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는 식당엔 ‘맛’을 넘는 ‘기억’이 있다

1 week ago 8

[푸드 NOW] 풍경, 설명, 분위기까지도 ‘음식’ 메뉴 판매 넘어 ‘손님의 시간’ 설계 한식 대접의 품격 선보인 ‘라연’ 시각과 소리까지 맛있는 ‘파블로’ 서울 더 플라자 다이닝 내 ‘파블로 그릴 앤 바’에서 직원이 시푸드 플래터에 프랑스 브랜디를 활용한 플랑베를 선보이고 있다. 김유경 푸드 칼럼니스트 제공 “그 집 음식 어땠어?” 누군가에게 식당을 추천해 달라고 할 때 우리가 보통 가장 먼저 묻는 것은 맛이다. 그런데 막상 답을 하려고 기억나는 식당을 떠올려 보면 맛보다 먼저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창가 너머로 보이던 풍경, 물잔을 건네던 직원의 말, 불판 위에서 고기를 구우며 알려주던 맛있게 먹는 조합, 식사를 마친 뒤에도 한참 이야기하게 만든 그날의 분위기…. 음식의 맛이 시간이 지나고 희미해지더라도 그 식당에서 보낸 장면은 사진처럼 오래 남는다. 외식업에서 맛은 당연히 기본이다. 맛이 없다면 멋진 인테리어도, 친절한 서비스도 오래 버틸 수 없다. 다만 외식업계가 상향 평준화되면서 맛있는 식당이 너무 많아진 지금, 맛은 손님을 처음 오게 하는 이유일 뿐 다시 찾게 하는 이유까지 되기는 어렵다. 한 끼를 먹기 위해 손님이 쓰는 것은 식사 시간만이 아니다. 약속을 정하고, 길을 찾아가고, 사진을 찍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의 일부를 그곳에 건넨다. 이제 식당은 메뉴를 파는 곳을 넘어 시간을 설계하는 곳인 셈이다. 최근 이를 잘 보여주는 곳 중 한 곳은 서울신라호텔 ‘라연’이다. 라연에서 한식은 접시 위에만 있지 않다. 23층에서 내려다보는 서울의 풍경, 한국적 미감을 절제해 담아낸 공간과 기물, 코스의 흐름에 맞춰 이어지는 정교한 홀 서비스가 한데 어우러져 한식의 품격을 보여준다. 손님은 음식을 먹는 동시에 ‘한식으로 이런 대접을 받을 수 있구나’라는 감각을 경험한다. 라연이 구현하는 것은 전통 한식의 현대화가 새로운 조리법만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공간과 그릇, 언어와 태도까지 한 방향을 추구할 때 비로소 한 끼의 인상이 만들어진다. 플랑베 불꽃의 시각적 효과뿐 아니라 드라이에이징한 티본 스테이크의 지글거리는 소리까지도 맛을 기억하는 일부가 된다. 김유경 푸드 칼럼니스트 제공 서울 광화문 인근에 새로 문을 연 더 플라자 다이닝 안의 ‘파블로 그릴 앤 바(파블로)’는 또 다른 방식으로 경험을 만든다. 파블로는 드라이에이징과 직화 조리를 내세운 그릴 다이닝이지만, 손님이 마주하는 것은 스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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