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언 칼럼] 이재명 정부 '진짜 성장' 이뤄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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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언 칼럼] 이재명 정부 '진짜 성장' 이뤄내려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원회가 ‘새 정부 성장정책 해설서’를 내놨다. 자료집 제목은 <대한민국 진짜성장을 위한 전략>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40년 지기이자 정책 멘토인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은 발간사에서 “성장이 불가능해진 사회에서는 기득권이 없는 약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된다”며 “모두 체감할 수 있는 성장인 진짜 성장의 길로 도약해 나가야 할 때”라고 썼다.

국정기획위는 경제·산업 대도약을 통한 ‘3·3·5’ 비전을 명시했다. 인공지능(AI) 3대 강국과 잠재(진짜)성장률 3%, 국력 세계 5강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박정희의 산업화, 김대중의 정보화를 잇겠다는 약속도 했다. 이 위원장은 엊그제 기획재정부 업무보고 때 “수요 주도 형태나 건설업을 앞세우는 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우리 기술로 선도하고 창조하는 비전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10대 기업 외 새로운 기업이 보이지 않는 것이 우리 경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과거 민주당 정부에서는 듣기 쉽지 않은 얘기다.

새 정부의 지향점은 5년 국정과제의 우선순위가 정해져야 더 명확해질 것이다. 그렇지만 국정기획위가 먼저 ‘성장’에 방점을 둔 것은 평가할 만하다. 분기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2024년 2분기부터 계속 마이너스 또는 제로 성장률 수준으로 추락한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관건은 ‘진짜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이냐다. 지난해 하반기 화제가 된 이른바 ‘드라기 보고서’의 유럽 경제 심층 분석은 새 정부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328쪽 분량의 ‘유럽 경쟁력의 미래’ 보고서에서 미국은 아마존 구글 애플 엔비디아 등 빅테크 기업이 생산성 향상을 주도하지만 유럽은 기술 기반 신산업 육성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기존 제조업이 중국에 잠식당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유럽연합(EU)의 지나치게 번거롭고 세분된 규제는 기업 투자와 혁신을 저해하고 성장을 제약하는 악순환의 원인으로 꼽혔다. 그러면서 너무 많은 규제가 기업을 죽이고 있는 만큼 EU 법안은 시행 전에 반드시 경제적 영향을 분석할 것을 주문했다. 낮은 생산성과 신산업 육성 실패, 기존 산업의 경쟁력 약화 등 유럽의 문제는 데자뷔처럼 우리와 닮았다.

미국 경제는 다른 선진국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2.8%인 미국 성장률이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극복하고 올해 전체로 1.6%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1.0%) 유로존(1.0%) 일본(0.6%)을 모두 앞선다. 물론 미국도 과도한 정부 부채와 소득 불평등 문제를 안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단속과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관세 전쟁으로 안팎의 비난과 저항에 시달리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혁신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성장세는 굳건하다. 기업들이 경제 활력과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세계 시가총액에서 미국 증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1980년대 30%대 였으나 지금은 50%를 넘어 60%에 근접해가고 있다. 글로벌 시가총액 증가액 조사에서는 90%가 미국 기업 몫으로 파악됐다. 미국의 역동성은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혁신 생산성을 추구하는 기업 경영자와 주주들의 투자에서 나온다는 분석이 많다. 반면 유럽 등은 비용 경쟁력에 집중하는 투자 경향을 보여왔다. 거리낌 없이 혁신에 투자해 생산성을 높인 기업이 성공하는 생태계가 미국에는 있지만 한국과 유럽, 일본에는 없다. 이재명 정부는 새로운 10대 기업과 새로운 산업이 나올 수 있는 투자 및 경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미국에서 보듯 그래야 경제·산업 대도약과 진짜 성장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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