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1급 '전원 사표' 발칵…'초유의 상황'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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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정부 부처들이 최고위 실무 책임자인 실장과 차관보(1급)를 대상으로 일괄 사표를 받고 있다. 특히 정권이 바뀌어도 1급을 한꺼번에 교체하는 관례가 없었던 기획재정부가 일괄 사표를 받으면서 경제 정책이 정치 논리에 좌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인사로 ‘기재부 힘빼기’

기재부 1급 '전원 사표'…'초유의 상황' 터졌다

17일 관가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주 차관보와 국제경제관리관, 예산실장 등 7명의 1급 고위 공직자들로부터 일괄 사표를 제출받았다. 구 부총리는 사직서를 낸 1급 공직자들과 개별 면담에서 새 정부의 인사 쇄신에 대한 의지와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 부총리 개인의 판단이라기보다 대통령실의 의중이 반영된 조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보건복지부와 감사원 등 다른 부처들도 1급들의 일괄 사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 등 나머지 부처들도 일괄 사직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 고용노동부와 환경부 등 정권의 성향에 따라 정책 방향성이 크게 달라지는 부처는 정권 교체와 동시에 1급 줄사표가 관행으로 이어져 왔다. 국무조정실도 국무조정실장이 바뀌면 1급들로부터 사표를 받는 관행이 있는 정부 조직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기재부가 1급 일괄 사표를 받은 건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기재부는 중장기 경제·재정 전략과 국제금융·대외신인도를 관리하는 부처 업무 특성상 최고위 실무 책임자를 일괄 교체할 경우 자칫 정책 연속성과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례가 깨진 건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기재부 힘빼기' 의지가 그만큼 강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예산 기능을 분리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공약 대로 기재부는 내년 1월2일부터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된다. 조직을 쪼갠 데 이어 통계청, 관세청, 조달청 등 기재부 1급 출신들이 맡아오던 외청의 청장들을 모두 내부 승진시켜 ‘갈 자리’도 차단했다.

◇경제정책 대응력 약화 우려

기재부 관계자는 “후임 인사가 확정될 때까지 부처 업무를 흔들림 없이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경제 사령탑 부처가 앞으로 정치권의 입김에 더 휘둘릴 수 밖에 없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후임 인사가 지연되면서 정책 대응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월말로 예상됐던 기재부 1급 인사는 기약없이 늦어지고 있다. 대통령실의 인사 검증 절차가 지연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1급 인사가 늦어지면서 기재부는 지난 8일 예산실 국장 인사를 먼저 단행하기도 했다. 후임 실장이 결정되지도 않았는데 국장을 먼저 선임하는 이례적인 인사였다.

이에 구 부총리 취임 이후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인공지능(AI) 대전환과 초혁신 경제 달성의 추동력도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내년 예산안과 세재개편안은 국회에서 논의 중이고, 이재명 정부의 확장재정 정책에 따른 재정관리, 미국과의 외환 협상 등도 진행 중이다.

1급은 장·차관을 보좌해 부처 내 핵심 정책·예산·인사를 실질적으로 총괄하는 최고위 실무 책임자다. 이들의 공백이 길어질 수록 부처 운영도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한 기재부 과장은 “인사가 늦어지면 부총리와 차관의 업무 부담이 커지면서 정책 수행 능력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효/남정민/이광식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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