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 잊으랴” 교정에 울리던 전쟁의 노래
서정시인도 동족상잔 비극에 전투심 보여
전쟁은 멀어졌지만 北위협 사라지지 않아
6·25전쟁에서 무엇을 기억하게 할 것인가
6·25의 노래는 자연의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보석 같은 언어로 표현했던 청록파 시인 박두진 선생이 만든 것이다. 우리 문학사에 길이 남을 박두진의 시는 한결같이 해와 달, 그리고 이슬 같은 영롱한 시어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그는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겪으며 시에서도 강한 민족의식을 드러냈다. 광복 직후 발표한 시 ‘해’에서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라고 한 구절은 단순한 서정을 넘어 한민족의 부활을 염원하는 듯싶다.
누구보다도 자연과 생명을 아끼고 사랑했던 서정시인도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는 조국을 지키는 전투적인 애국시인으로 변모했다. 6·25의 노래 마지막 부분, 즉 “쫓기는 적의 무리 쫓고 또 쫓아 원수의 하나까지 쳐서 무찔러∼”는 북의 동족 살육에 대한 그의 처절한 분노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박두진은 1960년 4·19혁명 당시 교수 시위대의 앞에 서기도 했고, 1974년 유신정권의 폭압 속에서도 ‘문인 61인 개헌 청원 지지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 수호에 헌신했다.
세월이 흐르며 시인이 지녔던, 그리고 우리 모두가 함께했던 6·25전쟁의 아픔과 분노는 옅어졌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오히려 이러한 기억의 풍화가 있어야 용서와 화해도 가능하다. 지난 세기 끔찍한 세계대전을 치른 유럽 국가들이 구가하고 있는 공동 번영은 우리도 분명히 따라야 할 길이다. 그러나 한반도의 현실은 유럽과 크게 다르다. 유럽의 평화는 침략국 독일이 나치즘을 철저하게 청산했기에 가능했다. 반면 북한은 김일성 이후 소위 백두혈통 3대 세습을 이어가며 무력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북한은 이미 핵폭탄을 상당수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작년부터는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이자 ‘불변의 주적’으로 간주하고 있다. 우리 통일부가 지향하는 ‘평화적 두 국가’와는 너무나 판이한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북한을 평화의 파트너로 바꾸려는 정치·외교적 노력은 당연히 끊임없이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그와 더불어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과거의 6·25 침략과 현재의 도발을 명확히 분별하고 판단하는 일이다. 휴전 후 70년 넘는 기간이 훌쩍 지났고, 그사이 대한민국은 기적 같은 발전을 이루며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다. 우리가 이룬 자랑스러운 현대사다. 이제 우리 국민들은 과거와 완전히 다른 사회에 살고 있는데, 그 덕분에 많은 젊은이들은 6·25전쟁을 거의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 같은 먼 옛날의 전쟁으로 여기는 듯싶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는다. 사람이 이를 반복하는 것이다”라는 서양의 속담 혹은 격언이 있다. 류성룡의 ‘징비록’은 임진왜란을 기억하고 반성해 이런 참화를 다시는 겪지 말자는 뜻으로 편찬됐다. 당시 지도층이 이를 좇았다면, 즉 무사안일과 권력 탐욕을 버리고 좀 더 세상 변화에 대비했다면 적어도 병자호란의 피해는 훨씬 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6·25전쟁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민족적 참상을 또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6·25의 역사적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쟁기념관은 단순히 오래된 무기를 보여주는 곳이 아니다.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우리의 미래 세대를 가르치는 곳이다. 최근 이곳에서 초등학생들에게 중국이 6·25 침략을 정당화할 때 쓰는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조선·북한을 돕는다는 뜻)’ 시각을 가르치려 했다는 소식에 당연히 상당한 비판이 있었다. 침략의 주축이었던 중국의 시각을 이해시켜 도대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대한민국이 지켜야 할 가장 엄중한 가치인 튼실한 안보관을 크게 해치는 일이다. 교육 프로그램의 진상을 조사해 엄정하게 조치하겠다는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약속이 이뤄지리라 믿는다. 국민 모두가 지켜볼 일이다.김도연 객원논설위원·태재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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