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NOW] 화산 분화구 같은 스타디움 눈길
밤이면 적막해지는 카르텔 도시… 주민 “다닐때 소매치기 조심해야”
대회기간 안전요원 10만명 투입… 현지 교민들 월드컵 분위기 들떠
과달라하라는 멕시코 전통 음악 ‘마리아치’와 멕시코의 상징과도 같은 증류주 ‘테킬라’의 본고장이다. 그래서 현지인들은 과달라하라를 “가장 멕시코다운 도시”라고 부른다.
멕시코 할리스코주의 주도(州都) 과달라하라는 11일 개막을 앞두고 월드컵 준비가 한창이었다. 과달라하라 국제공항에서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가 새롭게 깔렸고, 도시 명물인 미네르바 원형교차로는 400만 달러(약 61억 원)를 들여 새롭게 단장했다. 도시 곳곳에 멕시코 대표팀 선수들을 내세운 대형 광고판이 내걸렸다.
과달라하라 스타디움 인근에서 만난 디에고 아드리안 씨(30)는 “한국에서 왔다”는 기자의 말에 “코레아? 2018년엔 우리가 이겼지. 그래도 한국이 독일을 꺾었잖아”라며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한국은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멕시코에 1-2로 졌다. 멕시코는 조별리그 3차전에서 스웨덴에 0-3으로 패하고도 조 2위로 스웨덴(조 1위)과 함께 16강에 올랐다. 한국이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강호’ 독일을 2-0으로 꺾어준 덕분이었다. 아드리안 씨는 “이번 월드컵에선 한국과 멕시코가 2-2로 비길 것 같다. 손흥민, 이강인은 정말 좋은 선수”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하지만 월드컵에 대한 설렘만이 도시를 감싸고 있는 건 아니었다. 어둠이 내려앉은 과달라하라의 밤거리에는 인적이 드물었고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이 지역은 거대 마약 밀매 조직인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의 본거지이기도 하다. 과달라하라는 2월 마약 카르텔을 둘러싼 소동으로 큰 홍역을 치렀다. ‘엘 멘초’라는 별명으로 악명 높은 마약왕 네메시오 오세게라 세르반테스가 사살된 후 조직원들이 도시 곳곳에서 무차별 총기 난사와 차량 파괴 등 보복성 폭동을 자행했기 때문이다. 과달라하라는 마약 카르텔의 활동이 여전한 데다 실종 사건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곳이다.
과달라하라에서 6년째 거주 중인 크리스토발 미겔 씨(22)는 “인프라와 조경 등에 대한 투자가 늘면서 도시는 아름다워졌다. 하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치안 문제는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2월 카르텔 사태 이후) 한동안 집에만 있었다. 원래 그런 도시다”라며 “최근에는 카르텔의 활동이 다소 잠잠해졌지만, 밤에 돌아다닐 때는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달라하라=한종호 기자 h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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