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언어 장벽 사라진 ‘X’ 게시글… 가까워진 세계, 뜨거워진 역사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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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실시간 자동번역, 새로운 풍경
日서 처음 본 한국 고라니에 열광
‘위안부 왜곡’에 전세계서 비판도

지난달 일본 ‘X’(옛 트위터)에선 한국의 고라니 사진 한 장이 화제였다. 일본인에겐 낯선 고라니를 ‘キバノロ’(기바노로·엄니노루)라 부르며 “얼굴은 육식동물 같은데, 몸은 사슴이라 신기하다”, “뿔 대신 이빨이 나는 것 같다”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관심이 커지자 베트남 이용자들도 합세했다. “한국에 고라니가 있다면, 우리 베트남엔 ‘아시아의 유니콘’이라 부르는 ‘사올라(Saola)’가 있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국경도, 언어 장벽도 없이 동물 얘기가 실시간으로 이어진 모습은 지난달 7일 X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자동번역’이 만들어낸 새로운 풍경이다. X 이용자들은 생성형 AI ‘그록(Grok)’ 기반의 번역을 통해 타 언어로 작성된 게시글들도 즉시 모국어로 볼 수 있게 됐다. 세계 이용자가 하나의 광장에서 모이는 ‘언어의 바벨탑’이 세워졌단 호평도 상당하지만, 갈등의 소지가 고스란히 드러나며 논란이 벌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자고 일어나니 이탈리아 아저씨가 우리 집 냉장고를 뒤진 느낌”이라며 불편함을 드러낸 이용자들도 있었다.

고라니가 화제였던 일본은 언어 장벽이 허물어진 뒤 역사를 왜곡한 게시물들이 해외로 알려지며 비난을 받기도 했다. 최근 한 일본 X 이용자가 “옛날엔 한국과 일본이 같은 나라였고, 성산업에 종사하는 건 당시 법률로 합법이었다. 성노예로 삼았다는 사실은 없다”는 글을 올렸는데, 자동번역을 타고 다른 언어로도 퍼졌다. 이에 많은 나라에서 “노예 제도도 합법이었는데, 그게 옳다고 생각해?”,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 편에 선 이유를 발견하게 되는 중”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문화권별로 상이한 저작권 의식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 18일 저작권해외진흥협회(COA)와 한국 웹툰 회사들이 스페인 당국과 협력해 스페인어권의 최대 불법 웹툰 사이트인 ‘투망가온라인’을 폐쇄한 걸 두고 국내외 이용자들 간에 설전이 벌어진 게 대표적인 경우다.

남미 이용자들은 “정식 서비스가 없는 나라에선 (웹툰을) 구매할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으며 “한국인들과 그들의 만화 때문에 엄청난 양의 작품을 잃어버렸다. 저 회사(한국 웹툰사)들이 파산했으면 좋겠다”고 불만을 내비치기도 했다. 반면 웹툰 산업이 활발한 한국이나 일본 이용자들은 “불법 번역은 작가에게도 아무런 이득도 없다”고 맞섰다.

김도연 국민대 미디어·광고학부 교수는 이런 상황을 두고 “초기엔 과거에 접하지 못했던 정보에 노출되며 새로운 갈등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새로운 깨달음이나 자기 성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꼭 부정적인 결과만을 예상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김도연 기자 rep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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