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부상' 극복한 UFC 박준용 "앞이 안보이니 머리가 하얘지더라구요"(인터뷰)

4 hours ago 4
  • 등록 2025-06-27 오전 12:10:00

    수정 2025-06-27 오전 12:10:00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 쪽 눈이 안 보이니까 머릿속이 하얗게 되더라구요. 그때부터 무조건 레슬링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쪽 눈이 부상을 입은 상황에서도 투혼을 발휘해 UFC 아홉번째 승리를 따낸 ‘아이언터틀’ 박준용. 사진=UFC
경기 중 입은 눈 부상을 딛고 UFC 개인 통산 아홉번째 승리를 따낸 박준용. 사진=UFC

UFC 파이터 ‘아이언 터틀’ 박준용(34·코리안탑팀)은 화려하지 않지만 꾸준한 선수다. 세계 최고의 무대 UFC에 2019년 데뷔한 이래 벌써 햇수로 7년째 옥타곤을 누비고 있다.

박준용은 지난 22일(이하 한국시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UFC 대회에선 이스마일 나우르디예프(모로코)를 3라운드 내내 그라운드로 압도한 끝에 신판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UFC 진출 후 9번째 승리(3패)였다. 역대 한국인 선수 가운데 박준용 보다 UFC에서 더 많이 이긴 선수는 현재 방송인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스턴건’ 김동현(13승)뿐이다.

쉽지 않은 경기였다. 실력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경기 중 입은 부상이었다. 박준용은 1라운드 도중 상대 선수 손가락에 눈이 찔리는 불운을 겪었다. 이때 각막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그래도 개의치 않고 경기를 재개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2라운드에선 박준용의 무릎이 땅에 닿은 상태에서 상대 선수이 니킥이 얼굴에 제대로 들어갔다. UFC 규정상 명백한 반칙이었다. 왼쪽 눈가가 심하게 붓고 찢어졌다. 시야가 완전히 가려졌다. 간신히 경기에 복귀했지만 이 때부터 오른쪽 눈으로만 보고 싸워야 했다.

반칙승을 거둘 수도 있었지만, 박준용은 경기를 계속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모한 투지 때문이 아니었다. 그 상황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약 부상 때문에 경기를 못하겠다고 하면 닥터스톱 TKO패 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들었다.

박준용은 “경기가 열린 아제르바이잔은 상대 선수의 홈그라운드나 다름없었다”며 “분명히 반칙이 맞다고 생각했지만 적지이다 보니 심판들이 어떤 장난을 칠지 알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한쪽 눈이 안 보이는 것 자체는 상관없었다. 문제는 거리 감각이 떨어졌다는 점이었다. 오른손 잡이인 박준용으로선 앞에 나와 있는 왼쪽 시야가 막혀있다 보니 상대 주먹을 가늠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분명히 주먹이 닿지 않을 거리라 생각했는데 얼굴에 닿는 것을 보고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박준용은 “사실 눈을 다친 것보다 거리를 맞추지 못해 더 불안했다”며 “무조건 달라붙어 레슬링 싸움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상대를 넘길 수만 있다면 계속 눌러놓을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준용은 타격과 그라운드 실력을 겸비한 올라운드 파이터다. 특히 타고난 힘과 감각을 바탕으로 한 레슬링 실력이 탁월하다. 부상 이후 상대를 그라운드로 몰고 간 그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일방적으로 몰아붙였다.

박준용은 “레슬링은 워낙 많이 훈련해서 상대가 보이지 않아도 몸만 부딪히면 뭘 해야 하는지 잘 안다”면서 “다행히 3라운드부터는 한쪽 눈으로만 싸우는 것이 어느 정도 적응이 됐다”고 밝혔다.

2013년 종합격투기에 데뷔한 박준용은 프로 선수로 뛴지 벌써 13년째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지만 이번 경기를 통해 새로운 것을 또 배웠다. 그는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지 배운 경기였다”며 “이번 승리를 통해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UFC에서도 베테랑 축에 들어가는 박준용은 이제 본격적으로 랭킹 진입을 노린다. 그동안 크게 욕심내지 않았지만 이제는 랭킹 진입에 대한 의지가 뚜렷하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만큼 보다 확실하게 성과를 내고 싶다는 생각이다.

박준용은 “다음 경기는 미들급의 10~15위권 선수와 대결하고 싶다”면서 “딱 누구를 정한 것은 아니지만 랭킹 안의 선수라면 다 좋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경기를 통해 더 자신감을 얻고 단단해진 것 같다”며 “조금씩 위로 올라가 더 크고 뚜렷한 성과를 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