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한민국 드론 이대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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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수 구우텍 대표김용수 구우텍 대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현대전 양상을 바꿔놨다. 넓은 전장을 바탕으로 전통적 화력무기(전차·자주곡사포)와 첨단 무기(드론·초음속미사일)가 복합 활용되고 있다.

이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연간 드론 생산량은 200만대 이상을 넘어서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드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현대전 필수무기 체계로 자리잡았다.

특히 FPV(First Person View) 드론 작전 반경은 10~15km 이상으로, 박격포 사거리를 상회한다. 정확성 측면에서는 유도탄에 가까운 만큼 병사들이 체감하는 위협은 상상 이상이다. 우크라이나 지역 내 사상자 70%가 드론 공격에 의한 것으로 파악된다.

수십만원짜리 상용 부품으로 조립된 소형 자폭 드론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최신형 전차를 무력화시키는 '가성비의 비대칭 전력'이 전장을 지배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 정보통신기술(ICT)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군사 드론 현실은 어떠한가.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규제와 구조적 모순에 갇혀 적기를 놓치고 있는 아슬아슬한 형국이다.

정부는 민간 우수 기술을 군사적 활용으로 연결하기 위한 다각적 민·관 협력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등은 2025년까지 총 1134억원을 투입해 수륙양용 기동 정찰로봇, 초소형 자폭 드론 시스템 등 132개 R&D 과제를 선정해 지원하기로 했지만, 전력화에 아직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가장 큰 문제는 군 지휘 체계 혼선과 경직된 무기 획득 프로세스다. 스마트폰처럼 반년 단위로 진화하는 드론 기술 속도를 5~10년이 걸리는 전통적 무기 획득 절차로는 결코 따라잡을 수 없다. 드론 전력을 총괄하기 위해 창설됐던 '드론 작전사령부'마저 최근 조직 개편 논의에 휩싸이며, 군 간 상호 운용성과 데이터 통합 뼈대조차 흔들리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국내 드론 산업 생태계 근본적 취약성이다. 배터리, 모터, 비행 제어 장치 등 핵심 부품 절대다수를 특정 국가, 특히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뼈아픈 현실이다. 전시 상황에서 부품 공급망이 차단될 경우,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확인되었듯이 우리 드론 전력은 그 즉시 마비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국산화 중요성을 역설하지만,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국내 중소·벤처기업들은 초기 연구개발(R&D) 자금 부족과 군의 까다로운 요구 조건 앞에서 고사(枯死)하고 있다. 우수한 기술이 있어도 군납 문턱을 넘지 못해 민수용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공격용 드론 생태계 육성 못지않게 시급한 과제는 적의 드론 위협으로부터 국가 핵심 시설과 국민을 지켜낼 '안티 드론(Anti-Drone)' 방어 체계 구축이다. 과거 북한 무인기 도발에서 뼈저리게 경험했듯, 레이더 반사 면적이 작은 소형 드론은 기존 재래식 방공망을 비웃듯 우리 영공을 짓밟을 수 있다.

전파 교란(재밍)과 스푸핑(Spoofing) 같은 재래식 소프트킬(Soft-kill) 기술부터, 레이저나 고출력 마이크로파(HPM)를 이용해 직접 격추하는 하드킬(Hard-kill) 무기까지 다층적 방어망이 필수지만 부처 간 관할권 다툼, 파편화된 기술 개발, 전파법 등 낡은 규제에 발목이 잡혀 전력화가 지연되고 있다.

대한민국이 미래 전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는 체질 개선이 필수적이다. 첫째, 민간의 우수 기술이 군에 즉각 도입될 수 있도록 획득 체계를 전면화해야 한다. 둘째, 파격적 규제 철폐를 통해 자유로운 실증 인프라를 제공하고, 공격과 방어(안티 드론)를 아우르는 범국가적 연구개발 클러스터를 조성해야 한다. 셋째, 국산 부품 사용에 대한 확실한 인센티브로 독자적이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

오늘 밤에도 우크라이나의 하늘을 수놓은 드론의 궤적은 우리에게 던지는 준엄한 경고장이다. 드론 전력은 더 이상 전장의 보조 수단이 아닌 국가 생존을 좌우할 핵심 비대칭 전력이다. 지금 당장 뼈를 깎는 혁신을 시작하지 않는다면, 결국 치명적인 안보 위협 앞에서 우리 안보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김용수 구우텍 대표 yskim@gooutec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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