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평화의 등불 밝히고 떠난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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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교전 당사자들에게 간곡히 호소합니다. 휴전을 선언하고 인질들을 석방해 굶주림 속에서 평화로운 미래를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십시오.”

늘 가난한 자들의 벗이었고, 평화로운 세계를 꿈꿨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염원했던 것은 우크라이나·가자 전쟁의 종전과 평화의 회복이었다. 그는 선종 하루 전이었던 지난 20일(현지시간) 발표한 부활절 메시지를 통해 ‘종전’과 ‘평화 회복’을 호소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빈소가 마련된 2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 지하성당에서 조문객들이 추모를 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중증 폐렴과 합병증으로 힘들게 투병했던 교황은 이날 성 베드로 광장에 휠체어를 타고 깜짝 등장했다. 부활절을 맞아 광장에 운집한 약 3만 5000명의 신자와 순례자에게 직접 “형제자매 여러분, 행복한 부활절입니다”라고 인사를 건네고는 안젤로 코마스트리 추기경이 대독한 부활절 메시지를 통해 전쟁 지역의 휴전과 평화를 촉구했다.

교황은 “끔찍한 갈등이 계속해서 죽음과 파괴를 불러오며 비극적이고 비열한 인도주의적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남아있는 인질들의 석방해달라고 했다. 전 세계의 반유대주의가 걱정스럽다는 우려도 전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 지난 21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88세를 일기로 선종했다. 그의 건강이 회복되고 있다고 굳게 믿었던 전 세계 신도들은 갑작스러운 부고 소식에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분쟁으로 얼룩진 세계 곳곳에 평화와 공존의 메시지를 보낸 종교 지도자이자, 항상 약자들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실천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부활절 메시지는 영토 분쟁에 무역 전쟁까지 격화하며 혼란에 빠진 세상을 향한 마지막 당부가 됐다.

교황은 입원 중이었던 지난달 이탈리아 현지 매체에 보낸 서한에서도 “전쟁은 갈등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지역 사회와 환경만 황폐화시킬 뿐”이라며 “병에 걸려 있는 동안 전쟁이 더 어리석게 느껴졌다”고 전했다. 병상에서도, 임종을 앞둔 순간에도 평화로운 세상을 바랐던 프란치스코 교황. 그의 숭고한 정신은 우리 안에 살아 인류의 미래를 비추는 등불이 되어 ‘전쟁없는 세계’로 나아가는 길을 밝혀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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