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일개 민간기업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한미동맹이 흔들리면서 배경을 놓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그중 하나는 미 행정부와 의회에 대한 쿠팡의 전방위 로비다. 실제로 최근 미 상원이 공개한 로비 공개법(LDA)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올 1분기에만 로비 자금으로 109만 달러(약 16억 원)를 지출했다. 로비 대상은 밴스 부통령을 비롯해 백악관 비서실, 국무부, 재무부, 상무부, 무역대표부(USTR), 상·하원 등 주요 부처와 정치권을 망라한다.
사실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에서 로비가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대(對)이스라엘 정책이다.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 등 친이스라엘 로비단체가 미 행정부와 의회의 중동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각에선 이번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스티븐 월트 하버드대 교수(국제정치학)는 지난달 포린폴리시(FP)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의 친이스라엘 고리를 지적하며 “대통령을 포함해 이스라엘의 전략을 받아들이고, 폭력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믿었던 인물과 집단에 주목해야 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로비의 영향력이 줄고, 미국이 이스라엘과 보다 ‘정상적인 관계’를 맺기 전까지는 이런 사태(미-이란 전쟁)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유대계인 사위 재러드 쿠슈너를 미-이란 전쟁 종전협상 등에 중용하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는 ‘찐 브로맨스’를 과시하고 있다. 전쟁 전 “이란 지도부가 제거되면 금방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네타냐후 총리의 집요한 설득에 트럼프 대통령이 넘어갔다는 내용이 최근 보도되기도 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상원의원 시절 친이스라엘 로비단체들이 제공하는 정치자금을 받으며 이스라엘 지원 정책을 적극 지지했다.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네타냐후 총리의 선거운동에 정치 자문을 제공한 전력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친구로 백악관 중동특사를 맡고 있는 스티브 윗코프도 유대계 인사로 친이스라엘 정책에 적극 동조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로비가 성공하는 건 아니며, 특히 대상국의 국가이익에 어긋나는 무리한 로비는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1970년대 미 정치권을 강타한 ‘코리아 게이트’가 대표적이다. 당시 박정희 정부와 연계된 재미 사업가 박동선 씨가 주한미군 철수 중단 등을 위해 미 의원 수십 명에게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한미관계가 크게 악화됐다. 이스라엘의 공격적인 대미 로비도 미 정치권에서 큰 반발을 사고 있다. 반(反)이스라엘 정치인 낙선을 위해 극우 후보에게 자금을 지원하자, 일부 의원들이 AIPAC의 후원금을 거부했다. 학계에서도 존 미어샤이머 같은 석학들이 이스라엘의 로비가 미국 외교를 왜곡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쿠팡의 로비도 미 행정부를 앞세워 최소한의 방패막을 만들 수는 있겠지만, 한국 국민과 정부의 반발을 사 장기적으로는 손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이란 전쟁에서 이스라엘의 설득과 로비도 고유가를 촉발하며 미국과 세계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쿠팡 사태뿐 아니라 최근 대북 정보 공유 중단 등 악화된 한미관계를 푸는 해법도 양국의 국가이익에 윈윈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김상운 국제부 차장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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