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세계'는 어떻게 광장의 노래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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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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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널 이 느낌 이대로~ 그려왔던 헤매임의 끝~”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가 한창이던 서울 곳곳에서 소녀시대의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가 울려 퍼졌다. 2010년대부터 집회 현장에서 인기곡으로 불린 이 노래가 15년이 지난 이때도 집회 현장의 열기를 달구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외에도 '아파트', '삐딱하게' 등 최신 가요들도 함께 불렀다.

역사 칼럼니스트이자 작가 권경률이 펴낸 신간 <가요로 읽는 한국사>는 '다시 만난 세계'를 포함해 한국인이 사랑한 노래 60여개 곡을 중심으로 한국사를 들여다본다. ‘용비어천가’ 등 고대가요부터 민족의 응어리를 응집한 ‘아리랑’, 전쟁 속의 인간성을 담은 ‘굳세어라 금순아’, 70·80년대 민중가요와 2000년대 K-팝 등 다양한 노래를 통해 시대적 맥락을 탐구한다. 나아가 금지곡과 군국가요 등 노래가 핍박받고 이용당한 어두운 면도 함께 살핀다.

국민 가요는 시대가 만든다. 대표적으로 가왕 조용필의 노래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1970년대 중반 재일동포의 모국 방문 열풍을 타고 대박이 났다.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여파로 재일동포의 모국 방문이 줄을 이었을 당시 조용필은 대중의 관심사를 노래에 담았다. ‘님 떠난’을 ‘형제 떠난’으로 바꾸고, ‘보고픈 내 님아’를 ‘그리운 내 형제여’로 고치는 듯 시대 정서에 맞게 개사와 편곡을 했다.

노래 자체가 한 시대의 거울이 되기도 한다. 1954년에 나온 가수 남인수의 ‘이별의 부산정거장’은 음반 10만 장이 팔린 히트곡이다. 직전 해 6·25 전쟁의 정전협정이 체결됐고, 고달픈 피난 생활에도 작별을 고할 시점이었다. 이 노래는 이렇게 흘러간다. “보슬비가 소리도 없이 이별 슬픈 부산정거장. 잘 가세요, 잘 있어요, 눈물의 기적이 운다. 한 많은 피난살이 설움도 많아…” 이별의 애틋한 노랫말과 경쾌한 리듬감이 묘하게 어우러진 곡이다.

이 책은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노래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역사적 이벤트와 얽힌 노래를 통해 한국의 정치, 사회, 문화 등의 면면을 깊이 들여다 볼 수 있다.

허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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