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자현의 곤충학 산책] 또 '러브버그의 계절'…조명 기술로 공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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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월 인천 계양구 게양산 정상에서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 무리가 등산로와 등산객들에게 들러붙으며 불쾌감을 주고 있다. 인천일보 제공

작년 6월 인천 계양구 게양산 정상에서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 무리가 등산로와 등산객들에게 들러붙으며 불쾌감을 주고 있다. 인천일보 제공

① 5월의 불청객 ‘대발생 곤충’, 왜 생태계는 박멸 대신 관리를 요구하는가

신록이 짙어지는 5월, 대지는 생명력으로 충만해지지만 도시민들에게 이 시기는 달갑지 않은 ‘불청객’의 계절이기도 하다.

한강변 상점가를 습격하는 동양하루살이의 군무, 도심 외벽을 새카맣게 뒤덮는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 그리고 북한산 일대를 점령한 대벌레까지. 곤충학에서는 특정 지역에서 개체수가 평년 대비 수십 배 이상 폭증하는 이 현상을 ‘대발생(Outbreak)’이라 부른다.

과거에는 몇 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했던 이 ‘사건’은 이제 매년 반복되는 ‘계절적 상수’가 되어버렸다.

왜 우리는 해마다 곤충과의 전쟁에서 패배하는 것일까.

대발생의 이면에는 인간이 자초한 세 가지 생태적 왜곡이 자리 잡고 있다.

첫째는 기후 변화가 초래한 ‘생애 주기의 가속화’다. 곤충은 외부 기온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변온동물이다.

겨울이 따뜻해지면서 월동 유충의 생존율이 급등했고, 5월의 이상 고온은 성장이 빨라진 여러 세대가 한꺼번에 성충이 되어 쏟아져 나오는 ‘동기화 현상’을 유발했다.

둘째는 도시화가 만든 ‘생태적 파라다이스’다. 도심 열섬 현상은 곤충에게 안락한 온도를 제공하고, 밤을 잊은 인공조명은 그들을 도심으로 이끄는 강력한 이정표가 된다.

반면 그들의 천적인 새와 개구리, 거미의 서식지는 파괴되어 제어 장치가 사라졌다.

셋째는 글로벌 물류 이동을 타고 들어온 외래종의 확산이다. 천적 없는 ‘생태적 해방’ 상태에서 이들은 폭발적으로 증식한다.

곤충 떼를 마주한 시민들의 첫 번째 반응은 대개 공포와 혐오, 그리고 “다 죽여달라”는 민원이다.

그러나 곤충학자의 시선에서 무차별적인 살충제 살포는 가장 위험하고 하책(下策)에 가까운 대응이다. 여기에는 우리가 외면해온 ‘불편한 진실’이 있다.

우선 대발생하는 많은 종이 사실 인간에게 무해하다. 최근 화제가 된 러브버그는 질병을 옮기지도, 농작물을 해치지도 않는다. 오히려 낙엽을 분해해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꽃가루를 옮기는 ‘익충’에 가깝다.

더 큰 문제는 살충제의 역설이다.

강력한 살충제는 목표로 한 곤충뿐만 아니라 그들을 먹고 사는 천적까지 몰살시킨다. 천적이 사라진 빈자리는 다음해 더 강력한 내성을 가진 곤충들이 채우며 대발생의 악순환을 완성한다.

또한 잔류 성분은 먹이사슬을 통해 인간의 식탁으로 돌아온다. 특히 상수원 보호구역에서는 수도법에 따라 화학적 방제 자체가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결국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어떻게 죽일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로 말이다.

곤충은 지구 생물 종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생태계 순환을 지탱하는 핵심 부품이다. 이 부품을 무작정 떼어내는 것은 시스템 전체를 붕괴시키는 일이다.

이제 우리는 박멸(Extermination)이라는 오만한 단어를 버리고, 인간의 생활 공간을 지키면서도 생태계의 선을 넘지 않는 ‘관리(Management)’와 ‘공존의 설계’를 고민해야 한다.

그 구체적인 실마리는 곤충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 즉 ‘빛’의 과학에서 시작된다.

② 곤충의 눈에는 어둠으로 보이는 조명, ‘시각적 차단’이 이끄는 비살충 방제의 과학

밤마다 가로등 아래 곤충들이 구름처럼 모여드는 장면을 보며 우리는 흔히 곤충이 빛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좋아함’이라기보다 ‘본능적 이끌림’에 가깝다.

곤충을 이해하려면 먼저 인간 위주의 시각 기준을 버려야 한다.

인간의 눈은 380~780nm(나노미터)의 가시광선을 보지만, 곤충은 인간이 거의 보지 못하는 300~400nm의 자외선 영역에 지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가로등 빛은 그들에게 단순한 조명이 아니라 이동 방향을 결정하는 생물학적 신호다.

오랫동안 우리는 이 주광성(走光性)을 이용해 곤충을 ‘유인해서 죽이는’ 방식을 써왔다. 파랑빛을 내는 자외선 파장으로 곤충을 꾀어 전기 충격을 가하는 포충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방제를 하려면 일단 곤충을 우리 곁으로 ‘불러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살충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체는 미세 입자가 되어 공기를 오염시키기도 한다.

최근 곤충학과 조명공학의 융합으로 탄생한 ‘스마트 방제’는 이 흐름을 정반대로 뒤집었다. 부르는 것이 아니라, 아예 ‘인식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필자의 연구팀은 국내 조명 전문업체와 공동으로 곤충의 시각 체계를 역이용하는 연구를 수행하여 그 결과를 아시아태평양곤충학저널(Journal of Asia-Pacific Entomology)에 발표했다.

연구의 핵심은 조명의 스펙트럼(파장 분포)을 정밀하게 설계하는 것이었다. 곤충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300~500nm의 단파장 영역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대신 580~585nm의 황색 계열 파장을 극대화한 해충 방지 LED를 개발했다.

실제 환경에서 진행된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이 특수한 파장의 조명을 설치했을 때, 곤충의 유입 빈도는 조명이 전혀 없는 ‘완전한 암흑(Dark)’ 상태와 비교했을 때 과학적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즉, 인간의 눈에는 충분히 밝은 빛이지만, 곤충의 눈에는 그 공간이 빛이 없는 암벽이나 어둠처럼 느껴져 접근 자체를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 방식은 살충제를 쓰지 않으므로 토양과 수계 오염이 없고, 천적을 죽이지 않아 생태계의 자정 능력을 해치지 않는다.

사후 제거에서 사전 차단으로의 전환, 이것이 바로 ‘박멸’에서 ‘공존의 설계’로 나아가는 스마트 방제의 핵심이다.

빛만으로도 공간은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식물과 곤충이 수억 년간 주고받아온 ‘향기’라는 또 하나의 감각 신호를 더하면, 방제의 성벽은 더욱 견고해진다.

③ 식품 안전을 지키는 ‘보이지 않는 방어선’, 곤충의 감각을 역이용한 공진화의 지혜

곤충과의 전쟁이 가장 치열하게 벌어지는 최전선은 역설적이게도 숲이 아닌 식품 공장이다.

식품 제조 현장에서 곤충 한 마리의 유입은 단순한 위생 사고를 넘어 제품 회수와 브랜드 신뢰도 하락이라는 치명적인 경영 리스크로 직결된다.

특히 5월부터는 실내외 온도 차로 발생하는 공기 흐름을 타고 곤충들이 집요하게 공장 내부를 공략한다.

필자의 연구팀은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대형 식품공장의 물류 상하차장, 즉 '도크(Dock)' 구역을 무대로 ‘빛과 향’을 결합한 통합 방제 시스템의 실증 연구를 진행했다.

도크는 외부와 내부가 직접 연결되는 공간으로, 빈번한 물자 이동 때문에 곤충 유입을 차단하기 가장 까다로운 지점이다.

연구팀은 이곳에 국내 조명 전문업체 연구진과 함께 개발한 조명 시스템을 적용했다. 빛과 함께 자연계에서 식물과 곤충이 수억 년 동안 화학 신호로 소통해온 ‘공진화(Co-evolution)’의 원리를 활용한 것이다.

실론계피나무, 팔각회향, 개똥쑥에서 추출한 성분을 배합한 식물성 방충향은 인간에게는 은은한 향을 풍기지만, 곤충에게는 본능적으로 회피해야 할 ‘보이지 않는 벽’이 된다.

2023년 7월부터 10월까지 실제 운영 중인 도크 현장에서 진행된 실험 결과는 데이터로 증명되었다.

조명과 향을 동시에 적용했을 때, 도크를 통해 유입되던 파리류(Diptera)와 진드기류(Hemiptera) 등의 빈도가 대조군 대비 현저히 감소했다.

특히 전체 곤충 유입량은 약 40%가량 줄어들었으며, 이는 통계적 유의수준으로 우연히 발생할 수 없는 명확한 방제 효과임을 입증했다.

이 연구가 의미 있는 이유는 ‘지속 가능한 안전’의 모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과거의 방식은 이미 들어온 곤충을 끈끈이나 포충등으로 잡는 ‘사후 처리’에 집중했다. 하지만 이는 도크 주변에 곤충 사체를 남겨 2차 오염 위험을 초래한다.

반면 빛의 파장으로 곤충의 시각을 속이고 식물 유래 향기로 후각을 차단하는 통합 방제는 곤충이 아예 도크 근처에 머물지 않게 만든다.

국내 조명 기술의 진보가 물류의 접점에서부터 과학적으로 완벽하게 작동하는 ‘방패’를 세운 것이다.

5월의 대발생 곤충은 우리가 망가뜨린 환경이 보내는 경고음이다. 그 해결책 또한 자연을 힘으로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작동하는 원리를 깊이 이해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과거의 방제가 ‘제거’였다면, 미래의 방제는 ‘설계’다. 곤충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공간을 다시 정의하고,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그들과 거리를 두는 정밀한 과학 기술이다.

우리의 식탁 위에 놓인 안전은 단순한 청결의 결과가 아니다. 그 이면에는 생태학, 광학, 화학생태학이 결합된 집요한 연구와 보이지 않는 과학적 방어선이 작동하고 있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은 바로 이 정교한 설계 위에서 비로소 가능하다.

나자현 고려대 생명자원연구소 교수

나자현 고려대 생명자원연구소 교수

고려대 농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응용곤충학(곤충생태학·해충방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6년부터 고려대 생명자원연구소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이물전문가자문위원, 식품이물관리 개선 협의체 제도개선분과 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식품 이물 안전관리 분야의 권위자로 활동하고 있다. 2016년 식품안전의 날 국무총리 표창, 2020년·2024년 식품의약품안전처장 표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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