을 되돌리는 반등세로 해석된다. 달러 인덱스가 기준선인 100을 밑돌고 있는 점이나, 올해 1월엔 110을 웃돌았던 것을 고려하면 글로벌 달러 약세 국면이라는 진단이다.
그럼에도 원·달러 환율은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인 1400원선을 위협하는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8월 초 고점 대비 달러인덱스와 달러·엔환율은 각각 3.8%, 2.9% 하락하는 동안 원·달러 환율은 1.7% 하락에 그쳤다”며, 원화가 유독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원화 약세의 요인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았다. 기조적인 경상수지 흑자에도 해외 투자 증가로 빡빡해진 외환 수급여건과 한미 관세 협상 불확실성 증대다.
우선 개인과 기관의 해외 투자와 기업의 대미 직접 투자가 모두 늘어나면서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 실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했다. 이 연구원은 “내국인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이 누적되고 있으며, 기관의 환전수요도 상당하다”고 했다. 일부 기업들은 대규모 대미 투자에 대비해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환전하지 않고 쟁여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관세협상 후속협의가 교착상태에 빠진 점도 원화 약세를 조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위원은 원화 약세 원인으로 △FOMC 재료 소멸 △엔 약세 △한미 추가 관세협상 타결 지연을 꼽았다. 그는 “이번 주 환율은 1380~1410원 수준의 박스권 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당분간 1400원 돌파 가능성을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