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평인 칼럼]‘주권 AI’ 먹튀 하정우

1 hour ago 2

윤석열 정부에서 ‘디플정’ 중책 맡은 뒤
이재명 정부에서 발탁된 AI미래기획수석
AI 발전을 위해서는 여야 초월해야 하는데
국회의원 기회 오자 열달 만에 자리 박차

송평인 칼럼니스트

송평인 칼럼니스트
하정우 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은 이재명 대통령의 각료나 참모 중에서 자리에 적합하다고 본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는데 ‘주권 AI’의 판만 벌여놓고 고작 열 달 만에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다니 실망이다.

그가 지난해 낸 ‘AI 전쟁 2.0’이란 책을 읽다가 손에서 놓지 못하고 끝까지 읽어버렸다. AI의 기술적 측면과 사업적 측면에 대한 이해만이 아니라 정책적 측면의 이해까지 깊었다. 굳이 안목을 따질 필요도 없이 네이버에서 AI 관련 팀을 이끌었다는 경력 자체가 자격증명서다. 국제 주요 AI 학회의 논문 선정 위원이라는 사실도 눈에 띈다.

이 대통령이 최근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를 만나 별 할 말이 없었는지 “제미나이가 가끔 엉뚱한 답을 내놓는다”는 객쩍은 소리를 했다. 예전의 AI는 ‘세종대왕 맥북(MacBook) 던짐 사건에 대해 말해달라’고 하면 가짜 대답을 만들어냈다. 요새 AI는 그 정도 질문에 대한 환각은 거의 없다. 최신 뉴스까지도 검색해 답한다. 제미나이 프로에게 평안북도 구성에 대해 묻자 “2026년 4월 한국 통일부 장관이 우라늄 농축 시설 존재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세 번째 주요 핵물질 생산 거점이라는 사실이 수면으로 드러났다”는 답을 내놓았다.

물론 제미나이가 항상 정확한 답을 내놓는 건 아니다. AI 덕분에 비전문가도 도메인을 개설하고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게 됐다. 수리카타(Suricata)라는 해킹 탐지 프로그램을 깔다가 탐지 규칙이 적용이 안 돼 제미나이에게 계속 물어봤는데도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결국 클로드 소네트로 옮겨가 경로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해답을 찾았다. 물론 클로드 소네트도 항상 제대로 된 답을 내놓는 건 아니다. 포티게이트(Fortigate)라는 방화벽을 깔 때는 막판에 작동이 안 됐다. 클로드는 해결도 안 되는 답을 비슷하게 돌려가며 반복했다. 결국 컴퓨터 전문가 지인에게 물었다. 라이선스 번호를 찾아 입력하라는 간단한 해결책이었다.

AI에게서 답을 찾지 못한 것은 프롬프트에서 전체적인 맥락을 제시하지 않고 단면적으로 물은 탓일 수도 있다. 무료인 클로드 소네트가 아니라 유료인 클로드 오퍼스를 사용했으면 어땠을지 모르겠다. 클로드는 최근 미토스라는 AI를 새로 내놓았는데 컴퓨터 프로그램의 취약점을 너무 잘 찾아내서 일반 공개를 못 하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일반인은 대체로 AI를 웹에서 사용하는 걸 전부로 알고 있다. 웹상의 AI는 돈만 내면 고성능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그런 AI는 소스가 공개되지 않는다. 그래서 개발자들은 성능이 떨어져도 오픈소스 AI를 내려받아 응용 프로그램을 만든다. AI를 에이전트로 활용하려면 개발자들이 사용하는 방식(API 방식)이 더 활성화돼야 한다.

성능이 떨어지는 오픈소스 AI 중에는 환단고기에 대해 위서(僞書)라는 언급 없이 먹는 고기라고 떠드는 것도 있다. 사전(事前) 학습이 과거 시점에 멈춰 있어 한국의 현 대통령을 윤석열이라고 답하는 것도 있다. 개발자들은 이런 AI에 새로운 데이타를 추가해(파인튜닝해) 프로그램을 만든다. AI가 전략적인 도구가 될수록 첨단은 늘 소스가 공개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끼리라도 오픈소스로 활용할 수 있는 고성능 AI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고 그것이 ‘주권 AI’다. 웹에서 AI에게 질문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민감한 개인정보를 털어놓기 쉽다. 대통령 정도 되면 AI를 직접 사용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비밀인지 아닌지 구별이 안 돼 AI에게 물어보는 과정에서 비밀을 노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보안을 위해서도 ‘주권 AI’가 필요하다.

AI 발전을 위해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하 씨는 윤석열 정부에서 구성된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에서도 AI·데이터분과 위원장과 초거대 공공 AI태스크포스 팀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어느 정권이냐에 구애받지 않고 일해왔고 또 그런 식으로 일해야 할 사람이 어느 한편에 서는 정치에 뛰어들었다.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를 점한 민주당에게 의석 하나는 의미가 없다. 그런 의석을 위해 AI 최고 전문가를 끌어낸 민주당도, 그렇다고 내준 정부도 치졸하다. ‘윤 어게인’을 대체할 보수 세력의 싹(한동훈)을 아예 잘라버리겠다는 탐욕임을 모르지 않을 텐데 그 탐욕에 올라탄 하 씨도 똑같다. 요새 IT 기업인 중에는 2021년 카카오페이 사건에서처럼 제 이익을 위해서는 눈 한번 깜짝하지 않고 ‘먹튀’하는 자들이 있다. 나랏돈으로 나랏일 하면서 얼굴과 이름을 팔아놓고 그걸로 출마를 하니 먹튀가 아니고 뭐겠는가.

송평인 칼럼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 오늘과 내일

    오늘과 내일

  • 기고

  • 횡설수설

송평인 칼럼니스트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