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마이크로니들 의약품 회사 쿼드메디슨이 기술성평가 등급 A·A를 받아 ‘재수’에 성공했다. 2년 전 기평에서 아쉬운 고배를 마신 후 매출 및 임상개발 단계를 진전시킨 결과다. 빠른 시일내 코스닥 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며 상장 전 추가 자금조달은 진행하지 않는다.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쿼드메디슨은 개발도상국에 공급하기 용이한 고체 형태의 백신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 나아가 상용화된 펩타이드 의약품을 마이크로니들로 제형 변경하는 기업간 거래(B2B) 사업을 병행해 매출을 내고 있다. 의료기기인 마이크로니들과 의약품인 치료제를 융복합시키는 새로운 영역이라 국내 식약처와는 적절한 규제를 함께 세워나가는 중이다. 이데일리는 최근 백승기 쿼드메디슨 대표를 만나 회사의 연구개발(R&D) 계획 및 상장 후 비전을 들었다.
백승기 쿼드메디슨 대표가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마이크로니들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경기도 성남시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백승기 쿼드메디슨 대표는 “마이크로니들의 의약품화를 꿈꿔 창업하게 됐다. 쿼드메디슨이 전세계 최초로 마이크로니들 의약품을 만들어내겠다는 포부로 R&D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쿼드메디슨은 2016년 12월 백승기 대표가 설립했다. 백 대표는 가천대 전자공학 학사, 동대학 의공학 석사를 졸업했다. 가천대 지도교수이자 현재 쿼드메디슨의 CTO인 박정환 가천대 교수가 연구하던 마이크로니들 기술을 도입해 창업했다. 창립 멤버들과는 저소득국가에 백신의약품을 공급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자는 취지를 나눴다. 쿼드메디슨은 설립이래 누적 투자금 350억원을 유치, 마이크로니들 백신의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한림제약의 골다공증 치료제를 마이크로니들로 제형변경하는 내용의 임상 1상은 완료했다.
B2B 제형변경 용역연구를 통해 매출을 내고 있다. 작년 매출은 93억원으로, 전년도 10억원 대비 9배 늘어났다. 영업적자는 95억에서 44억으로 개선했고 순손실도 97억원에서 50억으로 줄어들었다.
백 대표는 “향후 공모자금을 바탕으로 자체개발 파이프라인을 넓혀갈 계획이며 생산설비 확충을 도모하려 한다”며 “마이크로니들 연구자들이 집중하는 영역이 백신이다. 일반적으로 백신은 바이알에 담긴 액상을 근육주사법으로 투여하는데, 이를 저소득국가에 유통할 때 온도조건이 어긋나 약물이 소실되는 문제가 왕왕 발생한다. 한번 바이알을 오픈하면 총 10명분의 약물 중 4명분은 낭비되는 경우도 잦다. 마이크로니들은 약을 고형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쿼드메디슨은 한국 정부와 미국의 게이츠재단, 국내 생명과학 기업들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민관협력 비영리재단인 라이트재단의 지원을 받아 홍역풍진(MR)백신 연구개발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자체적으로는 B형간염백신 원료를 LG화학(051910)으로부터 공급받아 국내 임상 1상을 진행중이며, 별개로 LG화학과 추가적인 글로벌 임상을 논의하고 있다.
자체 연구가 백신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원형탈모치료제, 난임치료제 등 총 8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백 대표는 “주기적으로 반복 투약해야하는 약물, 피부에 국소적으로 투약해 전신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영역이라면 마이크로니들로 편의성, 환자순응성 등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며 “마이크로니들화를 통해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영향력이 커질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해 시장 규모 및 기술이전 수요 여부를 검토한다. 백신의 경우 근육주사와, 펩타이드 의약품은 피하주사와 약효를 비교한다”고 설명했다.
쿼드메디슨 C-MAP 마이크로니들어레이패치(사진=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쿼드메디슨의 마이크로니들 기술은 P-MAP, C-MAP, S-MAP으로 나뉜다. MAP은 마이크로니들 어레이 패치(Micro-needle Array Patch)의 준말이며, 마이크로니들에 약물을 공정시킨 방식에 따라 호칭을 달리하고 있다.
P-MAP의 P는 파우더(Powder)를 뜻한다. 약물을 동그란 구형으로 입자화시켜 마이크로니들 표면에 코팅시켰다. 백신의약품 중에서도 mRNA, LNP처럼 구조가 약한 물질이 깨지지 않게끔 제형을 형성한 내용이다. 구형태가 다공성(porous)을 띄기 때문에 경피를 뚫고 들어가면 체액에 의해 용해가 일어나고 모세혈관으로 침투하게 된다.
C-MAP은 니들 끝에 약물을 코팅(Coating)했다는 의미이고 S-MAP의 경우엔 니들의 팁끝 자체가 피부내로 침투해서 부러지는데, 팁끝만 분리되어 들어간다는 뜻으로 분리가능(Separable)이라는 단어에서 S를 땄다.
백 대표는 “연구개발을 통해 의약품별로 가장 적절한 공정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2년 한림제약과 골다공증치료제의 S-MAP 제형 개발 계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작년에는 한림제약 관계사인 상명이노베이션과 비만치료제의 S-MAP 제형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한림제약과 기술계약을 맺은 당해 매출로 21억원을 기록했으며 연구개발이 진행됨에 따라 누적 91억원을 수령했다. 현재 골다공증치료제의 임상 1상을 완료한 상태다.
쿼드메디슨은 앞서 2023년 한차례 기술성평가에 고배를 마신 바 있는데, 당시 나이스평가정보, 발명진흥회로부터 BBB·BBB 등급을 받았다.
백 대표는 “2년전엔 임상 단계 데이터 없이도 매출이 나오기 시작했고 니들의 전주기 공정을 설립했기 때문에 기평에 도전해 봤다. 다만 바이오의약품과 의료기기가 섞인 융복합 영역의 R&D인 점에서 임상 데이터를 확보할 것이 요구되었다”고 설명했다.
쿼드메디슨은 기평 재도전 결과 나이스평가정보, 이크레더블로부터 A·A 등급을 받았다. 이는 기본 통과 등급인 A·BBB를 상회하는 성적이다.
백 대표는 “올해에는 기존 계약의 마일스톤 및 신규 계약 체결로 100억원의 매출을 예상한다”며 “추가 조달 없이 빠른 시일 내 예심청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상장공모금으로 설비투자를 진행해 생산능력을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백 대표는 “당사의 연구영역은 의약품과 의료기기 기술이 융복합된, 새로운 카테고리에 속한다”며 “기존에 없던 약제라 품질관리를 어떻게 할건지 규제화를 식약처(MFDS)와 함께 만들어나가고 있다. 식약처의 엄격한 심사요건에 맞춰 연구단계에서부터 완제품 수준의 규제를 따르고 있기 때문에 초반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으나 종국에는 해외 경쟁사들 대비 빠르게 제품화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백 대표가 꼽은 쿼드메디슨과 유사한 회사는 국내에 라파스(214260), 대웅테라퓨틱스, 주빅, 스몰랩, 에스엔비아, 해외에 마이크론 바이오메디컬(Micron Biomedical), 백사스(Vaxxas) 등이 있다.
백 대표는 “국내 약물전달시스템(DDS)에서는 펩트론(087010), 인벤티지랩(389470) 등이 데포(depot) 제형의 피하주사(SC) 기술을 가지고 있고 라파스(214260)가 의약품 패치 연구를 진행 중이다. 티디에스팜(464280) 또한 경피패치제형을 가지고 있지만 피부 각질층을 뚫는 것은 아니라 (당사와는) 다른 플랫폼”이라고 언급했다.
회사의 마지막 자금조달은 올 1월 진행한 70억원 규모 프리 IPO다. 모두 보통주 발행으로 진행했으며 주당 발행가는 1만1000원으로 프리밸류 960억원을 인정 받았다. 올 3월말 기준 회사에는 60억원의 현금이 남아있다. 최대주주는 23.34% 지분을 보유한 백 대표이며 신한벤처투자, 키움인베스트먼트가 주요 재무적 투자자(FI)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