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이 외면한 녹취가 주가조작 핵심 증거
2심 재판부가 주목한 증거는 김 여사가 증권사 직원의 사무실로 전화해 통화하면서 남긴 육성 녹취다. 김 여사는 20억 원이 든 자신의 증권 계좌를 주가조작 일당에게 맡기면서 “수익을 그쪽과 6 대 4로 나눠야 한다”고 했다. 아무런 손실 보장 약속도 없이 도이치모터스 주식 한 건에 투자하라고 20억 원을 몰아주고 수익이 나면 40%나 떼준다는 것이었다. 김 여사는 그 직원에게 “(지금 쓰는) 사무실 전화는 녹음되니 통화는 휴대전화로 하자”란 말도 했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큰돈을 벌 것으로 기대했을 가능성이 크고, 그런 거래의 흔적을 감추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전화로 주식 거래를 할 때 고객과 증권사 직원의 통화는 모두 녹음된다. 주가조작 수사에선 기본적으로 살펴보는 자료다. 하지만 검찰은 4년 반이나 수사하면서 이 녹취 파일을 확보하지 못했다. 주가조작에 쓰인 김 여사의 3개 계좌 중 이 계좌에 대해서만 통화 기록이 누락됐다고 한다. 불기소 처분 이후 재수사에 나선 서울고검이 두 달도 안 돼 찾아낸 걸 보면 못 했다기보다 안 한 것에 가깝다. 고검의 뒷북 수사 역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특검 출범이 임박했던 지난해 4월에야 시작됐다.
김 여사는 2024년 5월 박성재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내 수사가 어떻게 되고 있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도이치 사건 수사 지휘부가 이창수 전 서울중앙지검장 등 ‘찐윤’ 검사들로 모두 물갈이되던 때였다. 수사팀에서 김 여사의 예상 진술과 함께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한다는 취지의 내부 문건을 만든 것도 그즈음이라고 한다. 그 후 두 달 뒤, 김 여사를 소환 조사하라는 검찰총장의 지시도 어긴 채 검사들이 대통령경호처 부속건물로 찾아가 김 여사를 조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곤 앞서 작성했던 문건대로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했다.
“봐주기 수사”란 비판이 끊이지 않았지만 올 1월 1심 판결은 달랐다. 김 여사의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의심은 가지만 공범으로 가담하진 않았다며 무죄 판결했다. 이 판결로 검찰에선 도이치 사건 수사가 억울하게 매도당했다는 목소리도 일부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2심 재판부는 1심의 오류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시세조종 세력과 김 여사 간에 갈등이 있었던 점에 대해서도 1심은 무죄 정황으로 봤지만 2심에선 주가조작 범행 특성상 공범들끼리 이익 배분을 두고 흔히 다툼이 벌어진다면서 유죄 판단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상식과 법, 다르지 않다는 점 보여준 2심
이번 판결은 법의 관점이 일반 국민의 상식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보여 준다. 주가조작 유죄 판결로 검찰이 김 여사에 대해 ‘봐줄 결심’을 했었다는 점도 자연스레 드러났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통일교로부터 받은 802만 원짜리 샤넬 백이 의례적 선물에 불과하다고 본 1심의 판단도 바로잡았다. 취임을 앞둔 대통령의 부인에게 아무 대가도 안 바라고 비싼 명품 백을 건네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묵시적 청탁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유죄로 뒤집었다. 1심에서 1년 8개월이던 형량은 4년으로 늘어났다. 김 여사는 이에 불복해 상고하겠다고 한다. 대법원은 어떻게 판단할지 지켜볼 일이다.
신광영 논설위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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