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5월의 불청객 러브버그, 방제도 달라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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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5월의 불청객 러브버그, 방제도 달라져야

신록이 짙어지는 5월이면 도시 곳곳은 불청객으로 몸살을 앓는다. 한강변을 뒤덮는 동양하루살이, 도심 외벽을 새카맣게 점령한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 산책로를 가득 메운 대벌레까지. 곤충학에서는 특정 지역에서 개체 수가 평년보다 수십 배 이상 급증하는 현상을 ‘대발생(Outbreak)’이라 부른다. 과거에는 드물던 대발생이 이제는 해마다 반복되는 계절적 문제로 자리 잡았다.

많은 사람들이 왜 방제를 못 하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곤충학자의 시각에서 보면 그리 단순하지 않다. 기후 변화와 도시화가 초래한 생태적 왜곡이 핵심 원인이기 때문이다. 변온동물인 곤충은 외부 온도에 따라 생존과 성장 속도가 달라진다. 겨울이 따뜻해지면서 유충 생존율이 높아졌고, 이상 고온은 여러 세대의 곤충이 동시에 출현하는 ‘동기화’를 만든다. 도시의 열섬과 밤새 켜진 인공 조명 역시 곤충을 인간 세계로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렇다고 살충제가 답은 아니다. 무차별적인 살충은 문제 곤충뿐 아니라 그들을 먹고 사는 천적까지 함께 제거한다. 더 강한 내성을 가진 개체를 키우는 악순환을 만들 수 있다. 최근 방제의 방향성도 단순한 ‘박멸’보다 선을 지키는 ‘관리’와 ‘공존’으로 바뀌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곤충의 감각 체계를 이용한 시각적·후각적 ‘허들(Hurdle)’을 세우는 것이다. 인간의 눈은 380~780나노미터(nm) 파장의 가시광선을 인식하지만, 곤충은 300~400nm 파장의 자외선에 지극히 민감하다. 필자의 연구팀은 국내 조명 전문업체와 공동으로 이 시각 체계를 역이용하는 연구를 수행해 그 결과를 국제학술지 ‘아시아태평양 곤충학 저널’(Journal of Asia-Pacific Entomology)에 실었다.

연구의 핵심은 조명의 파장을 정밀하게 설계해 곤충의 시각 및 후각적 장벽을 형성하는 것이다. 곤충이 선호하는 단파장 영역을 줄이고 황색 계열 파장을 극대화한 특수 LED를 개발했다. 실험 결과 이 조명 아래에서 곤충의 유입 빈도는 빛이 없는 암흑 상태와 거의 차이가 없을 만큼 낮게 나타났다. 인간에게는 충분히 밝은 환경이지만, 곤충에게는 접근하기 어려운 공간처럼 인식된 것이다.식물 유래 방충향은 식물과 곤충이 오랜 시간 공진화하며 형성한 회피 신호를 응용했다.

이런 ‘허들 기술’은 실제 산업 현장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국내 대형 식품공장의 물류센터에서 빛과 식물 유래 방충향을 결합한 통합 시스템을 실증한 결과, 전체 곤충 유입이 약 40% 줄어들었다. 시각적 차단과 후각적 기피라는 이중 허들이 외부 곤충의 침입을 억제하는 것이다.

5월의 곤충 대발생은 단순히 벌레를 없애는 문제가 아니다.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묻는 물음에 가깝다. 과거의 방제가 무력에 의한 ‘제거’였다면, 미래의 방제는 곤충의 감각을 활용한 ‘퇴치’여야 한다. 살충제 냄새 대신 은은한 조명 아래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풍경은 이미 과학으로 구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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