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주요 건설사들에 대한 사용자성 인정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10대 건설사 가운데 9곳이 하청 노조와의 교섭 의무가 있는 사용자로 판단되면서 건설업계는 대응 방안 마련에 고심 중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민주노총 전국플랜트건설노조, 한국노총 한국연합플랜트노조가 각각 DL이앤씨를 상대로 낸 교섭단위 분리 결정 신청에서 2건 모두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교섭단위 분리 결정 신청에 대해서는 모두 기각 결정을 내렸다. 다만 DL이앤씨 측은 "구체적인 사용자성 판단과 근거는 30일 내 송부되는 결정서를 확인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국내 시공능력평가 순위 10대 건설사 중 9개사에 대한 사용자성이 받아들여졌다. 지난달 21일 하루에만 서울지노위는 현대건설, 롯데건설, 아이파크현대산업개발의 하청에 대한 사용자성을 각기 인정했다. 10대 건설사 중 사용사성을 인정받지 않은 건설사는 대우건설뿐이다.
DL이앤씨의 경우 교섭단위 분리는 기각됐지만 재심을 통해 뒤집히는 등 분쟁이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달 4일 중앙노동위원회는 4월 전남지방노위의 판단(1심)을 뒤집고 중흥토건·중흥건설이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와 교섭할 의무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사용자성 인정이 본격화되자 업계에서는 안전 관리에 대한 부담을 호소한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안전 관리가 사용자성 인정 근거로 언급되면서 원청은 '중대재해처벌법'과 '노란봉투법' 사이 딜레마에 빠졌다"며 "법을 떠나 현장 노동자들의 안전 관리가 중요한데 원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면 사용자로 인정돼 향후 임금, 단가 문제까지 교섭 의무가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파업 등 쟁의 행위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전국플랜트건설노조 관계자는 "사용자성은 의제별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과도한 우려"라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노란봉투법의 본래 취지와 달리 입찰을 따내야 하는 입장인 하청사에게 안전 관리 비용이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업중단권 사용에 따른 공사 지연, 안전과 휴식을 위한 비용 등이 감당 가능한 수준을 넘기면 원청이 결국 하청에 이를 전가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홍성진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산업정책연구실장은 "아직 노란봉투법에 따른 사용자성 인정이 원청에 미칠 파급력은 추산할 수 없는 단계"라며 "향후 원청사가 하청사에 그 비용과 책임을 전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안전 관리를 근거로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대한건설협회는 9일 입장문을 내고 "최근 노동위원회가 원청의 ‘안전관리 조치’를 사용자성 인정 근거로 활용하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법령 준수를 위한 안전의무 이행을 사용자성 판단의 핵심 근거로 삼는 것은 법 준수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논리적 모순"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업안전법·중대재해처벌법의 안전의무 조치를 이행한다는 것만으로 사용자로 간주하지 않도록 법령 개정 등 적극적 제도 개선, 건설 현장 특성을 반영한 사용자성 판단 기준 수립 등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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