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포럼 창립자, 주요국 비위 맞추려 국가경쟁력 보고서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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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금 횡령 의혹도 조사 대상

1월 16일(현지 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개막식에 참석한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창립자 겸 전 이사회 의장. 다보스=AP 뉴시스

1월 16일(현지 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개막식에 참석한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창립자 겸 전 이사회 의장. 다보스=AP 뉴시스

세계 정재계 인사들의 연례 회동인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의 창립자 클라우드 슈바프(87)가 국가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국가경쟁력 보고서를 조작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그는 지난해 성추문과 인종차별 의혹이 제기되자 회장직에서 사퇴했고, 이번 고발로 이사회에서도 손을 뗐다. 슈바프는 폭로된 내용을 “인격 살해”로 규정하고 모든 의혹을 부정하고 있다.

23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WEF가 지난주 슈바프 전 회장의 보고서 조작과 자금 사적 유용을 주장한 내부 고발자 제보를 받았다. 앞서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익명의 제보를 받은 포럼 이사회가 20일 긴급회의를 통해 슈바프 전 회장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튿날 이사회 의장과 이사 자리에서 사임했다.

고발자는 서한에서 슈바프 전 회장이 국가경쟁력 보고서를 조작해 WEF의 진실성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각국의 생산력과 회복력을 평가해 순위를 매기는 국가경쟁력 보고서는 연계 포럼 논의의 기초가 되는 문건이다. 그가 직원을 시켜 호텔 현금자동인출기(ATM)에서 수천 달러의 현금을 인출하도록 했고, 자신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아울러 슈바프 전 회장과 일가가 다보스포럼의 자산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도 조사 대상이다. 슈바프 전 회장이 포럼 기금으로 호텔 객실 내 개인 마사지 비용을 지불했고, 부인 힐데는 회의 주최 명목으로 모은 공금으로 호화로운 휴가를 다녀왔다는 것. 또 제보자는 슈바프 일가가 스위스 제네바 WEF 본사 인근의 고급 빌라 일부를 사적으로 사용 중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빌라는 수년간의 보수를 거쳐 2023년에 콘퍼런스 센터로 개관했다. 제보에 따르면 WEF는 부지 매입에 약 3000만 달러를, 보수에 약 2000만 달러를 지불했다.

슈바프 전 회장은 23일 발표한 성명에서 자신이 “인격 살해”를 당했다면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보고서 조작 주장에 대해 “일부 정부는 최신 데이터를 반영하거나 분석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수정안을 제안하며 나에게 연락했고 나는 이 정보를 팀에 전달했다”며 “이를 조작으로 규정하는 것은 나의 학문적 지위에 대한 모욕”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자신이 1979년 국가경쟁력 보고서의 방법론을 처음 개발한 뒤 조사의 신뢰도 제고를 위해 노력해 왔다고 강조했다.

공금 횡령 등 기타 의혹에 대해서도 “순수한 거짓말”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WSJ에 따르면 슈바프 전 회장이 내부 고발자의 주장이 허위라면서 20일 이사회 회의에서 발언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이사회에서 이를 거부했다. 슈바프 전 회장 측은 그가 발언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며 익명의 고발자를 대상으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 밝혔다.

독일 출신 경제학자인 슈바프 전 회장은 1971년 WEF의 모태인 ‘유럽경영자포럼’을 출범해 매년 1월 스위스 휴양지 다보스에서 각국 정·재계 거물이 한자리에 모이는 다보스 포럼으로 키웠다. ‘제4차 산업혁명’ 개념을 처음 제시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그는 지난해 직장 내 성희롱과 인종 차별 등의 의혹이 제기돼 지난해 회장직에서 사임했다. 당초 2027년 1월까지 이사직 사임 절차도 밟을 예정이었으나 이번 폭로로 즉각 이사회에서 물러나게 됐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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