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RCPS 회수 가능성 따져볼 것”
금감원 MBK 검사 결과에도 촉각…LP 이익 침해했나
단순 투자 실패를 넘어 국민연금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지속되고 있다. RCPS 계약 조건이 홈플러스 신용등급 강등 직전 홈플러스 측에 유리하게 변경된 바 있기 때문이다. 상환권이 상실된 RCPS 약 5800억원의 회수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MBK파트너스가 선관주의 의무에 따라 투자자인 국민연금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는지 등이 쟁점 사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20일 정치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르면 다음달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MBK파트너스를 대상으로 청문회를 열 예정이다.
청문회에서 정무위 위원들은 국민연금공단의 홈플러스 투자 손실과 관련해서도 추궁한다는 계획이다.최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이 국민연금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MBK파트너스 블라인드 펀드를 통해 홈플러스에 투자한 295억원은 전액 손실 위기에 처했다. MBK파트너스가 지난 13일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이 이뤄지면 보유하고 있는 2조5000억원 규모의 보통주를 무상 소각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이미 지난해 말 홈플러스 보통주 가치를 0원으로 평가했다.
더 큰 문제는 RCPS 투자금이다. M&A 과정에서 회수액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업계 전망은 밝지 않다. 국민연금은 2015년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RCPS 5826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은 미지급 이자 등을 포함해 RCPS를 약 9000억원으로 평가했으며 회수액은 3131억원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은 “RCPS 회수를 위해 소각, 감자, 병합, 이자율 조정 등 조건 변경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한 정무위 관계자는 “RCPS와 관련해 국민연금은 입을 닫고 있지만 계약 내용에 대해 면밀히 들여다볼 부분이 있다. 청문회 때 보려 한다”고 예고했다.
지난 2월 국민연금과 홈플러스의 RCPS 계약 조건이 홈플러스 신용등급 강등 직전 홈플러스에 유리하게 바뀐 것을 두고 아직 업계는 ‘상식 밖의 일’이라는 반응이다. 국민연금 동의 없이 이뤄질 수 있느냐는 의문 때문이다.
RCPS는 투자자가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환권’과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을 가진 우선주를 말한다.
하지만 지난 12일 공시된 홈플러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홈플러스 RCPS 1조여원의 상환 재량권은 홈플러스에게 넘어가고 전액 부채가 아닌 우선주(자본)로 재분류됐다.
감사보고서는 “2월26일 RCPS의 상환에 대한 재량권을 당사(홈플러스)가 보유하는 것으로 한국리테일투자와 변경계약 합의서를 체결했다”며 “이에 상환전환우선주 부채를 우선주 및 주식발행초과금으로 재분류했다”고 기재하고 있다. 한국리테일투자는 MBK파트너스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으로, RCPS의 상환 조건 변경에 동의했다.한 기관전용 사모펀드(PE) 업계 관계자는 “원칙적으론 국민연금이 MBK 펀드에 돈을 넣었으면 운용사(GP)인 MBK가 운용 권한을 갖고 있긴 하다. 하지만 법률적인 걸 떠나 중요한 투자 관련 의사결정은 투자자들에게 사전 설명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금감원의 MBK 검사 결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금감원은 MBK의 사모펀드 업무 전반에 위법성이 없는지 확인하는 취지의 검사를 했는데, RCPS 상환권 양도 과정에서 투자자(LP)인 국민연금 이익 침해 여부가 가장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GP가 운용의 재량을 갖고 있다지만 MBK는 홈플러스의 대주주로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홈플러스 신용평가 결과가 나오기 전 홈플러스에겐 부채를 자본으로 전환할 유인이 있었고 RCPS 보유자인 한국리테일투자는 이에 동의해줬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GP로서 보통주 투자자들에게도 최소한의 노력을 해야 하고 RCPS 등 중순위 투자자들의 이익도 대변해야 하는데, 어느 순간 둘의 이해가 충돌하는 지점이 있을 수 있다. 거기서 균형 잡힌 판단을 안했다면 선관주의 의무 차원에서 문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사모투자 내역 공개 의무 강화, 운용사 책임 부과 제도 도입, 사전 리스크 평가 체계 개선 등 사모펀드 관련 법 제도 정비를 준비 중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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