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꿈꿨던 남자. 그가 날 죽일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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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줘>는 길리언 플린의 원작 소설 <Gone Girl>을 바탕으로, 그녀가 직접 각본을 쓰고 데이빗 핀처가 연출한 영화다. 뉴욕에서 화려한 삶을 살던 닉과 에이미 부부는 닉의 고향인 미주리로 이주하게 된다. 갑작스러운 경제 불황으로 인해 둘 다 실직자가 되었고, 닉의 어머니가 유방암 말기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뉴욕에 비하면 미주리의 작은 도시는 한없이 초라한 시골이었고, 이 과정에서 에이미의 의사는 충분히 존중받지 못했다.

그러던 중, 부부의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 날, 에이미가 실종된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관객들은 닉의 시점에서 실종 사건을 따라가게 된다. 수사가 시작되면서 닉은 자신이 아내에 대해 너무도 몰랐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녀가 친구 한 명 없는 미주리에서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는지조차 알지 못했던 것이다.

영화 '나를 찾아줘' 스틸컷 / 사진출처. 왓챠피디아

영화 '나를 찾아줘' 스틸컷 / 사진출처. 왓챠피디아

에이미는 ‘어메이징 에이미’라는 동화 속 주인공의 모델로, 그녀의 부모가 쓴 베스트셀러 동화책 시리즈 덕분에 유명세가 있었다. 에이미의 실종 사건은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미국 전역의 관심을 끌게 된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될수록 드러나는 정황들은 남편인 닉을 유력한 용의자로 몰아간다.

결정적으로 “내가 꿈꿨던 이상형인 이 남자가 정말 날 죽일지도 모른다”는 내용이 담긴 에이미의 일기장이 발견되면서, 닉은 점점 더 궁지에 몰린다. 이제 그는 아내를 찾아야 하며 동시에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닉은 점점 더 확신하게 된다. 이 모든 것이 에이미가 꾸민 일이라는 사실을. 그렇다면, 그녀는 왜 이런 일을 벌였을까?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영화 '나를 찾아줘' 스틸컷 / 사진출처. 왓챠피디아

영화 '나를 찾아줘' 스틸컷 / 사진출처. 왓챠피디아

<전망 좋은 방>을 쓴 영국 소설가 E. M. 포스터는 스토리와 플롯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한 바 있다. 스토리는 사건을 시간순으로 나열한 것이고, 플롯은 사건들 간의 인과관계를 강조하여 재구성한 것이다. 같은 이야기라도 어떤 방식으로 전개하느냐에 따라 독자나 관객을 더욱 강하게 몰입시킬 수 있다. 이런 인과적 전개 방식은 영화뿐만 아니라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탐사보도 프로그램에서도 익숙하게 접할 수 있다.

<나를 찾아줘>는 이러한 훌륭한 플롯의 전형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생동감 있는 캐릭터와 한순간도 긴장을 놓칠 수 없는 절묘한 플롯을 따라가다 보면, 이 영화가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선 작품이라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가십을 다루는 언론과 대중을 향한 날카로운 풍자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영화가 던지는 가장 강렬한 메시지는 결혼 생활에 대한 은유다. 마지막까지 치닫는 닉과 에이미 부부의 이야기는, 사랑과 결혼 생활의 본질이란 과연 어떠한 것인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남긴다.

정대건 소설가·감독

[영화 '나를 찾아줘' 메인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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