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 3대 강국의 승부처는 제조업·반도체·인재, 그리고 모듈러 데이터센터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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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 전 계명대 사회과학대학 교수최경주 전 계명대 사회과학대학 교수

오늘날 한국의 인공지능(AI) 인프라는 겉으로 보기에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대표 사례가 GPU 활용 문제다. 엔비디아를 통해 대규모 GPU가 국내에 공급되고 있음에도 실제 산업 현장과 대학에서는 이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GPU 활용률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며, 심지어 2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는 단순한 기술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인프라 구조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동안 한국의 AI 인프라 전략은 대기업 중심으로 추진돼 왔다.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수천장의 GPU를 한 곳에 집적하는 방식은 국가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실제로 AI를 활용해야 하는 제조 현장이나 대학 연구실과는 거리가 있다. AI 경쟁의 본질은 단순한 장비 확보가 아니라, 이를 실제 문제 해결에 활용하는 능력에 있기 때문이다. 즉, 제조업, 반도체 산업,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인재가 결합돼 실제로 GPU를 가동하는 구조가 핵심 경쟁력이 된다.

최근 산업계에서는 초거대언어모델 개발 경쟁보다 제조 AI와 AI 반도체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LG와 같은 기업이 AI 대학원과 산학 협력을 확대하며 실전형 인재 양성에 나서는 것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다. 결국 AI 경쟁력은 기술 그 자체보다, 이를 실제 산업과 연결하는 능력에서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학과 중소·중견기업은 AI 인프라 접근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학의 경우 GPU를 확보하고도 전력과 공간 문제로 인해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또 중소기업의 경우 AI 도입률이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 이는 기술에 대한 수요가 없어서가 아니라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의 인프라는 일부 대기업에 집중되어 있고, 정작 AI 활용이 필요한 현장에는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모듈러 AI 데이터센터가 주목받고 있다. 모듈러 데이터센터는 전력, 냉각, 서버, 네트워크를 하나의 통합된 형태로 제작해 현장에 신속하게 설치할 수 있는 인프라다. 기존 데이터센터가 구축에 수년이 걸리는 반면, 모듈러 방식은 수개월 내에 설치와 운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제약이 큰 대학과 중소기업에게 매우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인프라는 단순히 구축 속도를 높이는 것을 넘어, 필요한 지역에 필요한 만큼 배치하고 점진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연성이 크다. 이는 지역 산업단지나 대학 캠퍼스 인근에 즉시 AI 활용 환경을 제공할 수 있게 하며, 연구와 생산 현장에서의 실질적인 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

최근 헤카톤에이아이와 같은 기업은 모듈러 데이터센터와 AI 운영 플랫폼을 결합해 단기간 내 활용 가능한 AI 인프라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한 장비 공급을 넘어, 실제로 AI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함께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즉, AI 경쟁력은 인프라 구축 자체가 아니라, 그 인프라가 얼마나 빠르게 현장에 적용되고 활용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AI 시대의 핵심은 기술 보유가 아니라 활용 능력에 있다. GPU의 수량이나 데이터센터의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가다. 제조 공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반도체 개발 속도를 개선하며,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데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가 진정한 경쟁력을 결정짓는다.

따라서 한국이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대기업 중심의 초대형 인프라 전략을 넘어, 대학과 중소기업이 즉시 활용할 수 있는 분산형 인프라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 모듈러 AI 데이터센터는 이러한 전환의 핵심 수단이 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한국은 단순히 GPU를 많이 보유한 국가가 아니라,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최경주 전 계명대 사회과학대학 교수 kjchoi@km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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