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영의 교실 그리고 경제학] 실패를 장려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8 hours ago 1

입력2026.05.01 17:49 수정2026.05.01 17:49 지면A21

[김나영의 교실 그리고 경제학] 실패를 장려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최근 2년간 구글 연구진이 연달아 노벨 화학상과 물리학상을 거머쥐었다. 자본의 힘일까, 천재성일까. 물론 둘 다 중요하지만, 전문가들이 꼽는 결정적 비결은 구글의 ‘실패를 장려하는 문화’다. 구글에는 이른바 ‘실패 장려금’과 ‘실패 파티’가 존재한다. 성공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는, 이른바 ‘문샷(Moonshot·달 탐사선 발사처럼 혁신적인 프로젝트)’에 도전했다가 실패하더라도 비난 대신 격려를 보낸다. 프로젝트를 중단할 때,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공유하면 보너스를 준다.

똑똑한 아이들, 도전 앞엔 뒷걸음

구글의 시스템을 보며 우리 교육 현장을 되돌아보게 된다. 교실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점점 더 ‘똑똑한 모범생’이 되어가지만, ‘어려운 도전’ 앞에서는 뒷걸음질 친다. 내가 확실히 풀 수 있는 문제, 정답이 보이는 과제에만 매달린다. 불확실한 문제에 도전하는 건 성장의 기회가 아니라 시간 낭비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실패가 용납되지 않는 사회에서 아이들은 자신을 스스로 안전한 울타리 안에 가두고 성장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다. 기대 수익이 높아도 불확실성이 크면 선택하지 않는다. 202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엘 모키어는 혁신이 꽃피려면 문화가 혁신에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격의 없이 모여 자유롭게 토론하고, 실패가 용인되는 문화가 성장의 토양이란 것. 우리가 가르쳐야 할 것은 실패하지 않는 법이 아니라,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믿음, 즉 ‘회복탄력성’이다.

제미나이

제미나이

필자는 자타공인 심각한 몸치다. 학창 시절 멀리 던지기를 하면 코앞에 툭 떨어졌다. 친구들의 비웃음과 선생님의 답답해하는 눈빛을 견뎌야 했다. 급기야 선생님마저 넌 그냥 다른 거 하라고 포기하셨을 때, 나는 안도감과 동시에 ‘나는 운동에 소질이 없는 사람’이라는 낙인을 찍었다. 운동에 대한 도전을 내 삶에서 지워 버렸다.

작년 초, 생존을 위해 성인 발레를 시작했다. 뻣뻣하기 그지없는 몸으로 발레 스튜디오에 들어섰을 때의 그 막막함이란.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발레 선생님은 완벽한 동작을 요구하지 않았다. 수십 번의 실패 끝에 손끝 하나라도 나아지면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외쳤다. “맞아요! 지금 그 느낌이에요!” 무조건적인 칭찬이 아닌, 나아졌을 때 성장에 대한 적절한 칭찬. 적절한 칭찬은 ‘작은 성공’의 기쁨을 알게 해줬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안도감, 어제보다 1㎜ 나아졌다는 성취감이 쌓여 기적이 일어났다. 포기 대신 즐기기 시작했다. 몸치가 2년째 발레를 취미로 삼고 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실패 장려금의 결과물이 아닐까.

교육, 실패를 축하하는 곳이어야

우리 교육도 이제 아이들에게 ‘실패할 권리’를 돌려줘야 한다. 구글이 황당해 보이는 아이디어에 투자하듯, 교실 역시 아이들이 엉뚱한 질문을 던지고,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풀이 과정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실패의 과정’을 응원해 줘야 한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평가하고, 실패에서 배운 걸 평가하는 시스템이 갖춰질 때 아이들은 비로소 어려운 문제에 도전할 용기를 얻는다. 도전 속에서 뜻밖의 혁신과 성공이 싹트는 법이다. 실패해도 괜찮다. 실패가 쌓여 작은 성공이 되고, 작은 성공이 모여 우리 아이들을 더 단단하고 창의적인 어른으로 키워낼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 아이가 가져온 ‘틀린 문제지’에서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꾸지람이 아니라, 도전의 흔적과 성장의 가능성이다.

김나영 서울 양정중 교사·작가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