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필립모리스 브리티시아메리칸 토바코 등 글로벌 담배 기업들의 주가가 줄줄이 뛰고 있다. 연기가 발생하지 않는 무연담배 등 대안 제품 판매가 늘면서 주가 상승세에 불이 붙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1위 담배기업인 필립모리스는 전날 미국 뉴욕증시에서 1.69% 오른 178.19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 기업은 올들어 47.14% 급등했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가 1.12% 내린 것과 대조적이다. 담배 브랜드 ‘말보로’로 유명한 알트리아는 올들어 13.77% 상승했다.
영국 런던 증시에선 글로벌 2위 담배기업 브리티시아메리칸 토바코가 올들어 12.53% 올라 영국 FTSE100 지수 상승폭(5.54%)을 두 배 넘는 수준으로 웃돌았다. 이날 이 기업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는 미국 뉴욕증시에서 1.39% 오른 45.22달러에 장마감해 52주신고가를 새로 썼다. ADR은 미국에 본거지를 두지 않은 기업이라도 미국 증시에서 주식이 거래될 수 있도록 미국 예탁기관이 발행하는 증서다.
이들 담배 기업들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한동안 하락세를 탔다. 주력인 연초 담배시장이 전자담배에 밀려 쪼그라든 탓이다. 하지만 최근엔 무연담배와 액상형·궐련형 전자담배 등 대안 제품 판매를 늘리면서 반등에 나서고 있다.
니코틴을 고체 형체로 뭉친 뒤 주머니에 넣어 잇몸과 입술 사이에 넣는 식으로 쓰는 ‘니코틴 파우치’도 새 먹거리 역할을 하고 있다. 니코틴 파우치는 국내에선 정식 시판되지 않고 있지만 최근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는 올해 약 54억달러 수준인 미국 니코틴파우치 시장이 2030년엔 197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필립모리스의 작년 연간 매출은 약 8% 늘었다. 무연 부문 매출이 16.7% 급증한 영향이다. 올 1분기엔 이 부문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15% 늘었다. 전체 매출에서 무연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1분기 23.8%에서 지난 1분기 42%로 불어났다.
니코틴 파우치 ‘진’,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 등의 성장이 주효했다. 진은 틱톡 등 SNS에서 유행을 타며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투자은행(IB) 니덤은 지난 22일 필립모리스의 목표주가를 195달러로 제시했다. 지난달 말엔 모건스탠리가 목표주가를 기존 156달러에서 182달러로 올렸다.
브리티시아메리칸 토바코도 무연부문을 키우고 있다. 지난 2월엔 작년 연간실적 발표 주제를 아예 ‘연기없는 세상을 만든다’로 잡았다. 이 기업은 지난해 무연부문 매출이 연간 8.9% 늘었다. 알트리아도 니코틴파우치 ‘온!’, 전자담배 ‘엔조이’ 등의 판매를 늘리고 있다.
올들어 증시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담배주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담배는 중독성 소비재다보니 상대적으로 경기 민감도가 낮다. 투자분석업체 모닝스타의 크리스토퍼 인튼 담배산업부문 전략가는 “담배는 경제가 어려워도 소비가 줄지 않고, 오히려 경기 둔화로 스트레스가 높은 시기에 사람들이 담배를 더 많이 피운다”고 설명했다.
배당도 많이 준다. 브리티시아메리칸 토바코는 연간 기준 배당수익률이 약 7.18%다. 알트리아는 약 6.88% 수준이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