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산업 현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고, 기업들은 인재 확보에 혈안이다. 이런 변화의 한복판에서 인재 양성과 연구개발(R&D)의 핵심 주체가 돼야 할 대학은 여전히 낡은 제도에 갇혀 있다. 고등교육 시스템의 경직성은 이제 개별 대학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서울대 교수 56명, 4대 과학기술원 교수 18명이 해외 대학으로 옮겼다는 통계가 나왔다. 다른 대학 교수들을 데려와 빈자리를 채울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국내 대학 간 돌려막기일 뿐이다. 국가 전체로 보면 인재 유출이다. 더 큰 문제는 들어오는 인재가 적다는 점이다. 해외의 젊고 유능한 교수들은 한국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돌아오는 경우도 대개 가족, 생활, 개인적 사유 때문이다. 세계 학계에서 경쟁하는 젊고 실력 있는 교수들이 한국 대학을 적극적으로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핵심 원인은 보상 체계다. 대학은 인재산업이다. 좋은 교수를 유치하려면 그에 걸맞은 보상이 필요하다. 열악한 교원 보상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몇몇 대학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것은 사실이다.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한 의미 있는 첫걸음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은 형식만 연봉제에 가깝다. 낡은 공무원식 호봉제를 조금 손봐 만들었기에 연봉제라고 부르기 민망한 수준이다.
진정한 연봉제는 ‘카운터 오퍼’가 가능해야 한다. 인재의 가치는 시장 연봉이 결정한다. 세계적 대학이 우수 교수에게 높은 연봉을 제시하면 한국 대학도 맞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유치도 가능하고 이탈도 막을 수 있다. 국공립대의 현 시스템에서는 상상조차 못할 일이다. 정해진 임금표와 예산 틀 안에서 세계 대학들과 경쟁하라는 것은 모순이다. 운동선수 시장에서는 당연한 일이 교수 시장에서는 불가능하다. 이것이 한국 대학의 현실이다.
성과 평가도 문제다. 교수 연구는 분야마다 다르다. 고도로 전문화된 영역이다. 논문 한 편의 의미도 분야마다 다르고, 연구 주기의 길이도 다르다. 이를 일괄적인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축구, 야구, 배구 선수를 100m 달리기 실력으로 줄 세워 연봉을 매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변별력 없는 평가 아래에서는 연구에 매진할 유인이 약해진다. 잘해도 보상이 제한되고, 못해도 불이익이 작으면 조직은 발전이 없기 마련이다.
대학 재정도 시스템에 묶여 있다. 국공립대 인건비는 사실상 정부 예산의 틀 안에서 결정된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재정을 조달하고, 그 돈으로 세계적 인재를 데려오는 구조가 약하다. 사립대도 국공립대의 틀을 따라간다. 교육부와 예산당국이 돈을 충분히 주지 못한다면, 적어도 대학이 스스로 뛸 수 있게 해야 한다.
발전기금 운용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유수 대학은 예산의 상당 부분을 기금 운용 수익으로 충당한다. 기부금을 장기 투자해 장학금, 연구비, 교수 채용에 활용한다. 한국 대학의 발전기금은 기본재산으로 묶여 사실상 예금에 잠겨 있는 사례가 많다. 수익률은 낮고 활용도도 낮다. 돈은 있는데 경쟁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오랫동안 동결된 등록금 문제도 있다. 저렴한 교육 서비스는 강점이다. 더 많은 학생에게 대학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싼 게 비지떡’인 것 또한 사실이다. 좋은 교육에는 비용이 든다. 해외 대학은 업계 최고의 전문가를 높은 보수를 주며 강사로 초빙한다. 한국 대학은 낮은 등록금과 열악한 재정 때문에 우수한 강사를 충분히 초빙하기 어렵다. 강의 질은 떨어지고 학생들에 대한 서비스 마인드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교육의 질을 높이려면 그에 맞는 재원 구조도 필요하다.
아시아의 홍콩과 싱가포르 대학들은 외국인 학생을 유치하며 교육수출을 하고 있다. 대학이 국가 브랜드가 되고 산업이 된다. 한국 대학은 여전히 낡은 인사제도, 경직된 재정, 낮은 등록금 구조에 묶여 있다. 이대로는 세계적 인재도, 세계적 학생도 끌어오기 어렵다.
대학 선진화는 국가적 과제다. 교수 보상 체계의 자율화, 카운터 오퍼 허용, 분야별 성과 평가, 발전기금 운용 개선, 등록금과 장학금 체계의 현실화가 필요하다. 대학을 공무원 조직처럼 묶어두고 세계적 경쟁력을 기대할 수는 없다. AI 시대의 경쟁은 결국 사람의 경쟁이다. 사람을 키우는 대학부터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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