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자의 사談진談/신원건]사진기자 눈으로 본 상반기 ‘영향력 있는 뉴스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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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8일 발행된 ‘레스프레소(L‘Espresso)’ 표지.

4월 18일 발행된 ‘레스프레소(L‘Espresso)’ 표지.

신원건 사진부 기자

신원건 사진부 기자
올해가 절반 가까이 지났다. 2026년 상반기에도 많은 뉴스 이미지들이 화제가 됐다. 뉴스 사진은 대부분 일회성으로 소비되지만, 반향을 일으켜 이전과는 다른 여론을 만들거나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사진도 있다. 사진기자 개인적인 관점으로 상반기 뉴스 이미지 중 이른바 ‘영향력 있는’ 사진 5건을 꼽아 봤다.

[1] 가짜 늑구

4월 동물원을 탈출한 늑대 ‘늑구’의 인공지능(AI) 생성 가짜 사진이 여러 질문을 던졌다. 이 이미지 때문에 초기 수색에 큰 혼란이 벌어졌고 근처 초등학교가 휴교하는 등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가짜 사진을 만들어 유포한 사람은 수색 방해(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검거됐다. 가짜 사진은 재미 삼아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이를 사실인 양 유포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공권력을 무력화할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하다. 당국은 제보 사진 등에 대해 진위부터 판단하는 데 또 다른 역량을 쏟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위기 대응 매뉴얼에도 AI 생성 가짜 사진에 대한 항목이 추가돼야 한다.

[2] ‘학대(L’abuso)’

4월 이탈리아 시사 주간지 ‘레스프레소’의 표지 사진이 서구권에 파장을 일으켰다.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촬영된 이 사진에는 팔레스타인 여성을 향해 잇몸을 드러낸 표정의 이스라엘 남성의 모습이 담겼다. 이스라엘 정부가 조작된 이미지라고 반발했지만, 사진작가가 촬영 날짜와 장소를 공개하며 “무장한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들이닥쳐 팔레스타인인들의 올리브 수확을 막으며 마치 가축처럼 대했다”고 증언했다. 양 떼를 몰 때 내는 소리가 있는데, 이 소리를 내다 보면 표정이 저렇게 된다고 한다. 이웃 이방인을 짐승으로 취급한 것이다. 혐오와 조롱의 표정이다.

표지 하단에는 ‘요르단강 서안 병합’, ‘초토화된 가자’, ‘레바논 진격’, ‘시리아 국경 침범’, ‘대이란 전쟁’, ‘인종청소와 학살’ 등의 문구가 담겼다. 사진 공개 며칠 뒤 이탈리아 정부는 이스라엘과의 국방협정 자동 갱신 중단을 발표했다. 친이스라엘 성향으로 평가받던 이탈리아 정부의 이 결정은 이례적인 조치로 평가받았다.

[3] 예수상·성모상 훼손 4월, 5월 각각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 병사가 예수상과 성모상을 훼손하는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등장했다. 이스라엘군은 서둘러 이 병사들을 군 교도소에 수감하는 등 징계했지만, 이 ‘신성 모독’ 장면들은 서구 사회에 충격을 줬다. 교황 레오 14세도 간접적이나마 항의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냈다.

이스라엘이 주변 지역과의 분쟁에서 과도한 대응을 보였어도 서방 사회가 묵인해온 배경에는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유대인 학살) 피해자’란 인식이 있었다. 이는 일종의 ‘까방권(까임방지권)’이 됐다. 그러나 2023년 중동 전쟁을 거치며 학살자와 가해자의 이미지가 형성되기 시작한 데다 기독교를 향한 모독까지 겹치며 서구권에 반발 여론이 형성됐다. 4월 폴란드 의회에선 한 의원이 이스라엘 국기에 나치 독일의 ‘하켄크로이츠’(갈고리 십자가)를 합성한 깃발을 들기도 했다.

[4] 꾸벅꾸벅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8년에 다시 대선에 나선다는 풍문이 있었다. 미 대통령의 3선은 헌법으로 불가능하지만 우회할 방법을 찾을 것이란 설이었다. 그런데 이런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조는 모습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6월 미국프로농구(NBA) 결승전과 백악관 종합격투기(UFC) 관람 현장에서도 조는 모습이 포착됐다. 지도자의 건강은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미 언론은 최근 J 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의 행보에 부쩍 관심을 보이고 있다.

[5] ‘안녕, 세상(Hello, World)’

4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유인 달 탐사선 ‘아르테미스 2호’에서 찍은 지구 사진이 화제가 됐다. 완전한 공 모양의 지구 전경은 처음이 아니다. 첫 사진은 냉전 시대인 1972년에 ‘아폴로 17호’ 우주인이 찍었다. 이때 인류는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집단 메타인지를 경험했다. 아름답고 푸른 행성 안에서 멸망 수준의 핵무기 경쟁을 벌이는, 역설적인 현실에 대해 철학적인 화두가 제기됐다. 50년이 훨씬 넘은 2026년, 지구 사진을 다시 보는 마음은 딱히 달라지지 못했다. 이 생명의 행성에서 우리는 여전히 이웃을 미워하며 아웅다웅한다. 환경은 더 파괴됐으며 분쟁은 멈추지 않는다.

이 5건 외에도 독자마다 강하게 인상이 남은 뉴스 사진들이 있을 것이다. 하반기에는 어떤 사건의 이미지들이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궁금하다.

신원건 사진부 기자 lapu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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