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연 칼럼]AI는 모르는 패배와 협력의 경험, 더 소중해진 체육 교육

1 hour ago 3

체스, 바둑, 탁구까지… 인간 넘보는 AI
화이트칼라도 블루칼라도 안심 못 한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본질은 무엇?
함께 부딪치며 배우는 공감-협력-끈기

김도연 객원논설위원·태재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김도연 객원논설위원·태재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인공지능(AI)을 창안(創案)한 사람은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영국의 앨런 튜링이다. 그의 주목할 만한 업적 중 하나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 암호를 해독한 것이다. 그 덕분에 전쟁이 2년 정도 빨리 끝났고 적어도 1000만 명 이상의 목숨을 구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전쟁 후 튜링은 1950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인간과 대화가 가능한 ‘생각하는 기계’를 개념적으로 제시했다. 실제로 대화는 지능을 지닌 인간만의 능력으로 여겨져 왔다.

그 후 AI는 수십 년간 더딘 발걸음을 이어 갔지만, 1997년 마침내 IBM의 AI 슈퍼컴퓨터인 ‘딥블루’가 서양 장기인 체스 게임에서 세계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물리치는 개가를 이뤘다. 이는 특정 분야에서 인간의 지적 능력을 AI가 능가한 최초의 상징적 사건이다. 하지만 체스와 달리 경우의 수가 무한대에 가까운 바둑만큼은 인간의 영역이고, 이는 AI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이라고 누구나 확신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2016년에 이르러 딥마인드의 바둑 AI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압도하며 AI 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가능성을 엿본 각국 정부와 대기업들의 엄청난 투자가 이어지면서 AI는 상상을 넘는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열어젖히고 있다.

특히 2023년 11월 등장한 챗GPT 등을 위시한 대규모언어모델(LLM)은 지식과 정보 제공을 넘어 글쓰기, 번역, 회의록 작성, 그리고 기획이나 분석 등의 업무를 상당히 매끄럽게 처리하고 있다. 인간의 고유 능력이란 무엇이며 미래 사회에서 인간의 역할은 무엇일지에 대한 질문이 저절로 반복되곤 한다. 이미 지식 노동의 상당 부분을 AI가 처리하면서 화이트칼라 직업이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용접이나 배관 등 블루칼라 직업이 훨씬 안정적일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바로 4월 말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된 한 논문은 이런 예측에도 의문을 갖게 한다. AI가 탑재된 자율 탁구 로봇 ‘에이스(Ace)’가 프로 탁구 선수를 상대로 승리했다는 것이다. AI가 바둑에서 이룬 지적 활동의 전환점을 육체 활동에서도 이룩한 듯싶다.

프로 탁구 선수들이 공을 주고받는 시간은 불과 0.5초 이내다. 스매싱된 공은 시속 100km를 훌쩍 넘는다. 그리고 초당 100회전 이상 회전하면서 방향을 크게 바꾸는 것이 탁구공이다. 선수는 공을 보고 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해 반응해야 한다. 그런데 AI 로봇이 이런 찰나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계산하며 인간을 압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계가 인간보다 주변 상황을 더 면밀하게 파악하고 더 정확하게 움직인다면, 어떤 블루칼라 직업에서 인간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AI는 사회의 작동 방식을 크게 바꾸며 틀림없이 많은 직업을 변화시키겠지만, 기회도 함께 제공할 것이다. AI를 활용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생산성을 개선하는 방법을 익히는 동시에,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사이의 정서적 교감과 협력에 집중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미래 세대 교육에서 더욱 강조돼야 할 점은 감성지능(EQ)과 대인관계 능력을 높이는 일이다.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통제하면서 규칙을 준수하고 타인과의 협력으로 갈등을 관리하는 능력은 AI 시대에 더욱 필수적이고 중요한 자산이 될 수밖에 없다.

초중고교에서의 스포츠 교육은 결코 대체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 축구나 농구 같은 단체 스포츠에서 학생들은 함께 뛰고 부딪히며 인간다움의 본질을 배운다. 자신의 실수를 동료의 격려로 이겨내고, 다시 팀을 위해 달리면서 몸과 마음의 근육을 키운다. 협력 정신과 끈기를 몸으로 느끼며 기르는 과정이다. 무엇보다 어떤 스포츠에서도 겪을 수밖에 없는 패배의 경험은 좌절과 실패를 극복하는 정신적 강인함을 길러준다. 그러나 매우 아쉽게도 우리 사회의 많은 학교에서 스포츠 활동은 오히려 위축되고 있다.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 등으로 수학여행이나 소풍 같은 단체 활동도 사라지고 있는 교육 현장이 참으로 안타깝다. 개인과 사회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일이다. AI가 점점 더 많은 영역에서 인간을 앞서 나가는 시대일수록 우리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경험을 더욱 가치 있게 여겨야 한다. 초중고에서의 스포츠와 단체 활동은 그 대표적인 예다. 소중한 경험의 장(場)이 위축되지 않도록 정부와 교육 당국은 제도적인 뒷받침을 제대로 마련해 주기 바란다.

김도연 칼럼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 기고

  • 정치를 부탁해

    정치를 부탁해

  • 트렌디깅

김도연 객원논설위원·태재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