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유영국·이성자 조명 … 55년간 K미술 이끈 현대화랑

1 day ago 2

뉴스 요약쏙

AI 요약은 OpenAI의 최신 기술을 활용해 핵심 내용을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합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려면 기사 본문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 연작은 1976년 현대화랑의 개인전을 통해 국내에서 처음 소개되었으며, 이는 그의 예술 경력에 중대한 전환점이 되었다.

현대화랑은 55주년 기념 특별전에서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며, 그 중 김환기, 유영국 등 거장들의 초기작도 포함된다.

이번 전시는 1세대 추상미술 화가들의 유산과 함께 2세대 작가들의 현대 작품을 아우르며 한국 추상미술의 여정을 조명하고 있다.

회원용

핵심 요약쏙은 회원용 콘텐츠입니다.

매일경제 최신 뉴스를 요약해서 빠르게 읽을 수 있습니다.

1970년대 추상회화 국내 첫선
미술계 외면에도 아낌없는 후원
본관서 거장 22인 40점 특별전
신관선 韓미술 현재·미래 그려

김창열 '회귀 SA201902'(2012)

김창열 '회귀 SA201902'(2012)

영롱한 물방울을 그리는 데 평생을 바친 김창열 화백(1929~2021)은 '물방울 화가'로 불리며 작고 이후에도 미술계의 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다. 그런 그도 1976년 현대화랑 개인전을 통해 한국에서 '물방울' 연작을 처음 선보일 당시에는 확신이 없었다. 이미 김 화백이 활동하던 프랑스 파리에서는 그의 작품 세계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지만, 구상 회화에 열을 올리던 당시 국내 화단의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박명자 현대화랑 회장의 지지로 개인전이 열렸고, 예상과 달리 김 화백의 출품작은 '완판'되면서 국내에서도 이름을 알리게 됐다. 현대화랑은 이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김창열 회고전을 열 당시에도 도록 제작에 필요한 김 화백의 작품 사진과 관련 자료, 비용 등을 일체 후원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현대화랑의 개관 55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55주년: 한국 현대미술의 서사' 2부가 오는 7월 6일까지 갤러리현대 본관(현대화랑)과 신관 전관에 걸쳐 개최된다. 본관에서는 현대화랑이 일찍이 발굴·후원했던 추상미술 작가 22인의 대표작 40여 점을 펼친다. 여기에는 현재 미술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김창열, 김환기, 유영국, 이우환 등 거장들도 대거 포함돼 있다. 이와 함께 신관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 볼 수 있는 작가 18인의 대표작 50여 점을 선보인다.

김환기 '무제 VIII-66'(1966)

김환기 '무제 VIII-66'(1966)

1970년 4월 4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현대화랑으로 처음 문을 연 갤러리현대는 반세기가 넘도록 한국 현대미술 역사의 중심에서 작가들을 발굴, 후원하며 국내외 컬렉터들과 기관에 이들의 작품 세계를 알리는 데 전념해왔다. 특히 국내에서 추상미술이 지금처럼 주목받지 못했던 1970년대부터 국내외에서 추상미술 실험에 매진했던 한국 작가들을 조명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한국 미술계의 새로운 흐름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특별전의 출품작은 모두 현대화랑 전시를 통해 미술관이나 기업, 개인 컬렉터에게 판매됐던 작품들 가운데 각 작가의 대표적인 수작을 엄선한 것이다. 권영숙 갤러리현대 이사는 "미술관에 소장된 작품은 기획전 등을 통해 종종 대중에 공개될 기회가 있었지만, 개인 컬렉터 분들이 소장한 작품은 수십 년 만에 다시 공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특히 작가들의 초기작은 어디에서도 보기 어려운 희귀작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것이 김환기 화백의 '무제 VIII-66'(1966)이다. 김 화백이 화업 말년에 집중했던 전면점화(캔버스 화면 전체를 점으로 채워 그린 그림)로 넘어가기 이전 단계의 작품으로, 흑색으로 표현된 여백과 조형석 요소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161×129㎝ 크기의 세로가 긴 화면 상단에는 색색의 점들이 화면을 가로지르고 가장자리에는 색면에 가까운 큰 점들이 빙 둘러 안쪽으로 뻗어 있는 형태다. 현대화랑은 1977년 그의 회고전을 서울에서 최초로 개최한 바 있다.

유영국 '작품'(1984) 현대화랑

유영국 '작품'(1984) 현대화랑

1935년 일본으로 건너가 당대 일본에서도 가장 진보적이었던 미술 단체에서 활동하며 추상미술 외길을 걸었던 유영국 화백의 희귀작 3점도 이번 전시를 통해 관객과 다시 만난다. 김환기 화백 등과 함께 한국 최초의 추상미술 단체인 '신사실파'를 이끌었던 유 화백 역시 현대화랑의 1975년 개인전을 계기로 큰 주목을 받게 됐다. 그는 고향 울진의 산, 바다 등 자연 풍경을 있는 그대로 화폭에 옮기는 대신 강렬한 색채와 선과 면, 삼각형 같은 절제된 기하학적 형태와 공간 분할로 재해석했다. 자연의 숭고함과 한국적인 정서를 추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전시는 한국 추상미술의 여정을 1층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연대기 순으로 펼친다. 이 가운데 한글과 한자에서 영감을 받은 문자 추상의 세계를 추구한 이응노와 남관, 수학적인 기하 추상을 개척한 한묵, 천경자 다음의 여성 화가로 주목받은 이성자, 김창열 화백은 모두 프랑스 미술계와 적극 교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이성자 화백에 대해 박 회장은 "1965년 서울에서 개최된 개인전에 소개된 작품들을 처음 보자마자 추상회화의 힘을 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회상했다. 현대화랑은 1974년 이성자 개인전을 열었고, 이는 그의 추상 회화를 국내에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계기가 됐다.

전시는 1세대 추상미술 화가들의 영향을 받은 1940년 전후 출생 작가들의 작품들로 이어진다. 하종현과 김기린, 이우환, 존배, 권영우, 유희영, 정창섭, 이승조, 신문섭 등이다. 철학적 의미를 담은 단색화와 추상화로 회화를 다차원적인 실험의 대상으로 삼은 이우환의 대작 'Dialogue'(2007)를 비롯해 선으로 분할된 화면에 팝아트적 색채로 매끈한 화면을 만든 유희영 화백의 '작품 2018-R(B)', 원고지 위에 시를 쓰듯 자신만의 조형 언어로 단색화를 완성한 김기린 화백의 1990년대 작품 '안과 밖' 등이 전시됐다.

한편 갤러리현대 신관은 2세대 화랑주인 도형태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갤러리 프로그램에 관여하며 함께하게 된 1950년대~1980년대생 작가들의 컨템퍼러리 작품을 선보인다. 회화, 미디어아트, 사진, 설치 등 다양한 매체로 채워졌다.

[송경은 기자]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좋아요 0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