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 여파가 소비재 기업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물가를 의식한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지갑을 닫으면서 ‘서민 먹거리’인 햄버거와 초콜릿마저 판매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고용 위축이 이어지면 소비 심리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일(현지시간) 글로벌 햄버거 체인 맥도날드는 실적 발표에서 지난 1~3월 미국 동일 매장(1년 이상 영업) 매출이 전년 대비 3.6% 감소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2020년 2분기· -8.7%) 이후 최대 폭의 감소세이자, 시장 예상치(-1.4%) 보다도 감소폭이 컸다. 특히 미국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방문이 10% 가량 급격히 줄었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고소득층 소비자들이 여전히 외식을 하고 있지만, 이들의 지출은 다른 계층의 소비 감소를 상쇄할만큼은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고객 이탈은 외식업계 전반에서 관찰됐다. 경기 향방을 가늠하기 힘든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지출에 신중한 태도로 임했기 때문이다. 아침 식사를 거르거나,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 등 대안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피자 체인 피자헛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 줄었고, 멕시코 음식 체인 치폴레도 2020년 이후 처음으로 매출이 떨어졌다고 최근 발표했다. 스타벅스도 다섯 분기 연속 전년 동기 매출 감소세를 기록했다.
글로벌 제과업체 허쉬는 껌, 사탕 등의 제품이 포함된 제과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 급감했다고 같은날 보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관세 조치가 금융시장을 뒤흔들며 미국인들의 고용 전망에 대한 불안이 커져 소비 심리가 급격히 악화했다”고 진단했다.
이 업체들의 실적이 회복되려면 결국 경제 지표와 소비 심리 개선이 동반돼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 경제는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가 전기 대비 연율 -0.3%를 기록하며 역성장했다. 블룸버그 통신이 집계한 경제학자들의 4월 비농업부문 고용 증가 건수 추정치는 13만8000건으로 전월(22만8000건 증가)보다 상당폭 둔화가 예상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경제학자들은 5월부터 노동 시장이 더 뚜렷하게 약화될 수 있다고 내다보며 물류·운송업, 레저·접객업 분야에서의 고용 둔화가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