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적 감수성'…스타벅스 사태가 던진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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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텅 빈 매장 > 24일 서울 시내 한 스타벅스 매장이 한산한 모습이다. 스타벅스코리아는 ‘5·18 탱크데이’ 논란 이후 불매운동 등 후폭풍을 겪고 있다.  임형택 기자

< 텅 빈 매장 > 24일 서울 시내 한 스타벅스 매장이 한산한 모습이다. 스타벅스코리아는 ‘5·18 탱크데이’ 논란 이후 불매운동 등 후폭풍을 겪고 있다. 임형택 기자

‘초정치적(hyperpolitical) 세상’에서 기업은 어떻게 경영을 해야 할까.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태가 경영계에 던진 질문이다. 지난 22일 스타벅스코리아가 사과문을 발표했음에도 논란은 점점 커지고 있다. “정치적 의도가 없었다”는 해명도 통하지 않았다. 기업의 경영 판단을 소비자가 어떻게 해석하는지, 또 그 판단이 사회적 감수성에 기반하는지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타벅스 사태는 단순한 마케팅 실패가 아니라 기업 경영 환경이 구조적으로 변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시기 놓친 스타벅스

기업의 '사회적 감수성'…스타벅스 사태가 던진 메시지

스타벅스코리아는 왜 이렇게 궁지에 몰렸을까. 경영계에서는 지난 18일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 직후 대응이 미흡했다는 평가가 많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사건 당일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전격 경질하는 등 조치를 취했지만 소비자는 오히려 ‘꼬리 자르기’로 받아들였다는 지적이다. 이후 정 회장이 한 차례도 공개적으로 사과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이런 인식을 확산시켰다.

스타벅스코리아가 2년 전 이런 사태를 방지할 기회를 놓쳤다는 분석도 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2024년 4월 16일 ‘사이렌 클래식 머그’ 공지를 둘러싼 문제가 제기됐다. 신세계그룹은 세월호 참사 폄훼와는 무관하다고 밝히며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정 회장이 과거부터 정치색이 짙은 발언을 한 게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정 회장은 2022년 자신의 SNS에 ‘멸공’이라는 단어를 해시태그한 게시물을 잇달아 올려 논란을 빚었다.

◇초정치적 세상이 왔다

초정치적 세상이 도래했다는 사실은 이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알 수 있다. 개별 기업의 사명을 직접 거론하며 ‘당근과 채찍’을 반복한 대통령은 이 대통령이 처음이다. 지난해 재해로 사망 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방문해 질타했고, 포스코이앤씨와 DL건설에 대해서는 “건설 면허 취소를 검토하라”고 압박했다. 철도 차량 입찰 와중에 선수금을 받고도 납품을 지연한 다원시스에 대해서는 “정부 기관이 사기를 당한 것 같다”고 했다.

기업을 공개적으로 칭찬한 사례도 많다. 협력사에 동일한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한 한화오션을 “모범적인 사례”라고 격려했고, KB금융과 신한금융 등도 공개 칭찬했다. 이 대통령이 이런 행보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은 그만큼 기업의 사회적 감수성을 요구하는 국민 눈높이가 높아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스타벅스 사태가 보여주듯 기업은 제품과 가격만이 아니라 사회적 의미 구조 속에서 전략을 설계해야 하는 환경에 놓였다. 이런 흐름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먼저 나타났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2022년 이를 ‘초정치적(hyperpolitical) 세상’이라고 표현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와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2010년 억만장자에게 최소 50%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가 지난해 독일 극우정당을 지지하는 등 행보를 보이자 유럽에서 테슬라 불매가 일어난 사례도 기업 활동이 정치적 해석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보여준다.

HBR은 초정치적 세상에서 기업이 생존하기 위한 5가지 전략적 원칙을 제시했다. 명확한 원칙을 세우고 선제적으로 윤리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 또한 행동과 메시지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관련 업계와 협력해야 한다. 마지막 조건은 ‘위기에서 학습하라’는 것이다. 위기 발생 이후에는 실패를 조직 개선과 전략 고도화의 계기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 스타벅스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 전체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반에서 사회적 맥락과 감수성 검토 절차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내부 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정은/권용훈/김형규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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