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인터뷰
시몬스가 지원한 소아청소년센터 5월 오픈
삼성서울병원과 수면 전문 브랜드 시몬스의 동행이 대표적이다. 시몬스는 소아청소년 환아들의 치료를 위해 최근 6년간 20억원이 넘는 액수를 지원하며 기부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특히 ‘가정의 달’인 이달엔 시몬스의 지원 아래에 리뉴얼한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 통합케어센터가 새롭게 문을 연다. 센터 재단장을 위해 힘쓴 김지현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알레르기 호흡기분과 교수는 2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기부는 단순한 치료비 지원이 아니라 아이의 미래를 다시 그릴 수 있게 해주는 힘”이라며 “따뜻한 철학으로 아이들 삶에 동행하는 기업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소아청소년 환아 치료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소아청소년과는 의과대학 실습을 할 때 주저 없이 선택했다. 원래 아이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소아청소년과만큼 내 환자를 사랑하는 의사가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아청소년과는 부모님과 하나의 팀이 돼 아이를 보살펴야 하는 과이다. 아이가 아플 땐 사실 가족이 함께 돌봐 줘야 하는데, 그 과정을 함께 해 나간다는 게 정말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환자, 보호자, 그리고 내가 제대로 신뢰 관계를 만들고 나면 치료 결과도 좋아진다.”―국내 소아청소년 환아의 수나 전반적인 치료 환경은 어떤가.
“저출산으로 인해 아이 자체가 줄고 있는 게 현실이다. 동시에 요즘 아이들은 조산, 희귀질환, 만성질환처럼 관리가 훨씬 복잡하고 정교한 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 아이들을 돌볼 인력이 점점 줄고 있다는 것이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거의 지원자가 없고, 병원은 복잡한 병을 가진 아이들을 열심히 돌볼수록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구조다.
―이런 환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소아청소년 의료 체계의 위기는 단순히 인력 수급이나 병상수 부족만의 문제는 아니다. 아이들을 돌보는 사람들, 그리고 그 가족을 지지하는 사회적 태도와 정책이 함께 무너지고 있다는 데 더 큰 위기가 있다. 치료가 어렵고 민감한 상황에서 아이의 상태가 좋아지지 않거나 예기치 못한 결과가 생길 수 있다. 그럴 때마다 좋은 의도로 최선을 다한 의료진에게 과도한 비난과 고발, 사회적압력이 반복된다면, 아무도 소아를 진심으로 돌보려 하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의료 시스템의 피로도가 아니라, 출산율 하락과 아이 키우기 힘든 사회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다. 물질적인 지원만이 아니라,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을 존중하고 지지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정책적인 배려가 함께 필요하다.ㅡ국내 상황이 특히 열악한 것인가.
“해외는 소아 완화의료 전문 기관이 따로 있고, 정부나 지역사회가 같이 나서서 돕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기반이 부족하다. 병원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분투하고 있지만, 외부의 도움이 없이는 버티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그럼에도 좋은 사례도 계속 생기고 있다. 수면 전문 브랜드 시몬스의 경우, 지난 2020년 삼성서울병원에 3억 원을 기부한 이후 매년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까지 누적 18억 원을 기부했는데, 이런 지원이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기업의 기부나 지원이 현장에서 어떻게 도움이 되는가.
“현장에서 이 기부가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는지는 말로 다 전하기 어려울 정도다. 병원은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늘 최선을 다하지만, 때로는 그 생명을 지켜주지 못하는 순간을 마주한다. 그렇기에 필요한 의료 영역이 완화의료다. 완화의료는 중증 질환을 앓는 아이와 가족에게 치료와 함께 병행되며 신체적 고통, 정서적 불안, 사회적 문제까지 포괄적으로 돌보는 의료다. 즉, 병을 낫게 하려는 치료와 동시에, 그 과정을 견디며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삶 전체’를 지지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실제 진료와 연결돼 직접 수입이 없기 때문에 병원에서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기업의 기부가 있었기에 병실 밖에서도 치료가 계속될 수 있었다.”
―실제 도움을 받은 희귀∙난치성 질환 환아, 가족의 반응이 어땠는가.“중증 아토피피부염은 대부분 다른 병원에서 조절이 되지 않아 마지막 희망처럼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물론 좋은 약들이 개발됐고, 효과와 안전성도 입증이 됐지만, 문제는 비용이다. 지금은 일부 보험 적용이 가능해졌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보험이 되지 않았다. 한 달 약값이 150만 원까지 나왔고, 그 모든 부담이 가족에게 그대로 전가됐다. 그때 시몬스의 기부를 통해 약을 지원받아 자가 주사 치료를 시작한 아이들이 있었다. 점점 피부를 긁지 않아, 밤에 울지 않게 되고, 피부에 새살이 돋아나는 걸 보며 부모들이 “이게 우리에겐 기적 같다”고 말하곤 했다. 아이가 괴로움을 덜면, 자연스럽게 정신적인 회복도 함께 일어나고, 결국엔 사회생활로의 복귀로 이어진다.
ㅡ특히 기억에 남는 환아가 있다면.
“학교를 자퇴했던 아이들이 다시 공부를 시작하는 경우다.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수능을 준비하면서 ‘나도 이런 어른이 되고 싶어요’라는 편지를 맡기고 간 아이도 있었다. 그런 과정을 지켜보면 기부의 힘이라는 게 단지 치료비 지원에 그치지 않고, 아이의 미래를 다시 그릴 수 있게 해주는 힘이라는 걸 절실히 느끼게 된다.”
―시몬스의 지원으로 출범하는 ‘소아청소년 통합케어센터’는 어떤 기관인가.
“재택 의료, 단기 입원, 병원 학교까지 아우르는 통합형 모델이다. 단순히 병원 안에서의 치료를 넘어서, 아이의 삶 전체를 지지하는 구조를 갖췄다. 특히 재택의료는 거동이 불편하고 병원으로 이동하는 것 자체가 고통인 아이들에게 필수적인 영역이다. 중환자실에서 퇴원했지만,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경우, 또는 암, 중증 신경질환, 진행성 희소 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자신이 익숙한 공간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낯선 병원 환경보다 집이라는 공간이 아이에게 주는 심리적 안정감은, 치료 효과와 삶의 질 향상에도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또한 단기 입원 파트는 증상이 급격히 악화했을 때 즉각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고, 병원학교는 치료 중단 없이 학업을 지속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단절된 교육과 또래 관계로부터 아이를 보호해 주는 중요한 장치다. 결국 이 통합케어센터는 단순히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이 아니라, 아이와 가족이 겪는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어려움을 함께 감싸주는 돌봄의 공동체 역할을 할 것이다.”
―기업의 기부 활동이 병원이나 환아, 가족에게 얼마큼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보는가.
“기업의 기부 활동은 병원, 환아, 가족 모두에게 생각보다 훨씬 더 깊고 넓은 영향을 준다. 단순히 금전적 지원이라는 차원을 넘어서, 그 기부로 인해 한 아이가 치료를 포기하지 않게 되고, 한 가족이 버틸 수 있는 하루가 생기며, 의료진이 새로운 치료를 시도할 수 있는 여지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감정적인 메시지를 환아와 보호자에게 전달해준다. 기부가 단발적인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구조화된 시스템 안에서 의미 있는 변화로 연결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며, 사회적으로는 이런 기부가 기업이미지 제고 그 이상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ㅡESG 경영과도 맞물릴 것 같다.
“근래는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 지원이 이뤄지고 있어 고무적이다. 시몬스는 소비자가격의 5%가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센터 리모델링 기금으로 누적되는 ESG 침대 ‘뷰티레스트 1925’를 출시했다. 지난 2년간 프로젝트를 진행해 6억 원의 성과를 달성했다. 소아청소년 환아 치료비 기부와는 별도인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기부를 넘어서,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얼마나 창의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실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가치를 함께 만들어가는 구조가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진짜 ESG라고 본다. 2년 만에 6억 원이라는 성과를 달성한 것도, 지속성과 공감, 그리고 소비자의 선한 마음이 함께 축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센터 리뉴얼은 언제 마무리되나.
“이번 5월에 오픈한다. 입원 병동, 외래, 신생아중환자실 등 병원 내 산재해 있던 소아청소년 진료 공간을 별관 건물로 한데 모으고 새롭게 단장하며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연간 약 12만 명의 외래 환아와 약 5만 명의 입원 환아들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진료받을 수 있게 된다. 동시에 미디어센터 스튜디오를 조성, 리뉴얼해 자원봉사자와 함께 놀이, 체험,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병원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는 환아들의 심리·정서적인 부분까지 돌보고, 그 나이대에 누리고 얻어야 할 다양한 삶의 가치들을 선사하며 소아청소년 의료의 영역을 한단계 넓혀 나가는 역할을 할 것이다.”
―최근 소아청소년 환아와 가족들을 위로하고,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책도 출간했다.
“책 ‘아프지 않고 크는 아이는 없다’는 병원에서 매일 마주하는 소아청소년 환아들과 그 가족들, 그리고 제 두 아이를 키우며 겪은 일상의 진심을 담아낸 책이다. 사실 아이를 키우며 많이 흔들렸다. 첫째 아이는 조산으로 태어나 호흡기 문제와 발달 지연이 있었고, 어릴 적엔 병원과 치료실을 오가며 정말 속을 많이 썩였다. 그 아이가 이번에 정말 기특하게도 대학에 입학했다. 그 모습을 보며, ‘정말 시간이 약이구나, 결국 지나가긴 지나가는구나’ 하는 걸 절절히 느꼈다. 책에 담긴 메시지도 결국 같다. ‘지금은 너무 힘들지만, 이 시기도 언젠가는 지나간다’,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라는 메시지다.”
―개인적인 목표나 바람은 무엇인가.
“목표는 언제나 같다. 아이들이 아파도 삶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그 곁을 함께 지키는 사람이 되는 것. 그리고 그런 아이들을 위해 일하는 의료진들이 지치지 않고 버틸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일에 계속 힘을 보태는 것이다. 또한 시몬스의 사례처럼, 따뜻한 철학으로 아이들의 삶에 동행하는 기업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기부는 단순한 재정 지원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아이를 지켜본다는 신호가 된다. 그 신호 하나가 아이에겐 삶의 희망이 되고, 부모에게는 버틸 힘이 되고, 의료진에게는 멈추지 않을 이유가 된다.”
지희수 기자 heesu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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