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액 샅바싸움하다… 또 투표로 정한 최저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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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700원 노사 모두 불만
경영계 “업종별 차등 빠져 유감”
노동계는 ‘라이더 등 제외’돼 비판
“객관적 자료 기반 결정 시스템 필요”

14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표결을 통해 1만700원으로 결정한 이후 권순원 최저임금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30원 간격에서 투표한 만큼 합의에 준하는 표결”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동안 12번이나 최저임금 요구안을 수정해 가며 샅바싸움을 벌인 경영계와 노동계는 일제히 최저임금 결정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에도 노사 간 막판 줄다리기 끝에 법정 심의 기한을 15일이나 넘겨 최저임금을 결정한 것을 두고 40년 가까이 이어진 최저임금 결정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 내년 최저임금 1만700원… 노사 모두 불만족

경영계는 이번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업종별 차등 적용이 무산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5일 입장문을 통해 “지불 여력이 이미 한계에 다다른 숙박·음식업 등에 대한 최저임금 구분 적용이 무산된 것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특히 내수 부진과 고금리·고물가로 한계 상황에 직면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인건비 부담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영세 기업과 소상공인은 과도한 인건비 부담으로 고용을 줄이거나 폐업에 이르게 될 것”이라며 “당국은 경영 부담 완화와 취약계층 일자리 보호를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소상공인연합회도 “최소한의 요구였던 업종별 구분 적용마저 무산된 상태에서 이번 인상안은 소상공인을 더 분노케 한다”고 비판했다.

노동계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인상률과 배달 라이더, 택배기사 등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이 무산된 점을 비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등 최저임금 사각지대가 여전히 남게 된 점은 반드시 개선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공익위원들이 경제계 입장을 대변해 왔다고 생각한다. 내년 공익위원 선임에는 정부가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9명씩 27명으로 구성된다

● “최저임금 결정 구조 개선해야”

최저임금을 결정한 14일 밤 공익위원들은 “올 하반기 고용노동부에 ‘최저임금 제도 개선 추진단’을 설치해 최저임금 적용 대상과 적용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개선 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권고문을 발표했다. 올해 합의점을 찾지 못한 ‘도급제 최저임금 적용’과 ‘업종별 차등 적용’을 본격적으로 다루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번에도 노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표결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면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88년 제도 시행 이후 노사 합의로 최저임금을 결정한 것은 8차례에 불과하다. 매년 노사 양측이 제시한 최저임금 요구안을 놓고 극한 대립을 벌이는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법정 심의 기한을 넘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올해 역시 법정 심의 기한인 지난달 29일을 15일이나 넘겼다. 제도 도입 이후 최저임금위가 심의 기한을 지킨 경우는 9번뿐이다. 노사 간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심의 막바지에 정부가 위촉한 공익위원들이 중재안을 제시해 표결에 부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행 최저임금 결정 구조에서는 공익위원이 중재안을 내고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다 보니 노사 모두 불만을 갖게 된다”며 “위원회 전문성을 강화하고 노사 간 힘겨루기가 아니라 객관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정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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