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명소가 신음하고 있다. 국립공원 지정을 앞둔 금정산 최고봉 표지석이 훼손됐다. 금정구청은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수사당국은 경위 파악에 나섰지만, 감시·보안 시스템의 부재로 용의자를 특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14일 금정구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금정산 고당봉의 표지석이 이상하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본래 표지석에 새겨진 글자는 ‘고당봉’이었는데, 누군가가 접착제와 메모지를 이용해 ‘금정봉’이라고 바꾼 것이다.
현재 메모지는 제거가 완료됐지만 접착제로 인해 군데군데 글자색이 벗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금정구는 전문복원업체를 불러 처리할 예정이다. 또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훼손범을 찾기로 했다. 다만 현장에 폐쇄회로(CC)TV가 없었기에 짧지 않은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고당봉 표지석이 수난을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8월 낙뢰로 파손돼 시민들이 성금을 모아 다시 제작했다. 지난 2018년에는 누군가가 표지석 뒤쪽에 거울을 붙여 금정산의 기상을 표현한 축문을 가렸다.
좋은 기운을 반사하는 형태로 해석되면서 무속 행위의 일종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2019년에는 표지석에 ‘이 돌이 깨어 부수어지는 그날까지 떨지 마시라’, ‘앞뒤 사진을 찍어 알려 주십시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리기도 했다.
금정산은 부산지역 기준 최고 높이의 산이다. 산림청이 선정한 명산 중 하나이기도 하다. 수달과 붉은배새매를 포함한 멸종위기종 13종이 서식하고, 우리나라 최대 길이의 산성인 금정산성을 비롯한 문화자원 105점을 품고 있다.
금정산의 정상 해발 801.5m에 고당봉 표지석이 자리를 잡고 있다. 날씨가 좋으면 지리산 천왕봉과 대마도까지 보이는 높이다. 산림당국은 금정산을 지키기 위해 약 7만3000㎢ 일대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