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 칼럼]스트롱맨 이재명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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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뜻이 ‘국민’ 뜻이라며 밀어붙이는 李
세계의 스트롱맨은 사법부부터 장악한다
폴란드는 법관 저항으로 8년 만에 정권교체
조희대 대법원, 사법부 독립 지켜내시라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12일 오전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열린 ‘빛의 혁명’ 대선 출정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2025.05.12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12일 오전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열린 ‘빛의 혁명’ 대선 출정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2025.05.12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2017년 첫 자전적 에세이 제목은 ‘이재명은 합니다’였다. 2022년 대선 때 슬로건도 똑같다. 올 초 그가 내놓은 책 제목은 달라졌다. ‘결국 국민이 합니다’. 그리고 당황스러울 만큼 종종 ‘국민’을 내세운다.

대법원의 이재명 파기환송 판결 직후 민주당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특검, 청문회 소리가 빗발치자 이재명은 “당이 국민의 뜻에 맞게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충직한 민주당 법사위원장 정청래는 14일 상정된 ‘조희대 특검법’에 대해 “국민적 요구가 높다”며 임기 내 처리 의지를 밝혔다.

자기네한테 불리한 판결을 했다고 정치권이 대법원장 특검을 밀어붙이는 데 나는 반대다.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인 전 법제처장 이석연과 전 법무장관 강금실도 지나치다며 반대했다고 한다. ‘이재명은 합니다’보다 ‘국민이 합니다’가 무서운 것도 이 때문이다. 말로는 국민을 외치지만 실은 자기 뜻이 국민 뜻이라고 믿고 관철시키는 것으로 읽혀서다.

대선 후보 출정식에서도 이재명은 “민주당의 후보인 동시에 내란 종식과 위기 극복, 국민 행복을 갈망하는 모든 국민의 후보로서 이번 선거에 임하겠다”고 했다. 공동선대위원장엔 조국혁신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 대표가 모두 들어가 있다. 민주당이나 민주당보다 왼쪽에 있지 않는 사람은 내란세력일 뿐, 모든 국민에 속하지도 못하는 거다.

민주적으로 선출돼 민주주의 규범을 파괴하는 ‘스트롱맨’의 4가지 공통점을 이재명은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①진짜 국민을 대변한다고 주장하고 ②개인숭배를 조장하며 ③법치를 무시하고 ④민족주의를 강조한다는 점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 기디언 래크먼이 ‘더 스트롱맨’에 적었는데 아직 대통령 당선도 안 된 이재명에게 딱 들어맞는다.

스트롱맨이 집권 후 첫 표적으로 삼는 게 사법부라고 했다. 자신이 할 일을 법과 제도가 방해한다고 믿어서다. 법과 제도는 부패한 기득권이 만든 것이고 사법부는 이들로 그득하다고 본다. 이번에도 사법 리스크가 줄줄이 걸린 이재명에게 마침 조희대 대법원이 걸려들어 그렇지, 이재명의 민주당이 집권하면 사법 장악은 시간문제다.

우리와 정서와 역사가 비슷해 ‘둘이 만나면 정당 세 개가 생긴다’는 폴란드도 그랬다. 2015년 법과정의당(PiS)이 대선과 총선에서 승리하자 헌법재판소법부터 바꿔 헌재를 의회, 즉 여당 통제를 받게 만들었다. 당 대표 야로스와프 카친스키는 “민주국가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국민의 대표인 의회에 있다”며 헌법과 헌재를 포함한 어떤 법과 제도도 국민주권을 넘어설 수 없다고 주장했다. 2017년부터는 대법원 판사 임면과 징계권을 의회가 갖는 사법개혁법을 만들어 유럽연합으로부터 ‘법치 훼손’의 제재까지 받았다.‘의회가 국가 의지를 표현할 경우 의회는 합헌성과 관련한 통제 대상이 될 필요가 없다’는 법조항은 공산주의 시절 폴란드와 다르지 않다고 정병권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는 지적한다. 기이하게도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 조승래가 13일 비슷한 말을 했다. “삼권분립보다 큰 것이 국민주권”이라며 “(사법부의 행위는) 국민주권을 침해한 행위이기 때문에 (이를 시정하는 게) 삼권분립의 기본 가치보다 훨씬 중대하다”는 것이다.

1980년대 체제 변혁을 꾀했던 운동권에서 그리 주입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사는 자유민주주의에선 스트롱맨과 입법부의 폭주를 견제할 사법부의 독립성, 즉 삼권분립이 너무나 중요하다. ‘좌파연합’ 대선 후보로 나선 이재명의 민주당이 집권도 하기 전에 사법부 장악에 혈안이라면, 앞으론 국민주권이 아니라 ‘인민주권’으로 바꿔 말해야 한다.

파면 당한 대통령을 둘씩이나 배출하고도 윤석열을 못 끊어내는 국민의힘은 타락한 기득권으로 비판받아도 도리가 없다. 이대로면 국힘은 대선 패배가 정해진 길이지만 개딸 아닌 국민, 그리하여 스트롱맨 이재명의 ‘인민주의’를 괴롭게 겪어야 할 국민은 무슨 죄인지 따지고 싶다.

폴란드 PiS에 정권을 빼앗긴 자유주의 성향의 시민연단도 부패하고 오만한 엘리트 소리를 들었다. 그럼에도 2023년 정권 탈환에 성공한 것은 PiS 정권 역시 뇌물·비리를 감추지 못한 데다 법관들이 끊임없이 저항했기 때문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절대 압박에 굴복하지 말기 바란다. 집권세력에 맞서 꿋꿋이 임기를 채운 폴란드의 마우고자타 게르스도르프 대법원장도 그랬다. 이젠 양심적 사법부만이 자유민주주의와 우리나라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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